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거 본거 64

[영화]카운터스

에무시네마란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밥 먹으러 자주 다니는 신문로파출소 뒤편 골목이다.(참고로 에무는 에라스무스의 약자다) 를 상영하는 곳을 찾다보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에무시네마였다. 공연장도 있고 영화관도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50석 남짓 돼 보이는 초미니 영화관이다. 객석을 다 채우리라곤 생각도 안했지만, 혹시나 혼자 보게 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래도 5명이나 됐다. 영화는 일본의 헤이트스피치, 혐한시위에 힘으로 맞서는 카운터스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다. 팔뚝에 문신을 새긴 전직 야쿠자 다카하시와 기모토 등이 혐한 시위대에 몸으로 부딪혀 저지한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시바키타이(しばき隊)라고 불리는데 '두들겨패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특히 몸으로 부딪히는 '오토코구미(男組)'의 활약이..

읽은거 본거 2018.08.18

불편한 미술관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서부터 그래피티 작품 등을 통해 여성, 인종차별, 표현의 자유 등 인권문제를 함께 생각해보는 김태권 작가의 (창비). 저자의 문제의식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미술 문외한인 내게 도움이 되는 깨알지식이 많다. 1. 보통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에서 털옷 입은 남자는 세례 요한, 자기 머리카락을 털옷 처럼 두른 여자는 막달라 마리아임. 온몸에 화살이 꽂힌 순교자는 세바스티아노 성인. 죽은 예수를 안은 어머니 마리아의 도상을 가리켜 피에타라고 함. 2. 조각상 등에서 짝다리(콘트라포스토) 짚은 나체는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임. 3. 서양미술에서 벌거벗은 채 거울을 보는 여성이 나오면 비너스(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일 가능성이 큼. 곁에 날개달린 꼬마 쿠피도(큐피드)가 나오면 100%임. 3. 동양..

읽은거 본거 2018.02.04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 70년의 대화

김연철 교수의 (창비)를 읽었다. 전쟁이후 1954년 제네바 회담부터 박근혜 정부까지의 남북관계의 주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프롤로그의 한 대목이 와 닿는다. "두개의 코리아는 더 많이 접촉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거울앞에서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상대도 웃고, 내가 주먹을 들면 상대도 주먹을 든다. 그러나 주체와 객체는 분명하다. 거울 속 상대가 나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울 속 상대를 움직인다. (중략)"거울의 비유는 남북관계를 가리킨다. 북한의 변화를 원하고 남북관계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보며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정리했다. 1. 1954년 제네바 회담은 휴전협정 이후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논..

읽은거 본거 2018.02.04

[영화-세바스토폴 상륙작전]스나이퍼가 돼야 했던 소련 여대생의 일대기

지난 주말 집에서 IPTV로 러시아 영화 을 봤다. 지난번에 본 영화가 인상적이어서 러시아 영화에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 영화 역시 그랬다. (헐리우드 영화 문법으로 본다면 어딘가 어색하고 허술해 보이기도 할 것 같다.) 스토리는 실화에 기반한 것인데 '세상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적이다. 주인공은 루드밀라 파블리첸코. 키에프대학의 역사학도인 파블리첸코는 대학합격을 확인한 뒤 친구들과 사격장으로 놀러간다. 사격장에서 천부적인 사격실력을 발휘했고, 이 사실이 군부에까지 알려지게 된다. 군부는 파블리첸코의 학업을 중단시키고 6개월 코스의 스나이퍼 훈련을 시킨다. 이어 독소전에 참가한 파블리첸코는 우크리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와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 전투에서 309명의 독일..

읽은거 본거 2017.06.26

재중동포 장률감독의 문제작 <두만강>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영화 (2009년)을 봤다. 굉장히 여러가지를 동시에 생각하게 하는 인상깊은 작품이다. (페북에 썼지만 블로그에 기록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 포스팅한다) 영화는 두만강이 지척인 중국의 한 조선족 마을에 탈북자들이 드나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소재로 했다. '사건'에는 긍정적 부정적 의미가 다 포함된다. 배가 고파 넘어온 북한 소년들과 조선족 소년들이 함께 어울려 축구를 하면서 우정이 싹트는가 하면 밤에 배가 고프다고 불쑥 찾아온 탈북자에게 밥과 술을 주는 친절을 베푼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다.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널어놓은 명태와 염소가 도난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 외딴 조선족 마을 주민들에게 북한과 남한의 이미지는 굉장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곳은 접경지역이라 TV를 켜면 북한..

읽은거 본거 2017.05.02 (2)

[책]박점규의 <노동여지도>-'노동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보여준 책

한국에는 ‘르포르타주’가 빈약하다는 생각을 평소 해왔다. 2월에 소설가 장강명을 인터뷰하면서 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서 반가웠다. 장강명은 르포문학이 빈약한 이유로 현장취재가 쉽지 않다는 점과 현장에서 채집해서 스스로 텍스트를 만드는 훈련이 없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꼽았다. 현장취재가 쉽지 않은 이유로는 타인에게 질문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어려운 언어체계와 권위주의 문화를 들었다. 그는 그래서 "그나마 현장을 접하기 쉬운 기자들이 책을 많이 쓸 필요가 있다"면서 "신문사에 있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책을 쓰라'고 권한다"고 한다. 장강명 = “취재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나 보죠. 교육도 우리는 정전을 보고 빨리 소화해서 텍스트를 보고 답하는 식이지 않나. 미국학생들..

읽은거 본거 2017.03.17

[책]무코다 이발소-즐겁게 쇠락하는 일본의 시골공동체

출판사에 다니는 처제가 준 오쿠다 히데오의 (북로드). 한두장 넘기다가 다 봐버렸다. 홋카이도의 쇠락한 옛 탄광촌에서 벌어진 몇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이야기거리로 만드는 작가의 관록이 돋보인다. 한때 탄광촌으로 번성했던 홋카이도의 시골마을 도마자와. 주인공 50대 남성 무코다는 도시의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귀향한 뒤 가업인 이발소를 물려받아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도시로 떠났던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해서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별로 변화가 없는 쇠락한 시골마을에 크고작은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대응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중국인 신부과 40대 매력적인 술집 여주인이 등장하고, 영화촬영과 이곳 출신 청년이 사기사건을 일으켜 이곳으로 숨어드는 장면까지.책을 읽다보면..

읽은거 본거 2017.03.08

<전쟁의 세계사>전쟁이라는 거푸집을 통해 들여다본 인류사

윌리엄 맥닐의 (이산). 고대와 중세 시대의 전쟁방식, 무기의 발달과정 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일단 책을 잡았지만 단순한 전쟁방식이나 무기에 관한 저서가 아니었다. 무기와 전쟁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여왔나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무기와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책이 고찰하는 범위는 제철업, 해운업, 선박금융 등 사실상 산업전반에 걸쳐있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전쟁의 상업화'와 '전쟁의 산업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전쟁의 상업·산업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서기 1000년으로 잡되 최근 1~2세기 동안 걷잡을 수 없이 속도가 붙었다고 본다. 먼저 중국. 저자는 중국이 제철및 해운에서 유럽의 기술적 성과를 먼저 달성했지만 이 성취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시장'대신 '명령..

읽은거 본거 2017.03.01

에쿠니 가오리 <벌거숭이들> 가족을 넘어서는 관계맺기의 쿨함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 집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들춰보다가 끝까지 읽어버렸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가족과 결혼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관계맺기가 품은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작품에는 다양한 연애관계가 등장한다. 우선 채팅으로 만나 동거까지 이르게 된 50대 후반의 커플이다. 여성은 57세의 '카즈에'로 남편을 사별했고, 딸이 결혼해 아이 넷을 둔 주부이다. 딸은 물론 손녀에게도 '할머니'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라고 하는 특이한 캐릭터이고, 집 2층은 여대생 2명에게 세를 주고 있다. 이 여성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두세살 연상의 남자(야마구치)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 남성은 아내와 20대의 딸이 있는 집을 나와 이 집에 와서 동거하게 된..

읽은거 본거 2017.02.27

[책]암흑의 대륙(마크 마조워)

식구의 권유로 보게 된 책 (마크 마조워). 세계사는 개설서만 대략 훑어본 적이 있고 유럽사는 개별사안을 다룬 책을 파편적으로 읽어본 터라 20세기 유럽의 통사는 사실상 처음이다. 너무도 방대한 내용의 이 책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다만 내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른 대목들은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1. 우선 전간기(1차 세계대전 직후와 2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은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극심한 염증과 혐오감이 팽배했다는 점이다. 1918년이후 유럽국가들에서는 평균 1년이상 지속된 내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평균 8개월, 이탈리아에서는 5개월, 1931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4개월도 버티지 못했다.(41p)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가운데 행정부는..

읽은거 본거 2017.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