촌철경제 33

[촌철경제]전기시장 개방정책이 못 미더운 까닭

정부가 전력 소매시장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정용 전기를 기업들이 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필수공공재인 전기의 판매를 민간에 맡겨도 되느냐는 우려에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OECD 회원국 중 바닥수준이라는 점을 정부는 외면한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낮은 현실에서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기 판매 시장을 경쟁구도로 만들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는 잘 먹혀들지 않는다. 국내 판매차량과 수출용 차량을 다르게 만들고, 같은 값인데도 일본에서 파는 과자와 국내에서 파는 과장의 중량이 다르다는 지적 등이 꾸준히 불거지면서 기업에 대한 불신은 쌓여왔다. 여기엔 기업..

촌철경제 2016.06.17

[촌철경제]안 지켜도 '최저처벌'받는 최저임금

지난해 3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12.4%인 232만명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최저시급은 6030원이지만 편의점 알바의 경우 통상 5000원선이라고 한다. 항의해도 “너 말고 할 사람 많으니 그만두라”며 핀잔만 받기 일쑤다. 최저임금 미달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위반하면 3년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위반해도 안준 임금을 주면 더이상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사업자에 대한 사법처리율은 0.12%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법집행을 무르게 하니 안지키고 보는 것이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하고, 위반 여부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 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해야 ..

촌철경제 2016.06.06

[촌철경제]사병 침대 예산 '10조원 미스터리'

한국군 사병중 상당수는 아직도 1인 침대가 아니라 수십명이 하나의 침상에서 잠을 자고 있다. 국군 병사 전원이 1인용 침대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10년간 6조80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내무반(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육군에서 사업이 20~30%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2조6000억원의 예산을 더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사병에게 1인용 침대를 들여놓는데 무려 10조원이 소요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10조원이면 개당 40만원짜리 침대를 2500만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물론 침대 뿐 아니라 내무반 개조 또는 막사 신축 등 부대비용이 들어간다고 감안해도 석연치 않다. 우리 군장병은 60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재정적자가 38조원, 국가부채는 1284조원에 달했다고 기획재정..

촌철경제 2016.06.06

[촌철경제]소프트뱅크기 가정에 전기를 파는 일본

일본의 전력 민영화 논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송전과 발전시장을 독점한 채 원전을 마구 지어온 전력회사들의 문제점이 원전사고를 계기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깨끗한 전기를 쓰고자 하는 시민의 열망이 결실을 맺어 1일부터 가정용 전력판매가 완전 자유화됐다. 일본의 각 가정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프트뱅크, 리쿠르트 같은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전기를 사서 쓸 수 있다. 공공재인 전기 생산에 민간참여를 허용한다는 점은 분명 우려스럽다. 영국의 경우 민영화 이후 전기요금이 2배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전력의 행태를 보면 부분적으로나마 민간참여가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력이 넘쳐 발전소가 놀고 있는데도 주민 반발을 무시하고 원전을 더 짓고 있는데다..

촌철경제 2016.06.06

[촌철경제] 대통령 사진을 '존영'이라고 부르는 나라의 경제정책

일본 군국주의 시절 덴노(天皇·일왕의 일본명칭)의 사진은 어진영(御眞影)이라고 불렸다. 각 학교나 관공서마다 어진영이 걸려 학생이나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존영(尊影)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 등 탈당자의 의원 사무소에 걸린 박 대통령의 ‘존영’을 반납하라는 공문을 지난 28일 보냈다고 한다. 이런 권위주의적인 용어는 당혹스럽다. 당청관계가 ‘최고존엄과 그 수하들’ 정도로 바뀐 것인가. 이런 구도하에서 한국경제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최고존엄의 심기에 맞지 않는 정책들이 가차없이 잘려나가고, 야당이나 여론의 지적이 제대로 반영될리 없다. 개성공단 폐쇄나 사드배치 같은 정책들이 경..

촌철경제 2016.03.29

[촌철경제] 중국 칭화대학과 삼성의 '반도체 대결'

중국 칭화(淸華)대학은 시진핑과 후진타오 주석을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육성정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막대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의 사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1980년 대학기업인 칭화기술서비스 회사를 세웠고, 2003년 칭화홀딩스를 설립했다.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한 칭화유니그룹도 여기에 속한다. 그 칭화유니그룹이 35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 ‘반도체 굴기’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 교수들이 쓴 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중국에 5년은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자칫 이 기간도 단축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재기발랄한 젊은 두뇌들의 ‘무서운 질주’에 삼성전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미 휴대폰 사업은 중국의 샤오미와 화..

촌철경제 2016.03.25

[촌철경제]'독일형 노사협력'의 효시였던 개성공단

내년에 출범예정인 서울지하철 통합공사에 공기업으로는 국내 처음 독일형 ‘노동이사제’가 도입돼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개성공단에서는 노동이사제와 유사한 방식의 노동자 경영참여제가 정착돼 왔다. 지난해 출간된 의 한대목. “개성공단에서는 현지 법인장이나 주재원이 북측 직장장과 협의를 통해 기업을 운영합니다. 기업들은 이런 점에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권을 남측에서 행사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에도 자본과 노동이 참여한 노사협의회에서 경영권을 공동으로 행사해요. 자본우위의 우리 노사문화가 보편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알까요?” 개성공단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노동과 자본이 상호 존중하는 시스템을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촌철경제 2016.03.22

[촌철경제] 테러위험 높이는 '공공부문의 인건비 절감'

공공기관 효율화 정책은 참여정부부터 본격화됐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실태가 문제가 되자 정부는 공공부문 효율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효율화의 주된 타깃은 인력감축이었다. 효율화의 주된 척도인 경비절감을 달성하는 손쉬운 방법이 인력감축과 인건비 절감이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국민의 생명·안전에 직결되는 부문이나 주요 보안시설까지 무차별적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폐단이 고질화됐다. 수많은 이용객이 몰려 안전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신도림, 사당, 강남 등의 지하철역에서 좀처럼 역무원을 보기 어려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극단적인 인건비 감축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주요 보안시설인 인천공항에서 중국인 부부가 환승장 출입문을 열고 밀입국한 사례는 보안업..

촌철경제 2016.03.15

[촌철경제] 알파고와 '노동의 종말'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기술이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추방한다는 내용의 을 쓴 것은 1995년의 일이다. 리프킨의 예언은 20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직관과 창의력이 필요한 고도의 두뇌게임인 바둑에서 알파고가 세계 최강의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은 인공지능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음을 일깨운 대사변이다. 단순 작업은 물론 고도의 정신노동, 예술과 장인의 영역에서도 인간의 자리를 빠르게 밀어낸다. 무인차와 드론이 택시기사, 로봇 자산관리가 펀드매니저의 일자리를 빼앗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아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점점 더 로봇에 자리를 내주게 되면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사람들은 더 빈곤화되는 디스토피아가 펼쳐질지 모른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아니..

촌철경제 2016.03.11

[촌철경제]"경제비상" "긍정적" 오락가락...'정경분리'가 절실한 박근혜 정부

경제상황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종잡을 수가 없다. 1월만 해도 경제비상이라더니 7일에는 ‘긍정적’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나쁘지 않다고 한다. 7일의 발언은 야당의 경제실패론에 대한 방어 차원이고, 1월 발언은 노동법 서비스법안의 통과를 위한 야당 압박용이라는 건 이제 웬만한 이들은 다 안다. 한 나라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경제발언이 정치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현실에 맞지 않는 상황인식을 보이는 것은 문제다. 공교롭게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7일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제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공식 보고서를 냈다.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모습은 박근혜 정부에서 두드러진다. 핵개발 자금 전용에 대한 증거도 없이 개성공단을 중단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초래했다. 테러방지법 제정이 국내 정보통신기술..

촌철경제 201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