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9. 15:41

나? 그래, 올해로 51세야. 부모님이 날 낳으신 건 1967년 1월이지만 당시 관례에 따라 주민등록을 음력생일인 1966년 12월로 올리셔서 실제론 만 50세지. 몇 년 전부터 와이프는 나더러 나이를 자꾸 깎는다고 핀잔을 주는데 팩트인 걸 어쩌라고. 일본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할 땐 좋더군. 그쪽은 나이를 만으로 정확히 따지니까. 근데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고, 그래서 만 나이로도 명실상부한 50대가 된 거야. 살짝 서러웠어.  

 

그런데 ‘점잖은 중년’이 되라고 강요하는 현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50대=중년’이라는 딱지도 싫어. 왜 있잖아. 채무자 집 냉장고에 붙은 압류 딱지 같은 거. 옴짝달싹 못 하고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 50대가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나이일까? 몸은 팔팔하고, 정신은 이렇게 ‘유치’한데. 

 

일본 록가수 깃카와 코지. 1965년생

난 나이보다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지만 머리는 반백이야. ‘솔트 앤드 페퍼’(소금과 후추를 반씩 섞은 듯한 반백머리)라고 한다지? 고교 1년생 딸내미가 중학교 졸업식에 오지 말라길래 갈색으로 염색했어. 회사 후배는 “선배, 요즘 뜨는 ‘이니 브라운’(흰머리와 갈색머리가 섞인 문재인 대통령의 머리색)이네요”라더군. ‘영혼 없는 멘트’인 걸 모르냐고? 당연히 알지만 듣긴 좋잖아? 외교부 장관 강경화를 봐. 얼마나 멋져? 올해 52살인 일본 록가수 깃카와 고지(吉川晃司)를 봐. 반백 머리칼 휘날리며 콘서트 무대에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아주 환상이야. 다 얼굴이 받쳐줘야 하는 건 맞아. 난 머리도 얼굴도 크지만 체념했으니 됐지. 50이 넘어가니 불편한 게 없진 않아. 노안 때문에 전철 안에서 스마트폰 보는 게 아주 고역이야. 

 

가끔씩 고교나 대학 동기들 모임에 가보면 60대 같아 보이는 애들도 있고,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애들도 있어. 근데 공통점은 모두들 ‘한창때’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야기들도 유치해. 오가는 말만 들으면 30대로 착각할 정도야. 각 조직에서 슬슬 천장이 가까워지는 시기인 건 분명한데, 다들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해. 결국 화제가 어디로 흐르는 줄 알아? ‘제2의 인생’이야. 경제적으로 받쳐주든, 안 받쳐주든 꿈들은 오지게 꾸더라고. 

 

물론 꿈만 꾸는 건 아냐. 한 녀석은 지난 5월 징검다리 연휴 때 자전거로 서울~부산 구간을 4박5일 동안 주파했어. 단톡방에 ‘까톡’거리며 사진이 올라오는데, 올챙이배가 좀 그렇긴 해도 봐줄 만했어. 헬멧 쓰고 마스크 쓰고 라이딩 복장 갖추면 50대인지 뭔지 알게 뭐야?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보라고. 일찍 결혼했다면 애들 결혼시킬 나이인데 노는 건 우리 딸과 똑같아. 근데 그렇게 노는 게 잘못된 건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하는 것도 없잖아? 

 

지난해 가을 인사가 나서 보직이 바뀌었어. 사축(社畜)이란 말 있잖아? 딱 그렇게 지내다 시간 여유가 생기니 하고픈 게 많아졌어. 전투복(와이셔츠에 정장)을 벗어던지고 면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되니 마음도 홀가분해졌지. 물론 생각만 날아다니는 단계지만 조금씩 ‘테이크오프’ 준비를 해보려고 해. 

강경화 외교부장관 출처=연합뉴스

 

그러던 차에 <4050 후기청년>이라는 책을 발견했어. 이건 뭐 나를 위한 ‘복음서’ 같더구먼. ‘후기청년’이란 표현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게, 유엔이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진 현실을 반영해 새로운 생애주기별 연령지표를 2015년에 발표했어. 0세부터 17세까지는 미성년,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는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세대로 구분했어. 65세까지가 청년이라고 ‘무려’ 유엔이 정해준 거야. 생각해봐. 요즘 주변에 환갑잔치하는 사람 있냐고. 85세에 돌아가셔도 요샌 ‘호상’이라고 말 못하잖아. 이제는 나이에 0.7을 곱해야 30년 전의 나이와 맞다고 하잖아. 51세면 30년 전의 36세, 60세면 42세.

 

그런데도 40대 중반만 넘어서면 ‘중년’ 딱지를 붙이고, ‘위기의 중년’이네 뭐네 하는 거야. 얼마나 현실을 오도하는 말이냐고. 언어가 사물을 규정하잖아. 그래서 ‘정명(正名)’이 필요하다고 공자님도 말씀하셨지. 올 초 계획으로 클래식과 영어를 공부하겠다고 떠들고 다녔어. “그러냐. 잘해보라”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한두 명은 삐딱하게 “그냥 살아. 그 나이에 뭘 배우겠다고” 그러더라고. 내 나이가 어때서? 

 

<4050 후기청년> 저자 송은주 박사는 ‘후기청년’을 이렇게 설명해. ‘청년처럼 열정과 기회가 있으면서 나이든 사람의 현명함과 여유를 동시에 가진 시기’라고. 청년은 청년인데 ‘후숙된 청년’이래. 과일을 보면 겉보기에 다 익은 것 같지만 먹어보면 아직 떫거나 시거나 향미가 덜 올라오는데 얼마간 잘 놔두면 단맛이 올라오고 감칠맛이 나잖아. 

돌이켜보면 딱히 틀리진 않은 말 같아. 나는 기자생활 하면서 특별히 내세울 건 없지만 후배들과 아이템 회의를 할 때 참고가 되는 말을 가끔씩 던질 정도는 되는 거 같아. 회사 안팎에는 여전히 열정과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존경스러운 선배 기자들도 제법 있어. 이젠 내 장점이 뭐고 단점이 뭔지도 대략은 알아.

 

그런데 보통의 회사들은 정년이 60세이니 아깝긴 해. 생물학적 수명과 사회적(기업적) 수명 간의 이 심각한 불일치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평균수명이 70세가 안되던 시절에 만들어진 경제활동인구(15~64세)라는 세대 구분에 짓눌려 있는 거야. 이 기준을 만든 일본에서도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어. 이런 푸념을 하면 ‘정년을 늘려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겠다는 거냐’는 말들이 나올 거야. 이 글을 ‘정년연장’을 주장하기 위해 쓰는 건 아냐. 한국 사회에 지천으로 깔린 ‘후기청년’들이 남은 반생을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을 생각해보자는 거야. 

 

몇 가지 예를 들어볼게.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가 딱 50세 되던 해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그림공부를 하겠다며 일본으로 떠났어. 정년이 보장되는 자리를 박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서평을 쓰다가 사직을 결심했다고 해. 그런 능력이 되니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지 않으냐고 하겠지만 그의 입장이 돼 생각해봐. 쉽지 않은 모험이었을 거야. 지금은 화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지. 

 

장강명 소설가의 올해 40세가 된 아내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록밴드를 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일렉트릭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대. 회사 다니면서 동호회 활동을 하는데 몇 달 뒤에 발표회도 열 계획이래. “10~20년 전 같으면 40대에 일렉 기타를 배워 뭐에 써먹냐는 핀잔을 받았을 거 같은데 요즘은 자연스러워 보이더라.”(장강명)

송은주 박사도 몇 년 전부터 전통무술 ‘기천문’을 수련 중이라고 해. 40대 후반에다 ‘몸치’인 그가 운동을 시작하니 주변에서 다들 놀랐다더군. 한 신문사의 기자 부부는 부인은 기자 그만두고 의사가 됐고, 남편은 목수가 돼 ‘제2의 인생’을 꾸리고 있어. 

 

‘후기청년’으로서의 인생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어. 하지만 ‘후기청년’으로 살아가는 데는 장애물도 적지 않은 것 같아. 요즘 공무원시험 연령제한이 없어져 40~50대 늦깎이 공무원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젊은 동료들이 기피한다는 거야. 아무리 ‘신참처럼 부려주세요’라고 해도 연하의 동료나 상사들은 불편해할 게 뻔하잖아? 대학을 가도 아들딸 또래의 학생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고 그래. 

 

장강명은 자유로운 소통을 하기 어려운 한국의 언어체계, 장유유서 문화가 ‘후기청년’들에게 장벽이 된다고 보더라고. 일본에 있을 때 철딱서니 없는(혹은 영혼이 자유로운) 50~60대 형들이 꽤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젊은이들과 잘 어울려 다니더라고. 그 이유가 뭔지 좀 알 거 같아. 한국어보다 ‘호칭’이 편해서가 아닐까. 나이 많은 사람에게도 그냥 ‘~상’이라고 하면 그만이거든. 그런 이유도 있어서 인생 후반부를 외국에서 보내려는 이들이 주위에 늘어나는 거 같아. 모든 관계의 사슬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마음먹기가 좀 쉽기 때문일 거야. 

 

한때 ‘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어. ‘노래방 가지 마라, 서태지는 잊어라’로 시작하는 조언들인데 나도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어. 이렇게 ‘나잇값 하라’는 분위기도 ‘중년’에서 ‘후기청년’으로의 변신을 막는 거야. 행동반경을 좁혀놓으면 무슨 맛으로 반생을 살란 거냐고. 장강명은 “체면을 버리고, 그런 게 민폐가 안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 맞는 말이지. 그러려면 내가 먼저 꼰대기질을 버려야겠지. 하지만 요새 젊은 꼰대들도 많잖아? 상투적이어서 미안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지 몰라. 

 

넌 그래서 뭘 어쩔 거냐고? 나도 아직 답은 없어. 근데 우선 습관을 잘 들일 거야. ‘후기청년’이라면서 남들 불쾌할 정도면 안되니 일단 관리는 좀 해야 할 거 같아. 몸짱이 되자는 게 아니라 인상을 부드럽게 하는 거야. 출근길에 스마트폰 보느라 눈썹 사이에 갈매기 주름 만들지 말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스마일’ 연습을 하는 거지.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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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9. 11:28

※12월17일자 지면에 실린 기자보다 조금 긴 원문입니다. 

박주민은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큼지막한 백팩에 치약·치솔, 물티슈, 휴지 따위를 챙겨 다닌다. 언제 어디서 ‘노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세월호 유족들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사흘, 지난 9월에는 백남기 농민이 누워있던 서울대 병원에서 이틀을 보냈다. 잠이 모자라면 아스팔트, 병원 탁자, 본회의장 가리지 않고 곯아 떨어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표결을 앞두고 국회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불펴고 철야하는 사진이 돌자 ‘민주당이 박주민 때문에 거지당이 돼 간다’는 글이 달렸다. 

부스스한 머리, 넓은 이마에 선명한 주름살, 약간 졸려 보이는 눈매는 온라인 ‘드립’의 딱 좋은 소재다. ‘노숙자처럼 초췌한 모습, 만성 수면부족, 피로의 제왕, 상시 시위대기중‘ ’저 거지는 뭐야. 국회의원입니다‘ 등등. 

@박민규 선임기자

하지만 이미지는 보조축일 뿐 시민들이 정작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성실성이다. 등원 반년만에 그가 낸 법안은 34건으로 20대 국회의원 중 단연 압도적이다. 본회의, 상임위 출석률은 100%다. 원내활동 뿐 아니라 거리의 정치현장에 빠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의 바쁜 일정과 별도로 박주민은 바삐 움직였다. 이화여대, 중앙대, 연세대, 명지대 시국강연, ‘대통령의 7시간’ 추적 토크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한 페이스북 라이브 토론, 광화문 촛불집회 참석, 박근혜 퇴진 서명운동 등. 일정을 좇다 만난 대학생은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우리중의 한명 같은 느낌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일과 탄핵투표가 가결된 뒤인 11일 두차례 박주민을 만났다. 여의도 의원회관 544호 명패에는 노란색의 큼지막한 세월호 추모 리본이 붙어 있다. 박 의원은 정치인이 된 뒤의 자신을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할 때 생각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허겁지겁 걷고 있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정치인이라면 가질 법한 ‘큰그림’은 나중 얘기고 우선 “세월호 해결과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했다.

-많이들 궁금해 하는데 백팩에 뭐가 들었나.   

“작업용 노트북, 치약·치솔과 물티슈, 책 두권과 발의관련 법안자료 같은 읽어야 할 서류다.” 

-치약·치솔, 물티슈는 왜 챙기나.

“10년간 변호사하면서 습관이 됐다. 당일치기로 제주 강정마을을 내려갔다가도 바로 못올라오는 경우가 많은 거다. 세월호 유족과 경찰하고 맞붙을 때도 바로 안끝날 때가 많아 잘 준비를 하고 다닌다.” 

-쪽잠을 잘 자는가.

“집에 11시~12시쯤 들어가도 낮에 못본 자료들을 1시간반~두시간 가량 본다. 아침에 일어나 국회에 5시50분에서 6시에 도착하니 잠이 모자란다. 차안이나 소파에서 잠깐씩 잔다.” 

-학교때 사진과 외관이 달라진 느낌이 든다. 

“사실 가발을 쓰고 있다. 선거운동 첫날 명함을 돌렸는데 분장이 잘된 탓인지 아무도 나라고 생각 안하더라. 명함을 버리느니 가발 쓰기로 했다. 결혼할 때 짝궁(부인)에게 ’바람 안피우고 ‘가발 안쓰겠다’고 했지만 부득이 양해를 구했다.”

-변호사 시절 매일 책을 두시간씩 읽는다는 기사를 봤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고 있나.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면서도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서 두시간 가량 책을 읽었다. 변호사 시절에도 늘 책을 갖고 다녔다. 최근에 알랭 드 보통의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생>. 내 마음이나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존 로크의 <통치론>도 다시 읽고 있다. 많은 분들이 박근혜 이후 사회는 어떤 것인지, 시위가 꼭 평화적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좀더 철학적으로 이야기해줄 건 없을까 생각하다 보게 됐다.”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뭐였나. 

“변호사로 현장을 다닐 때마다 법이 제대로 돼 있으면 사람들이 고통을 안받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정치할 생각은 없었는데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200석, 야당 괴멸’이란 예상이 돌던 지난해 12월쯤 ‘도와달라’는 제안이 왔다. ‘세월호 유족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 앞으로 하려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주민이 국회의원이 된 건 ‘기적’에 가까웠다. 4·13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했지만 사실상 ‘방치’됐다가 연고도 없는 서울 은평갑에 뒤늦게 공천됐다. 야당단일화도 막판에 가까스로 이뤄졌다. 고 김관홍 잠수사와 세월호 유족들이 표 깎일까봐 ‘도라에몽’ 탈을 쓰고 선거운동을 도우며 기적을 만들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달초 정치후원금 모금이 4일만에 목표액을 채웠다던데.  

“선거때 모은 후원금이 거의 바닥났는데 탄핵국면에서 얘기를 꺼내기 뭐해 자비로 버티려 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어렵다더라’는 이야기가 돌더니 하루에 4000만원씩 들어와 나흘만에 한도를 넘어버렸다.” 

-시민후원이 많았나. 

“10만원 미만이 1365명, 10만원이 1039명 해서 2400여명이 소액후원자다. 영수증 발급을 위해 전화한 후원자들이 ‘고맙다’고 많이 하셨다더라. 건강을 챙기라는 말씀도 많았다.”

-탄핵정국 동안 매우 바빴을텐데 몸은 괜찮은가. 

“원래 강골인 편인데 탄핵의결이 끝난 9일에는 혓바늘이 돋고 편도선이 부었다. 다음날 촛불집회에 일요일 일정 3개를 소화하니 못견딜 정도여서 짝궁 보러 전교조 사무실로 갔다가 거기 숙직실에서 한참을 잤더니 좀 개운해졌다.” 박주민보다 4살 아래 부인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상근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석 구조상 어렵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결국 탄핵가결까지 온데는 시민들의 힘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태블릿PC 보도이후 많은 이들이 “나라가 이렇게까지 망가졌구나” 느꼈고 대통령이 변명과 거짓말을 일삼으며 기름을 부었다. 막판에 ‘세월호 7시간’으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타도의 대상이 돼버린 것 같다. JTBC 손석희 앵커가 “(2014년) 4월16일부터 나비의 날개짓은 시작됐다”고 했듯이 누구나 가슴속에 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7시간에 대한 의아함을 가졌을 것인데 거기 불이 붙은 것이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매우 이성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됐지만 사람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법원에서도 계속 집회허용 시간과 장소를 넓혀주면서 폭발력있게 진행됐던 것 같다.” 

-박근혜의 7시간이 부각되면서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탄핵이후 야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7시간만이 아니라 국가정보원 개입설, 침몰원인, 구조실패, 사건 은폐의혹, 언론장악 시도 등에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새로운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준비를 하고 있다.” 

-탄핵으로 박근혜 정권이 무력화됐으니 그간 지지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거 아닌가.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는 돼있지만 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전격발표한 것을 보면 (무력화된 건지) 알 수 없다. 국정교과서나 사드배치 등은 밀어붙일 것으로 본다. 결국 법을 만들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어떻게 분화되느냐가 관건이다.” 

-탄핵이 박정희 시대의 종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어르신들조차 박 대통령이 아버지를 욕보였고, 상처줬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박정희 평가가 달라졌느냐 하면 잘 모르겠다. 다만 40대까지의 젊은층은 ‘친일’에서부터 뿌리를 찾더라. ‘그때부터 이어져온 부패세력의 실체가 드러났다. 한번도 제대로 청산이 안돼 이 꼴이 났다’는 거다. 국정교과서에 친일을 미화한 내용들이 나온 것도 기름을 부었다. 인적청산을 이야기하는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분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다.”

-선거법 개정 등 민주주의의 실질화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한가. 개헌은 필요한가.   

“지금의 국회 의석비율로는 국민들의 인식 지형을 담은 헌법을 못 만든다. 먼저 법률 제·개정으로 민주주의 실질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독일식정당비례대표제 중심으로 선거법을 개정해 의회구성을 국민의 의식지형과 맞춰야 한다. 그런 뒤 개헌안을 만들면 많은 국민들의 의사가 담길 수 있다.” 박주민은 개정된 선거법으로 치러진 2020년 총선을 통해 구성된 국회에서 개헌안을 만드는 스케줄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사태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민주화 이후에도 국민이 쉽게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비판할 수단이 없다 국민들이 일상생활 하다가도 ‘야 뭐하냐’ 하면 ‘우리 이거해요’, ‘야 너 똑바로 안해?’하면 ‘아 예. 잘하겠습니다’ 이렇게 돼야 한다. 근데 지금은 백만명이 시위에 나서도 ‘나 몰라’하면 끝이다. ‘권력간격지수’라는 개념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매우 높다. 실제로 국내에서 일어났던 비행기 사고인데 기장이 비행기를 잘못 몰고 있는데도 부기장이 제지를 못했다. 내부 고발이 안되고 아랫사람이 충언을 못한다.”

박주민은 대원외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거쳐 2003년 변호사가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등에서 주로 시국사건을 많이 맡았다. 그 기간중 남들은 평생 1개도 어렵다는 위헌판결을 4건 받아낸 실력파다. 하지만 정치인 박주민은 아직은 왠지 맞지 않는 기성복을 입은 느낌이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2주년 집회 당선인사에서 이런 심정이 엿보인다. “어리버리 우물쭈물, 뻘줌, 어색. 그러나 여러분 힘으로 당선됐습니다.” 

-원래 어색·뻘줌 스타일인가. 

“원래 ‘전 이렇게 훌륭하고 잘났어요’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선거 명함에 ‘대원외고’를 넣으니 짝궁이 ‘그런거 자랑해서 당선되고 싶냐’고 면박을 주더라. 참모들에게 빼자고 하니 스펙 빼면 뭘로 승부할 거냐고 해 결국 타협했다. 내 자신을 이렇게 팔아야 하느냐는 저항감이 컸다. 그래서 엉거주춤, 우물쭈물한 모습으로 비쳐진 거다.”

-그래도 집회에서 가끔 포효하기도 하던데. 

“화가 나면 그렇게 된다. 연설하면 화가 나 있다는 게 느껴진다더라.” 

-등원한지 반년이 좀 넘었는데 언제가 힘들었나.

“국회에 들어올 때 안고 있던 과제들에 진전이 없어 답답하고 괴롭다. (좋았을 때는?) 백남기 어르신 장례 때 가족들이 고맙다고 했을 때, 전기요금 누진제 법안을 냈는데 비슷한 방향으로 정책결정이 이뤄졌을 때다.”

-법안 발의가 34개나 되는데 법사위 스펙트럼을 넘어 다양하다. 변호사 활동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이 반영된 건가.  

“맞다. 예를 들어 공공관리갈등조정법안은 강정 해군기지나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검사장 직선제 법안은 (알다시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느껴 발의했다.”

-‘거리의 국회의원’ ‘약자에게 곁을 내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근데 일상적으로 챙겨야 할 행사들도 많던데 이것저것 챙기기 버거울 거 같다.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어르신 문제는 변호사 시절부터 해왔던 일들이다. 지금도 세월호 유족들은 ”박 변호사“라고 부른다. 오히려 현장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힘을 얻는다. 하지만 앞으로 새롭게 뭔가 터지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잘 모르겠다.”

-동료 의원들과 자주 어울리는가.  

“처음엔 외톨이였고, 어색했다. 아는 이들도 시민단체 시절 ‘야당 똑바로 하라’며 공격했던 대상들이다. 지금은 서로가 조금씩 곁을 두는 느낌이다. (밥도 먹고 하면서 친해지나) 그런 건 잘 안하고, 농성장 같은데서 자연스레 마주치면서 친해지는 것 같다. 친한 그룹을 만들어 일을 저지르면서 사람을 만나고 해서 좀 더 큰 그룹에서 또 일을 만들고 하며 친해진다. 일로 친해지는 식.”

-정치가로서 최소목표와 최대목표가 있는가.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위한 제도개선 말고는 다른 생각이 없다. 이러면 욕먹겠지만 ‘재선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시민들이 봐주는 내 정치의 장점은 시민사회와의 연계, 현장에 있으려는 자세일텐데 재선한다고 더 나아질까. 지금으로선 자신이 없고 잘 안보인다.”

두번째 인터뷰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봤지만 박주민은 “그대로”라고 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이라든지 공공갈등관리기본법이라든지, 검사장 직선제라든지 이런게 돼야 해보자는 마음이 들거 같다. (그런 목표 달성을 위해 일단 전력투구해보겠다는 뜻인가) 맞다.” 

박주민은 표창원, 조응천, 이재정 의원과 더불어 요즘 가장 ‘핫한’ 초선의원 4인방이다. 집회장에 가면 사진찍자는 이들이 몰려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다. 

-왜 시민들의 주목을 받는다고 생각하나.

“정치인 하면 일도 안하면서 돈과 특권만 챙긴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내 모습을 보니 좀 성실하다는 느낌을 받은 거 같다. 또 요즘 젊은이들 보기에 굉장히 좋은 스펙인데도 돈 잘버는 길로 안간 거를 신기하고 재밌어 하는 거 같다.”

-정치와 시민간의 거리를 좁힌 역할을 한 것 같다.  

“나나 표창원·조응천·이재정 의원들이 재밌고 하는게 독특하고 좀 이상하니까 ‘아 이거 재밌다’는 느낌도 받는 것 같고. 이 분들이 또 SNS에 민감하고 소통도 많이 한다. ‘거지갑’이라길래 ‘은평갑인데요’라고 답도 하니 ‘어 재밌네?’ 이렇게들 느끼시는 것 같다.”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한다.  

“저는 갈 방향을 명확히 알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정치인은 아니다. 그냥 정치 시작때 생각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허겁지겁 걷고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 어떤 모습이 돼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  


<신문지면 버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100100&artid=2016121620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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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1. 23:15

ㆍ50개 품목 중 미 19개·일 12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실시한 50개 주요 상품·서비스의 2012년 세계 시장점유율 조사에서 한국은 8개, 미국은 19개, 일본은 12개 품목에서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보도했다.

한국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시장점유율 23.5%·전년 대비 4.2%포인트 상승)와 삼성SDI의 리튬이온 전지(25.1%·1.9%포인트 상승)가 핀란드 노키아, 일본 파나소닉을 각각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 등 8개 품목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30.2%·11.1%포인트 상승)과 D램(41%·1.2%포인트 하락), 박형 TV(27.7%·2.9%포인트 상승), 낸드형 플래시메모리(36.9%·0.1%포인트 하락), 유기 EL패널(93.5%·5.5%포인트 상승) 등에서도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7개 제품이 1위를 차지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서는 LG디스플레이(24.6%)가 전년도 대비 2.5%포인트의 신장세를 보이며 전년도 1위 삼성전자(20.1%)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한국은 2011년에는 세계 1위 품목이 6개였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11.7%)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11.2%)를 누르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일본은 비디오 카메라(소니·44.0%), 디지털 카메라(캐논·22.6%), 게임기(닌텐도·41.4%) 등 12개 품목이 세계 1위였다. 중국은 가정용 에어컨(메이더·7.8%), 조선(중국선박공업·9.4%), 태양전지(잉그리솔라·7.2%) 등 6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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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21. 13:51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 전략 선언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의 동반하락은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 지표로 경기둔화 우려가 겹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20일 일본 도쿄주식시장에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전날보다 1.74%(230.64포인트) 하락한 1만3014.58로 거래를 마감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날 오전 2.10%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간신히 1만3000대를 지켰다. 토픽스지수도 1.33%(14.76포인트) 내린 1091.81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이 예상되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약세가 진전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일본증시의 낙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전날보다 2.52엔이나 급등한 97.55엔에 거래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데 따른 것이다.  

 



중국도 상하이종합지수가 2.76% 하락한 2084.02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100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12월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대만 가권지수도 전날보다 108.48포인트(1.35%) 하락한 7898.91로 장을 종료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주가도 2~3%가량 급락했다. 이밖에 호주 S&P/ASX200 지수는 2.02% 급락한 4743.89, 뉴질랜드 NZX-50 지수는 1.06% 내린 4398.52에 거래를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의 영향으로 헤지펀드 등 투자자금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우려가 제기되며 매도세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전략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며 최대 수혜지역이었던 아시아 신흥시장이 출구전략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날 발표된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으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제조업 둔화 징후가 뚜렷해진 것도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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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7. 14:01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가 출간 6일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일본에서 재차 ‘하루키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신작에 러시아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하는 프란츠 리스트의‘순례의 해’가 등장하자 음반매장에서는 수입 CD가 품절상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오랜 불황의 여파로 ‘출판대국’의 명성이 잦아들고 있는 일본의 서점가에서는 소설 출간을 계기로 <하루키를 읽는 힌트> <다시 한번 하루키에 주의> <하루키를 알고 싶다> 같은 입문서들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많은 독자들을 하루키의 세계에 끌어들이려는 출판계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출간일이던 지난달 12일 일본 도쿄 시내 한 서점에 하루키 열풍을 반영하듯 

그의 작품이 탑처럼 쌓여 있다. 도쿄 | 서의동 특파원


일본 최고의 하루키 비평가로 꼽히는 가토 노리히로(加藤典洋) 와세다대 교수는 하루키 소설의 매력에 대해 “폭이 넓어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 세계에 들어가지만, 독자의 읽는 방식에 맞춰 다양한 역으로 데려다 줍니다. 물론 도중하차도 자유. 깊게 읽으면 읽을수록 시베리아 철도 만큼 머나 먼 세계로 이끌어줍니다”고 평합니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한국에서도 거의 빠짐없이 번역·출간돼 있고, 하루키스트(하루키의 팬)들도 두텁습니다. 그런데 과연 하루키의 작품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검정’해본 적은 있나요? 일본의 입문서에 실린 ‘하루키 검정’에서 40문항을 간추려 봤습니다. 하루키의 이력과 작품에서 뽑은 문제들입니다. 오래 전에 읽은 분들은 기억을 더듬어서 도전해보세요. 30문제 이상 맞추면 명실상부한 ‘1급 하루키스트’겠지만, 20문제만 넘어도 상당한 실력자입니다. 지면속에 힌트도 있으니 너무 걱정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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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7. 20:28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후 기나긴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몸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처럼 창조혼(魂)을 불살라 정보기술(IT) 세계를 도약시켰다. 이 기간 중 잡스가 내놓은 제품들에는 그가 꿈꾸던 새로운 세상과 철학이 담겼고,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잡스가 만년의 대표작이 된 아이폰을 개발하겠다고 사내에 선언한 것은 2004년 중반이다.
 
2003년 10월 처음 췌장암 진단을 받고 식이요법 등을 시도했으나 치료에 실패한 뒤 종양제거 수술을 받던 무렵이다. 한 해 전인 2003년 ‘아이튠즈’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이라는 전례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혁신에 가속도를 붙이던 시점이었다. 충격이 컸지만, 그런 만큼 열망은 짙어졌다.
 
“내가 곧 죽는다는 걸 기억하는 것은 큰 결정을 하도록 해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모든 외적인 기대들, 모든 자존심, 모든 부끄러움이나 두려움, 이 모든 건 죽음 앞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죽으면 (당신이 성취한 것중) 가장 중요한 것만 남는다.”
 
그의 말대로 모든 외적인 기대와 번민을 훌훌 털어낸 8년은 “기술로 세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목표를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던 기간이었다.
 
애플사가 2007년 출시한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아이폰은 그가 품어온 기술에 대한 철학을 구현한 대표작이다.
 
젊은 시절 선(禪)과 불교철학에 심취하며 간결성을 추구했던 그는 버튼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존 휴대전화 대신 간결한 디자인의 터치패널을 아이폰에 도입하며 휴대전화의 개념을 뒤바꿔놨다.
 
그는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제품의 성능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이고, 아이폰은 그런 디자인에 대한 그의 개념이 담겼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계기로 IT제품과 심미안의 관계를 이해하게 됐고, 선과 디지털이 결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전세계적으로 ‘아이폰 폐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의 만년은 혁신과 투병은 동시에 따라 다닌 시기였다.
 
수술 후 잠잠하던 그의 건강이상설은 2008년 6월 당시 ‘아이폰3G’ 발표장에 등장한 잡스의 여위고 노쇠한 모습으로 다시 불거졌다.
 
2009년 1월에는 간이식 수술을 받느라 6개월 가량을 쉬었지만 이듬해인 2010년 다기능 휴대 단말기인 ‘아이패드’를 내놓아 IT업계의 판도를 또 한차례 바꿔놨다.
 
잡스는 올해 1월 건강 악화로 두번째 병가를 내 IT업계를 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이때 세간에는 ‘6주 시한부 생명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잡스는 지난 3월 초 애플의 아이패드2 제품 설명회와 6월 개발자회의 등에 모습을 나타내 건강악화 우려를 불식시켰다.
 
잡스는 지난 8월24일 애플의 CEO 자리를 쿡에게 넘겼고, 10월5일 세상을 떠났다. 
 
공업의 시대를 연 토머스 에디슨, 대량생산 시대를 연 헨리 포드에 이어 산업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잡스는 한평생 성공과 좌절이 교차하는 치열한 인생을 살았고, 그 치열함 만큼 인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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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0. 20:29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불안 사태의 배경에는 ‘글로벌 불균형’이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미국의 재정·경상수지 적자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은 무역으로 벌어들인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인 미국 국채를 사들였고,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재정적자국이면서도 넘치는 달러로 경제를 지탱해왔다.
 
2000년대 들어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은 경기진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했다. 시중에 돈이 넘치자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저소득층에 막대한 주택자금을 빌려줬고, 그 채권들은 파생금융기법에 의해 고수익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 뿌렸다. 하지만 담보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대형 금융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금융위기 사태가 초래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

 

이후 미국은 두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2조3500억 달러(약 2500조원)를 풀었지만 고용·주택시장 등 실물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재정적자만 커졌다. 무역수지에서도 불균형이 다시 커졌다. 지난 6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223억 달러로 전문가 예상치(142억 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반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5월)는 502억 달러로 2008년 10월(594억 달러)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불균형이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금융불안을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잡을 전망이 없다는 점이 시장 참가자들을 불안케 한 것이다.    
 
냉전시대인 1985년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군비확장 정책으로 유발된 달러가치 하락 및 재정·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흑자국인 일본 엔화와 서독 마르크화의 환율을 인위적으로 절상했다. 이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은 경제에 거품이 끼었다가 1990년대 부동산·주식시장이 붕괴돼 극심한 후유증을 겪은 반면 미국 경제는 되살아났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하며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중국이 과거 일본과 독일의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중국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극력 피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조위안(790조원)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선 후유증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경제의 거품을 키웠던 글로벌 불균형은 금융위기 이후 청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는 달러 질서의 재편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할 나라가 없는 ‘G제로(0)’ 상태임을 감안하면 글로벌 통화안정은 미해결 상태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하마 노리코(浜(矢+巨)子) 일본 도시샤대(同志社)대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달러를 대체할 핵심통화가 없는 상황인 만큼 각국이 협력해 세계경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8일 긴급 개최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가 시장안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시아 주가가 급락한 것은 구심점이 없는 세계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여실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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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8. 20:26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재정적자의 우려를 들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하면서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이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캐나다 보다 낮아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외신과 국내 전문가 전망을 토대로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정리했다.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는. 
“S&P는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미 행정부와 의회간의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합의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충분치 못한 결정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세금인상 등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우려한 조치다. 신용등급 강등은 채권이나 다른 부채상품 구매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경고다. 이론적으로 투자자들은 위험부담이 커지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이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AAA와 AA+의 차이는.
“큰 차이는 없다. 엄밀히 말해 AAA가 ‘최상’이라면 AA+는 ‘우량’등급이다. 상환 가능성은 AA+는 ‘매우’, AAA는 ‘극도로’ 높다. 게다가 미국이 세계최대 경제 대국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발행권을 갖는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개인 신용이 하락하면 차입비용이 불어나게 마련이지만 미국은 신용등급이 약간 떨어져도 그런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의 관련 기관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강등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의 투매에 나설 가능성은 없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규제당국이나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국채의 안전성을 고려해 신용등급과는 다른 특별한 범주에 둔다. 또 단기 국채는 이번 강등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투매가 나타날 이유가 없다. 투자자들은 수년간 보유자산의 다양화를 추구해 왔지만 근본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최대의 고정수입을 안겨주는 자산이다.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희박하고 달러화는 국제사회의 기축통화다.”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은 어떻게 예측되나.
“일시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주식시장이나 신흥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신용등급 강등이 거론되는 와중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많이 떨어진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자금 유출이 진정되면 다시 미국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부각되면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오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달러를 보유할 동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미국 국채를 대신한 만한 자산이 없다. 또 신용등급 강등사태와 달리 미국 고용지표가 호전되는 등 실물경제가 약간 달리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보다 유럽이 더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미국의 최근 고용지표는 다소 호전됐다. 신용등급 강등에 맞먹을 정도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나빠지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신 6월 하순이후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상황이 더 나쁜 편이다. 이탈리아는 정부빚이 많은 상황에서 긴축조치를 둘러싼 국내 정치혼란이 우려된다. 스페인은 부동산 대출 부실이 증가하고 있고 지방정부의 재정도 나빠지고 있다. 높은 실업률도 문제다. 그리스 등 구제금융 국가보다는 양호한 편이지만 그리스 위기 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들의 채권에 대한 매도세가 집중될 우려도 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등 재정위기 확산을 차단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을 초래한 1차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이번 강등은 미국에 대한 질책이다. 미국 정책결정자에 대한 신뢰는 이미 오래전에 실추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투자자들이 신용평가사의 볼모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신용평가사의 결정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용평가사가 모기지(주택담보채권)의 위험성을 사전에 예고하지 못해 지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으며, 그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악화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정책 결정자와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에서 서둘러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이 다시 AAA 등급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인가.
“분석가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곧바로 다시 AAA 등급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 관계자들도 미국의 재정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려면 수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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