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3. 16:34

※기획회의 280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외견상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초 동유럽 재정불안, 하반기 두바이의 신용경색, 올해 초의 남유럽 재정위기 등 간헐적인 여진(餘震)들이 있었지만 세계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에 힘입어 경제는 ‘불안한 회복’ 단계에 놓여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2008년 9월15일)을 계기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할 당시엔 1930년대 대공황의 재판이 되리라는 예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세계가 블록경제로 분열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몰고온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국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급한 불’은 꺼진 셈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여전히 경기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들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브릭스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슈퍼파워로 전면에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경제가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달러를 기축으로 하는 세계 통화체제에 대한 변화 요구도 거세다. 중국의 위안화가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결제수단으로 등장하면서 달러-위안-유로화의 통화 블록화 양상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어떨까. 

최근 뉴스를 보면 ‘IMF, 한국 재정여력 선진국 최고 수준’ ‘G20중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 등의 찬사들이 잇따른다. 실제로 수출, 외환보유액, 성장률 등 거시지표만을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의 위기대책이 대체로 적절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를 두고 정부-재벌-금융의 ‘삼각동맹’ 체제가 위기를 맞아 다시 신속하게 작동했기 때문(김상조 한성대 교수)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위기 직후 달러를 빌리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미국과 달러 스와프 체결에 나선 것은 자원이 없는 만큼 외환보유액의 확보가 지상과제라는 점에서 적절했다. 금리를 대폭 내려 신용경색을 막고 중소기업들에 유동성을 대폭 공급한 것도 긴급처방으로서 불가피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브릭스 국가군(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한국이 포함돼 BRICK가 될 수 있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정교한 첨단기술로 무장한 경제대국으로 혁신적이며 역동적이고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사진출처 : http://cafe.daum.net/doolleey


하지만 지표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제의 실제 모습은 칭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금융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청년실업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들어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현상은 더 강화됐다. 정부가 뒤늦게 ‘상생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상기후 탓이 크지만 고공행진하는 체감물가는 서민들의 삶을 더 옭죄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최근 변화의 제스처를 보이곤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업, 그것도 일부 수출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형 경제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미 효용을 상실한
건설·투자에 대한 집착도 여전하다. 고용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 4대강 사업에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고,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그나마 평가를 받아온 ‘보금자리 주택’사업도 건설업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축소했다. SSM으로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는 대기업들의 탐욕도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정부의 ‘친서민·친중소기업’ 행보는 ‘악어의 눈물’이 아닌가 의문스럽다. 대기업이 잘되면 그 떡고물이 아래로 흘러 서민과 중소기업도 혜택을 본다는 ‘트리클 다운’논리는 효과없음이 이미 검증됐는데도 이 낡은 철학은 여전히 정부당국자들의 정책운용의 주요한 틀로 작동하고 있다.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우려는 금융위기 직후에 비해서는 약해졌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계체제의 핵심인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부진에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몰핀’주사를 투여해 당장엔 움직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기력을 잃고 쓰러질 지 모르는 형국이다.
1929년 발생한 세계 대공황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까지 10년 가량 지속됐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2010년의 세계경제는 1930년대 전반부의 어딘가와 유사한 국면일지도 모른다. 

세계경제가 위기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인지, 방법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하는 우려들은 그런 차원에서 사그라들지 않는다. 서민들의 체감경기와 괴리가 커지는 한국경제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우리 경제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도 다시 검토해 봐야할 시점이 됐다. 경제서적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대체로 이런 흐름일 것이다.

잠시 몇년전으로 돌아가보자. 2000년대 중반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쓰인 용어중 하나는 ‘레버리지’(leverage)였다. 

차입이라는 우리말을 놔두고 굳이 영어로 ‘포장’을 한 것은 “빚을 내 재테크를 해야 하는”는 사람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은 아닐까.
어느 곳에 어떤 집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신분과 계급이 구별되는, 부동산을 통한 계급의 구분짓기가 급속하게 이뤄지던 한국사회에서 집에 대한 욕망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이 얼마가 됐건 많은 은행에서 많은 돈을 끌어내 요지에 집을 사들인 이들은 승자가 됐고, 이런 승자들의 무용담이 회식자리 곳곳에서 회자됐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제는 언제나 재테크로 흘러갔던 시절이었다.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면서, 자신의 소득보다 훨씬 더 많은 불로소득을 보장해주는 부동산에 대한 흔들림없는 믿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야성적 충동’에 휩싸이게 했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몰고온 결과는 참담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사실 누구도 그들에게 서슴없이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하우스푸어>(김재영 지음, 더팩트>는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담당 PD인 저자가 과도한 레버리지의 후유증으로 신음하는 ‘부동산 피해자’들을 취재한 책이다.
은마아파트 4424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하는, 탄탄한 취재결과를 토대로 재테크에 휩쓸린 중산층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상황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책에 등장하는 어떤 이는 2006년 중반 가격이 7억원에 육박한 분당 신도시 33평 아파트를 4억이 넘는 빚을 내 샀다가 5억원대로 급락한 이후에도 매수세가 끊겨 팔지 못하고 이자만 물게 됐다. 현 시점에서 자산가치 하락으로 2억원 이상, 은행과 이자비용과 부동산 관련 세금납부로 1억원 이상을 손해봤다. 

이런 하우스푸어는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욕망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하우스푸어>는 이런 현상이 빈약한 한국의 사회보장 때문이라는 지적을 빼놓지 않는다.
한국 사회처럼 노후, 자녀교육 문제 등을 개인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서 그나마 부동산이 버팀목이 되는 현실에서 이들의 행위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종신고용 체제가 무너지면서 언제 구조조정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지 모르는 직장인들을 재테크로 달려가게 만든 것은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책임일 수 있다.

하우스 푸어 현상은 좀더 따져들어가면 한국의 기형적 권력체제와도 관련이 있다. 5년 단임제하에서 집권한 대통령들은 재임중 성장률과 주가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호흡이 긴 정책들을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 살리고 성장률도 높이고 관련기업들의 주가도 띄울 수 있는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유혹은 커지게 마련이다.

은행도 공범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현금보유량을 크게 늘리면서 은행들은 돈을 빌려줄 곳이 없었다.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은 인색했다. 어떤 기업이 돈을 빌려줘도 될 장래성있는 기업인지를 가늠해낼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담보가 확실한 주택대출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냈고, 은행들은 너나 할 것없이 부동산담보대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사회전체의 탐욕을 키웠다. 많은 이들이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아파트 광고속에서 자신들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은행이 쳐둔 ‘덫’에 걸려들었다.
<하우스푸어>는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지금도 잔존하면서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부동산 불패신화’의 허구성을 깨닫도록 한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가 펴낸 <경제특강>(더난)은 2008년말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한국의 경제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향후진로를 전망한 책이다. 각국 및 권역경제에 관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한 분석 방법론에 근거해 구조적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한국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세계경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생활은 세계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부동산 못지 않게 열풍이 일었던 주식형펀드. 이 펀드에 가입하는 순간 우리는 고도화된 금융세계화의 회로에 접속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기 안산에 사는 동물병원 수의사가 가입한 해외펀드는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멕시코계 미국인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기반으로 만든 금융파생상품(부채담보부증권)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식이다.
간단하게는 해외여행이나 출장 때 방문국의 환율움직임을 지켜본 뒤 가장 유리한 시점을 택하는 행위도 해당된다. <경제특강>이 내리는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한계상황에 이른 부동산, 청년인턴이나 희망근로 등 단기미봉책에 불과한 정부의 일자리 대책, 늘어가는 저소득층 등 환부 곳곳에 칼을 들이댄다. 올초 출간됐지만 경제특강에서 제시하는 문제의식은 유효하다.



세계 경제, 특히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루비니 교수의 <위기 경제학>(청림)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이번엔 다르다>(다른세상)는 금융위기가 2008년은 물론 그 이전에도 꾸준히 되풀이돼온 인류의 유산임을 확인시키는 책들이다.
책들은 금융위기가 인간의 탐욕과 망각으로 빚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은 새로운 위기를 격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로고프 교수는 <이번엔 다르다>에서 2008년 금융위기 전에 제기됐던 우려들이 어떤 논리에 의해 묻혀버렸는지를 제시한다.

①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고 혁신적인 금융시스템과 가장 큰 자본시장을 갖고 있다
②개발도상국들은 자신의 자금을 안전하게 투자할 장소를 찾는다
③글로벌 금융통합으로 자본시장은 더욱 발전했고 각국 정부가 더 많은 부채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④새로운 금융신상품들은 새로운 채무자들이 모기지(주택대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 몇가지 논리의 밑바탕에는 과학적 예측보다는 미신에 가까운 믿음들이 자리한다. 이는 얼마안가 신기루였음이 드러났고, 맹신의 대가는 엄청났다.

한국경제의 현상인 ‘하우스푸어’나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다를게 없다. 과다한 차입에 의해 쌓아올린 경제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단순한 명제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나 고위관료들조차 “지금의 호황은 과거와 다른 요인들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강변하고, 자기논리의 포로가 되는 일들이 되풀이됐다.
로고프 교수는 얼마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가 수년내 재발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그 이유가 걸작이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최근의 위기가 너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는 몇가지 중대한 물음들을 던졌다. ‘시장이냐, 정부냐’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위험성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큰 정부가 나쁘고 ‘작은 정부’가 좋다는 신자유주의의 논리가 맹목적인 규제완화로 이어지면서 위기를 잉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목적 시장주의 뿐 아니라 반대로 정부의 영역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인지도 고민해야 할 주제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도경제학의 대가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넘어>(랜덤하우스코리아)는 이런 물음과 관련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스트롬은 경제학 이론중의 하나인 ‘공유의 비극’이 갖는 오류를 실증적인 연구사례를 들어 밝혀낸다. ‘공유의 비극’론은 지하수, 산림, 연안어장 등 공유자원이 사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에 의해 고갈돼 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유화되거나 정부에 의해 규제돼야 한다는 논리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고민해 봐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오스트롬은 공유자원을 전통적으로 관리해온 집단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자치적 방식에 의해 풀어나갔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외재적인 권위나 제도없이도 참여자들 자체적인 방식으로 훌륭하게 해법을 모색해왔음을 확인한다.
자치와 자율이라는 원리를 활용해 경제나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발상은 형식적 지방자치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고용불안의 현실  

경제위기의 고통은 늘 어렵고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되게 마련이다.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당면현안은 역시 실업문제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후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무산계급)나 프리터 등 불안정한 고용이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왔다. 경쟁에서 밀려난 회사들에서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그 빈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진다.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할 청년세대들의 고용불안 현상은 어느 나라에서나 엇비슷한 풍경이다. 한편으로 첨단기술에 의한 자동화로 대규모 제조업 공장에서 사람이 불필요하게 된다.

제러미 리프킨이 1990년대에 <노동의 종말>을 통해 고용없는 경제의 미래상을 진단한 바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고용문제는 더욱 심각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제러미 리프킨은 물론 어떤 학자들도 이 문제에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고용문제는 기계에 의한 인간노동의 대체라는 세계 보편적 현상과, 국내 공장의 해외이전이라는 일국적 차원이 겹쳐 나타나는 중층적인 난제다.

이와 관련해 일본 민주당 정부가 고용문제에 대한 인식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고용정책연구회는 지난 7월 ‘성장이 고용의 토대’가 아닌 ‘고용이 성장의 토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고용대책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1990년대 일본경제의 버블이 붕괴된 이후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내수부족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경제의 활력을 빼앗았다는 반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
보고서가 해법으로 제시한 개념은 ‘새로운 공공성’이다. 향후 일본경제의 새로운 주력은 제조·건설업이 아닌 사회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돼야 하며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서비스에 종사하는 이들의 임금수준을 높여 이 부문에 실력있는 인재들이 투입되면 그만큼 복지서비스의 질도 좋아지고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도로를 깔아 예산을 낭비하는 ‘구태’ 대신 사람에게 투자하는 새로운 길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과잉노동, 불안정 노동이 경제의 활력을 빼앗는 마이너스 섬 게임의 논리에서 탈피하려는 일본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고용현실은 일본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 도처에서 ‘불안노동’의 거대한 행렬들을 목격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쓰다 버려지는 ‘일회용’ 파견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데도 이를 다룬 대중서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기자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4천원 인생> 정도가 눈에 띄지만 이 역시 현상의 단편만을 다뤘을 뿐이다.
노동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이 정책제언을 위해 내놓는 보고서들은 지나치게 전문적이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그 이후에도 일자리의 문제는 경제의 핵심쟁점이 될 것이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읽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하다.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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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늴리리야 2010.09.24 09: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침 이번호가 집에 왔길래 오늘 출근길에 읽었습니다요.
    저로서는 날마다 뉴스에서 들으면서도 뭔 소린가 싶은 영역이지만
    경제 관련 책을 만드는 것도 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주 써주세요. ^^

  2. 아지 2010.09.24 1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읽어주다니 고맙구나~

  3. 이종탁 2010.09.24 2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의동의 동네에 들러보니 여러가지 신기한 곳이 많네요.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이종탁

  4. 내가 서민 자식만 아녔다면... 2010.09.26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값이 너무 비싸 사읽긴 힘들고...
    암튼, 이런 블로그가 없었다면 저런 책이 있었는지조차 알 지 못했을 것!
    감솨~ ^^

2010. 9. 17. 11:18

서의동
 

지난 2일 오후 도쿄시내 JR 다마치 역. 평소 2~3분이면 오던 열차가 10분 넘게 지연됐다. 잠시후 “인명사고 때문에 열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인명사고란 자살사고를 의미한다. 열차를 기다리던 시마다 아사코(62·여)는 “JR 노선 중에서 특히 외곽을 잇는 노선에서 인명사고가 많다”며 “금융위기 이후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시내 중심가의 지하통로에는 70대로 보이는 노숙인이 섭씨 30도가 넘는 온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통로바닥에 누워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의 빈곤지원단체인 호토포토의 후지타 다카노리 대표이사(28)는 “금융위기 이후 네트카페(PC방) 숙식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상담건수는 2007년 147건에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05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일본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해 잠시 회복세로 돌아서는가 했더니 올 들어 다시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수출에 비해 수입이 크게 줄어 초래되는 ‘불균형 흑자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엔고현상을 부르는 악순환도 재연되고 있다. 

일본경제의 고전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5월 기계수주는 시장의 예상치(전월대비 2.5%)를 크게 밑도는 9.1% 감소했고, 6월 광공업생산지수도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지난해 V자 회복을 한 일본경제가 올들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최근 지표들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우려가 커졌다. 

도이츠증권 아다치 세이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고현상과 아시아 수출감소, 개인소비 둔화 및 저축률 증가가 예상치 못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일본의 대중수출이 올들어 급감한 데다 엔고현상이 강화된 것이 기업 경쟁력 약화를 가져온 것이다. 

민간소비도 최근 들어 둔화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의 세금우대 조치로 일었던 내구재 소비붐이 외식·숙박 등 서비스 부문으로 옮아붙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지난 5월 민간소비 지표를 보면 음식서비스업은 전달대비 1.3%, 숙박업은 2.4%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금융위기 이후 급감한 뒤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 

대학강사인 이와사키 요시코(59·여)는 “금융위기 이후 가계에서 여행과 외식비, 강습비를 줄였다”며 “아이가 있는 집에서 가정교사비를 줄이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 인근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토오 마사토시(39)는 “일본 국민들은 ‘잃어버린 10년’ 이후 특히 금융위기 뒤 적극적인 소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엔고로 다시 한번 실직이나 경제위기가 닥쳐오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관광산업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불어닥친 엔고로 관광산업은 또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도쿄 인근 유명 온천지역 닛코에서 일하는 노무라(32)는 “엔고로 한국과 중국 및 유럽인들의 관광이 크게 줄었다”면서 “골프장도 고객이 줄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지속하게 되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커진다. 수출·내수·설비투자 등 3가지 지표가 모두 둔화되면서 회복세가 다시 꺾일 가능성이 있다. 

아다치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더블딥 가능성도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중국 등 해외의 긴축완화를 기대하는 것 외에 경기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에노의 아메요코초 copywrite by 서의동


 
전문가들은 엔고현상은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질수록 심화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증가하거나 수입이 감소할 때 커지는데, 일본의 최근 엔화 강세는 수입감소형 불황형 흑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비가 줄면서 수입이 감소한 것이다. 

우에노 히사시(45)는 “과거와 같이 젊은 남성들이 자동차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80년대에 나온 음향기기인 워크맨처럼 사고 싶은 일본 제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국기업이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일본업체들을 인수하는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제국 데이터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8월 현재 중국기업이 출자한 일본기업은 611개사에 달한다. 경영난을 겪었던 교토의 태양전지 부품생산업체인 에바테크가 올초 중국 랴오닝고과능원집단에 45억엔(약 630억원)에 인수됐다. 
터치패널의 필름 제조업체인 나고야시의 토산필름도 중국계 펀드에 인수됐다. 박근호 시즈오카대 교수(경제학)는 “일본 기업들은 물건만들기에는 강하지만 전략적인 판단에는 서투르다”며 “최근 중국이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쟁국인 대만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경제의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민주당 정부는 저소득층 가계의 소득증대에 따른 내수확대로 경제를 선순환시키겠다는 목표아래 각종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8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된 것은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적자와 엔고에 따른 기업 해외이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내수감소 등 산적한 경제과제를 해결하려면 세제개혁을 비롯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수기구 주임연구원은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소비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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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 위정자들이... 2010.09.26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일본을 쫓아가고자 무척 열심히 노력중이잖아요~
    조만간 한국서도 저보다 더한 걸 보게될 거 같은 데...

    제길...

  2. 서의동 2010.09.26 1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이미 그렇게 돼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그나마 일본은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게 그나마 다행인 것 같고요.

2009. 5. 14. 18:11

시중에 풀린 800조원이 주식·부동산시장 호황 이끌어

최근 우리 경제에는 두 가지 신호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호평을 늘어놓고, 주식시장도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4월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이 넘어갈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고가 나오는가 하면, 하반기 경기가 다시 침체 기미를 보이며 더블딥(Double dip)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에 대한 신호가 이처럼 혼재한 것처럼 보이지만 둘 다 한국 경제의 실제 모습이다. ‘동전의 양면’ 혹은 ‘야누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이 현상의 근저에는 ‘지나치게 많이 풀린 돈’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의 체력은 좋은가

한 나라의 경제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환율이다. 한국은행 김성 과장은 “한 나라의 경제에 대한 평가는 결국 돈으로 바꿀 때 비율로 나타난다”며 “평가가 좋으면 높은 비율로 쳐줄 것이고, 낮다면 디스카운트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환율 급등(원화 가치 폭락)의 이유도 따지고 보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고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자본수지마저 나빠졌다.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수출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쓴 것도 작용했다.
하지만 환율은 지난해 한때 1500선을 넘어 고공행진하다 최근 들어 1260원대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는 최소한 한국 경제가 미국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세계 주요국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뜻한다. 한국의 원화가 기축통화, 혹은 중국의 위안화처럼 역내에서 통용될 정도의 힘이 없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할인율까지 감안한다면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환율 한 가지로는 경제 체력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가 늘어나는 것과 상관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주식투자가 늘어난 것은 한국 기업들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긴 하지만 경제의 주체는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와 가계도 포함되느니만큼 주식시장만으로 전체 경제 상태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경제 분야에서 흔히 쓰는 용어인 ‘펀더멘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 기초 여건’으로 풀이되는 펀더멘털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상수지 등 주요 거시 경제지표들의 상태를 가리킨다. 경제성장률은 알다시피 바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4.3%를 기록했다. 3월 취업자 수는 231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5000명 감소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3월 경상수지는 66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를 보였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는 것은 시중에 풀린 800조 원의 유동성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렸고, 정부도 대규모 재정지출을 하면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다. 이 돈들이 생산적인 투자로 흐르지 않고, 자산시장에서 거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자산시장으로 불리는 주식·부동산 시장은 풀린 돈의 힘으로 활황세를 보이고 있을 뿐 실물경제 회복은 아직 불투명하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연구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제의 봄기운을 느낄 수 없다. 참석자들은 경기 회복 강도가 미약하고,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 경기 회복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확장적 거시정책 효과를 제외한 민간의 자생적인 경기 회복력은 아직 미흡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시 말해 정부가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로 자금을 풀어 실물경기를 부축해야 간신히 경기가 굴러가는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과 2008년의 성장률을 합한 평균이 3.7%인데 이중 정부 부문의 기여도는 0.6%포인트였다. 하지만 올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4.3% 중 정부 부문의 기여도는 1.5%포인트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재정집행을 하지 않았다면 올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5.8%로 내려갔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이 파산할 가능성,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다. 급등했던 환율이 내려가면서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은 가능한가
최근 영국 정부는 연소득 15만 파운드(약 3억 원) 이상인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 주요국이 금리인하와 재정 확대라는 ‘양적 확대’ 정책으로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그 반작용으로 재정 이슈가 등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영국의 재정 적자 심화와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움직임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 소비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공조화로, 간신히 안정권에 접어든 시장이 재차 균열될 수 있다. 또 한국 경제가 상반기 대규모 경기 부양으로 경제를 떠받친 뒤 하반기쯤 가시화될 선진국의 경기 부양 흐름을 탄다는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공조화된 경기부양책이 재정 이슈 탓에 기대 이하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며 “상반기 집중된 재정 지출로 하반기 정책 공백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 기조 유지가 어려운 여건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의 지연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경제의 무역의존도를 나타내는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110.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높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내수 부문이 취약하고, 대외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지난해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에 맞먹는 글로벌 시스템 위기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의 파산은 제조업체 수십 곳이 동시에 쓰러지는 것에 맞먹는 충격을 안겨준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현지의 분석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리먼 브라더스를 파산시켰던 것에 대해 정책당국자들 내부에서 비용만 더 키우는 ‘정책 오류’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은행 파산과 같은 형태의 충격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경기 침체가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면 한국 경제는 길고 더디지만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 시점은 아직 가늠하기 힘들고, 하반기 회복 여부도 장담하기 힘들다.  

2009-5-14 [위클리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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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11. 14:01
주말에 할인마트에 가거나 홈쇼핑 채널을 지켜 보면 공산품 값이 의외로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산 여성용 방한코트의 가격은 고작 4만원. 어느 브랜드의 어떤 소재를 썼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디자인도 그런 대로 갖췄고 한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 불만이 없다고 한다. 딸아이의 부츠도 2만5000원에 그럴싸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이 역시 저렴한데다 상품자체의 ‘사용가치’에 적합한 구색을 갖췄다. 

물론 사교육비와 집값 등을 포함해 세세하게 따져본다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는 차이를 보이겠지만 어쨌건 1980년대 이후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여 왔다. 본관로비 중앙에 ‘물가안정’ 글씨를 새겨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5~3.5%인데 2000년대 들어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근대화 초기인 1965~1970년대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14%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저물가는 국내적 현상만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의 선진국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안팎, 개발도상국도 2001년 이후 5%대에 머물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도 안정세가 지속돼 왔다. 

저물가엔 여러가지 요인이 개입돼 있다. 우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제품당 생산단가가 하락한 데다 경제의 글로벌화 진전으로 보호관세가 낮아지면서 국내외 기업간 경쟁이 격화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임금단가가 싸진 것도 한 요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저가상품을 세계에 공급하면서 중국발(發)‘할인마트 효과(sale market effect)’를 가져왔던 공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 

어쨌건 우리 소비자들은 지난 20여년간 물가문제에 대해서는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고 견뎌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한국은행의 2008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올해보다 0.8%포인트나 오른 3.3%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생산자 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올라 2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물가는 더욱 심상치 않아 10∼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6.5%의 상승세를 보였다. 싼 임금을 기반으로 세계에 저렴한 상품을 공급해오던 중국이 소비의 주체로 변신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국제유가 급등에 이어 곡물가격까지 꿈틀대면서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예로부터 물가는 민심과 밀접하게 얽혀 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휩쓴 초(超)인플레이션이 독일에서 나치즘,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을 태동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에서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권하에서의 물가폭등이 민심이반을 부르면서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하게 되는 원인(遠因)으로 작용했다.

대통령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의 관심은 다음 정권에선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건지에 쏠려 있다. 하지만 내년은 서민들에게 더욱 힘든 한해가 될 것 같다. 경제가 정치로부터 분리돼 가는 요즘, 새 정부라고 해서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대외변수들이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도 이런 기대를 더 어렵게 한다. 하지만 경제에는 ‘심리’라는 영역도 있다. 경제주체들이 새 희망을 안고 송구영신(送舊迎新)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경제를 북돋우는 정치가 이번 선거로 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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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22. 15:18

정태인 전 청와대경제비서관이 FTA와 관련한 발언으로 화제를 부르고 있는데 정비서관과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정도가 있을때만 해도 청와대 참모구성이 이렇게 경도돼 있진 않았다고 한다. 정비서관과 이정우 위원장이 날라간 이후 재경부 출신들과 미국 변호사 출신인 김현종 본부장이 그야말로 활개치는 양상이 됐다.


미국식 사고로 똘똘뭉친 이들은 교육,의료도 다 개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개방와 사회양극화는 동전의 양면이란 사실은 별로 강조하지 않는다. 동네 구멍가게들이 홈플러스, 이마트 때문에 문을 닫고 동네 식당들도 할인점내 푸드코트에 밀려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의 후생이 그만큼 증대했을 수 있다. 그러나 취약부문 종사자들이 하나둘씩 몰락하면서 내수가 줄어드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즉 개방을 할려면 실업, 사회양극화에 대한 안전망을 갖춰놓고 해야 한다. 전직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적어도 시늉은 내야 한다. 정부는 한미 FTA를 비롯해 개방경제가 되면 양질의 버젓한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고 한다. 취약부문의 실업자들이 그쪽으로 재취업할 수 있다는 암시를 흘린다. 그러나 생각해보시라. 미국 농산물의 융단폭격으로 농사를 포기한 농부들이 몇개월 교육받고 금융회사의 직원이 될 수 있겠는가? 
한양대의 한 교수와 같이 세미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교수왈 "우리가 세계 자살 2위에 이혼율도 세계 상위권, 불완전고용률은 OECD 1위다. IMF이후 이라크전쟁보다 더 심각한 전쟁상태에 돌입해 있다"고 개탄하더라. 출산율이 1.08로 세계 최저수준(홍콩이 0.95로 최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IMF이후의 한국사회는 사실상의 전쟁상태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물론 그 효과가 서서히 오기 때문에 IMF처럼 충격적으로 체감되지는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FTA체결이후 10여년쯤 돼 돌아보면 우리가 얼마나 처참한 길을 걸어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코 미국에 대해 "할말을 하겠다"는 식의 언사를 쓴 일이 없다. 그러면서도 남북협력은 물론 아세안+3라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기반을 닦았다. 외환위기 상황을 반성하면서 역내 협력방안을 나름대로 모색해왔던 것이고 그 성과도 상당히 평가를 받았다. 결코 '반미'를 입밖에 안내면서 외교적으로 다변화를 꾀해왔다. 
이런 자산은 노무현대에 들어 싸그리 날라갔다. 기본적으로 청와내 참모들중에서 동아시아 협력의 성과들을 이어받아 업그레이드시킬 만한 역량을 가진 존재가 없었던 것이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대학교수의 말임) 동북아위원회라는 거창한 기구는 띄웠지만 동아시아 협력을 위해 한일은 별로 없다. 일본과 싸우기나 했지. 일본과 중국은 지금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에 구애경쟁이 치열하다. 참여정부도 뒤늦게 아세안과 FTA협상을 진행중이긴 하지만 적어도 외교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놓고 체계적인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은 아니다. 반미를 이야기하며 동북아 중심국가론을 떠들어 대던 노무현 정부의 지금 외교모습은 어떤가. '친미'에 아시아 무시다. 



박근혜의 피습과 한국 경제



박대표가 테러를 당한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80년대 중반이후 등장한 우리사회의 중산층이 몰락하고 양극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현상과 연계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중반에 이르던 시기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 등 정치적으론 암울했지만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중산층의 존재가 부각되던 시기였다. '3저 호황'이라는 특수에 힘입어 한국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고 병영이나 다름없던 일터에서도 점차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 싹트면서 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계층의 허리가 부풀어오르는 항아리형의 사회로 변화해 갔다.

당시엔 '개인택시'만 몰아도 중산층의 꿈을 이루던 시대였다.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관용(똘레랑스)'이라는 미덕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던 때이기도 했다. 회사에 들어가면 종신고용 형태로 적어도 50대 후반~60세 정도까지는 고용이 보장됐다.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를 '기업복지'라는 특이한(우리와 일본만 있는) 제도가 대신해 줌으로써 생활에 안정감도 실어주던 시기였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심각하지도 않았고 집이 못살아도 고등학교때 열심히 공부하면 명문대에 들어가기가 지금보다 훨씬 쉬웠다.(전두환이 교육정책 하나는 잘 만들었다)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신분상승이 (제한적이나마)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꿈이 있었고, 꿈이 이뤄졌다. 당시에도 빈민계층의 존재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사회의 공통의 가치(당시엔 민주화)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커뮤니티'의식이 점차 싹트던 시대였다.

그러나 중산층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붕괴됐고 지금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세계가 됐다. 삼성 임원진의 연봉이 평균 80억원대라는 발표가, 어느 은행장이 스톡옵션으로 수억원을 벌었다느니 등등 부유층의 동정에 대한 가십성 기사가 신문경제면이나 인터넷의 주요뉴스로 등장한다. 이들과 일반 평사원들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기만 한다. 

지금은 꿈이 없는 시절이다. 소득양극화는 사회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파괴한다. 자기와 다른 계층을 부러워 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해 저쪽으로 진입해야지 라는 꿈은 망상에 불과하다. 꿈이 깨진 자리에 적대감이 파고든다. 박대표를 피습한 자의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이 있었을까.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열성당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보단 꿈을 잃어버린 이들이 사회를 향한 분노와 적개심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불행히도 앞으론 이런 사회적 갈등이나 폭력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제 부유층들이 사는 동네에는 브라질 처럼 장벽이 드리워지고 사설경찰이 24시간 출입자를 감시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노무현이 주창한 '좌파 신자유주의'와 그 빌어먹을 이념하에 집행되는 각종 정책은 이런 사태를 앞당길지도 모른다. 계층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그 적대감이 정치적으로 확대재생산되는 지금 시대에선 나와 내 가족의 신변안전이 늘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내가 꼼양에게 무술을 가르치려는 것도 이런 이유와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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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22. 15:15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정문수 대통령 청와대 경제보좌관. 현재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실권을 쥐고 있는 이 3인방의 머리속에는 국민경제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대신 개방경제를 금과옥조처럼 맘속에 모시고 산다. 국민경제와 개방경제의 차이점은 여러가지지만 가장 큰 것은 개방경제는 서민경제에 대한 배려와 고용창출 의지가 희박하다는 점이다. 이들의 정책집행 과정을 살펴보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대표적인 몇가지를 추려본다. 


1. KT&G(옛 담배인삼공사)사태 수수방관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KT&G의 주식을 매집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그들은 한국인삼공사를 매각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경영개선 요구를 하면서 KT&G를 압박, 결국 주식차익을 얻어내고 이사를 1명 진출시키는데 성공했다. 칼아이칸은 기업인수합병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토막살인자'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악명높은 기업사냥꾼이다. 이런 넘들이 대표적인 공기업을 노리면서 경제계에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퇴임한 박승 한은총재, 현직의 윤증현 금감위원장 등까지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목소리를 높였는데도 한덕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고 현재 제도로도 충분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미국만 해도 엑슨-플로리어법이란게 있다. 이는 연방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에너지, 통신 등 기간산업이나 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경영권 획득을 직권으로 봉쇄할 수 있는 제도다. 엄청 강력한 법이어서 두바이가 미국의 항만 운영권을 인수하려다 이 법에 걸려 포기했다. 유럽이나 일본도 황금주(단 1주만 가지고도 중요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으로 주로 기간산업의 주식을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나 포이즌필(적대적 M&A가 일어날 경우 현행주주에게 신주를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 신 주주의 주식비율을 낮추는 장치) 등을 도입하고 있다. 

KT&G뿐 아니라 포스코, 국민은행,KT 등 공공성이 강한 우량기업들 상당수가 외국인 주식비율이 절반이 넘어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이다. 

2. 한미 FTA

참여정부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고 여러가지 찬반논쟁이 붙고 있지만 국민경제 관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보면 우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과 업종에서는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다. 특히 맘먹고 큰 돈 빌려 농사에 뛰어든 대농들중 상당수가 몰락하게 된다. 또 제조업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종은 구조조정의 피해를 입게 된다. 금융분야에서도 경쟁격화에 따라 대거 실업자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운명은 뻔하다. 정규직->임시직->일용직의 코스를 밟아 도시빈민층으로 편입된다. 
소비자 후생의 측면에서 볼때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의료시장이 개방될 경우 사보험 도입, 국민건강보험 제도 붕괴의 우려가 크다.(정부는 막겠다고 하지만 어찌될지 봐야 한다)
법률시장에서 외국로펌이 진출해도 더 나은 서비스를 더 헐값에 받는다고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변호사 수임료가 올라갔다는 사례가 있어 확실치 않다. 값싼 수입농산물이 들어온다지만 광우병에 GMO농산물 천국인 미국의 농산물을 맘편히 먹으 수 있겠는가. 교육서비스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진출로 교육 가수요만 늘려 사교육비 부담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출이 확대된다고? 자동차의 경우만 보면 통상마찰(특히 미국이 반덤핑 제소를 남발하는 바람에)을 피해 국내 메이커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한 상태여서 관세인하에 따른 혜택은 거의 없다. 오히려 미국현지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형편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FTA에서 투자보호조항이다. 정부가 오는 6월5일 워싱턴 1차 협상을 앞두고 마련한 투자관련 조항에는 '투자자의 이행의무 부과’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즉 다국적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해 기업을 내거나 국내기업을 인수해 운영할 경우 고용승계나 장애인 의무고용 등을 하지 않다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6개월만에 견실한 중견기업을 청산해 1300명의 실업자를 낳게 한 외국자본의 오리온전기 인수와 같은 '고용무시, 자본이득 극대화후 단기청산'이라는 사례가 빈발할 우려가 크다.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탈 등등 정체불명의 펀드들이 횡행하면서 국내기업을 토막살인한 뒤 유유히 사라지는 행태가 투자보호라는 미명하에 합법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정부는 물론 세금도 걷고 하겠다고 하지만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졸지에 그만둬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보상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FTA가 되면
공공기업의 민영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싱가포르와의 협상에서 미국은 공기업 민영화의 성과를 따낸 바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야 잘 알 것이다. 전력, 통신, 가스 등 공공재의 민영화가 영국의 철도참사, 미국내 정전사태 등을 불러왔다는 점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자기네들이 개발한 특허신약의 제값을 받겠다는 명목으로 카피약품 생산 유통을 제한하려는 시도도 관심사다. 이럴 경우 약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이미 태국과의 FTA협상에서 미국이 자국에서 개발한 에이즈 치료약의 가격보장을 요구하면서 57만에 이르는 에이즈 환자들이 약값을 대지 못해 생명을 위협당할 처지에 놓여 반발한다는 외신보도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의 개방도 겁나는 대목이다. 우리는 대체로 두가지 방향으로 개방을 계획중인데 신금융서비스와 국경간 거래 허용이다. 신금융서비스란 파생상품, 옵션상품, 선물거래 등 다양한 첨단금융기법으로 만든 금융상품을 원칙적으로 대폭 풀겠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금융자본이 크게 발달한 나라여서 거기서 만들어내는 각종 파생금융상품도 첨단이다. 우리 금융기관은 상상하기도 힘든 상품들이 대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게 된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금융기관들중 경쟁력이 약화되는 곳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국경간 거래인데 이는 미국의 은행이나 투자증권회사가 국내에 지점이나 주재원을 두지 않고 인터넷 등을 통해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 금융감독기관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만약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제대로 구제받기도 힘들게 된다. 영국의 투기성 펀드인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사건때문에 금융감독원이 1년여동안 조사를 했는데 영국의 금융감독청에 가서 협조를 요청했지만 상당히 비협조적이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앞으로 금융시장을 열어놓을 경우 제대로 리스크를 알리지 않은 상태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일이 숱하게 많을 것인데 그때마다 우리 금융감독원이 미국의 금융감독기관에 협조요청을 해야 할텐데 과연 원할히 되겠는가. 소비자들의 피해가 제대로 구제되겠는가 의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는 국경간 거래는 신중하게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협상과정에서 얼마나 관철될지가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칭 '신자유주의 좌파'라고 한다.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주의이자 주주자본주의이다. 기본적으로 금융자본들은 경제고성장과 투자를 싫어한다. 실물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자기들이 갖고 있는 돈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주주로 있는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종업원을 자르고 사업부문을 매각해 수익성을 높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칼 아이칸이 KT&G에 대해 한국인삼공사를 매각할 것을 주장한 것이 좋은 예이다. 
외국자본의 지분이 절반을 넘는 한 통신서비스업체는 통신망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주주들이 자본의 회수기간이 5년을 넘기는 사업투자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5년정도만 기다리면 투자의 결실을 볼 수 있는데도 그렇게 안한단다. 

우리 경제가 매년 4~5%의 저성장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주주자본주의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힐퍼딩이란 학자를 아는지)힐퍼딩에 따르면 금융이 실물보다 커지면 그 경제는 병든 경제인 것이다 . 경제의 혈맥이 자꾸 순환해줘야 하는데 한곳에 몰려있는 형국이다. 은행들은 사상최대의 수익을 지난해 거뒀다고 신문들이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실상은 어떤가. 대부분 기업에 돈을 빌려주기 보다는 소매금융(부동산 담보대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증시가 좋아졌다고 하는게 경제지표가 될 수는 없다. 증시에 몰린 자본들도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실물투자를 싫어한다. 인플레가 뒤따르고 돈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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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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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6. 23. 15:07
외국자본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요?

론스타, 브릿지인베스트먼트홀딩즈 등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자본에 대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은 다 아실테고. 설익은 경제민족주의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얘네들 하는 행태는 진짜 못됐다.

외국계자본들이 하는 수법은 간단하다. 

국내 부실기업들을 헐값에 인수->고배당,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자본 회수->국내 기업에 비싸게 되파는 3단계 과정을 통해 엄청난 차익을 챙긴다. 
더구나 세금도 안낸다. 우리와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은 나라에 법인을 등록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라부안, 버뮤다, 바하마 등이 많다. 여기선 세금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두면 한국에서도 안내고 그쪽에서도 세금이 면제된다. 

미국계 론스타펀드는 지난 2001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사들였다가 최근 재매각해 2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또 2003년엔 극동건설을 인수해 유상감자 등을 통 해 890여억원을 거둬들였다. 론스타펀드는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은 벨기에에 법인을 등록하는 방법으로 국내에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미국계 뉴브리지캐피탈도 올해초 제일은행을 영국계 스탠다드차 타드은행(SCB)에 매각해 1조1500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둬들였으나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법인을 등록해놓아 과세를 피했다.

고배당과 유상감자는 이들이 쓰는 주특기다. 고배당이란 회사가 연말 결산을 한뒤 이익금을 주주들엑 현금이나 주식으로 나눠주는 것인데 통상 회사는 내년도 투자를 위해 배당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얘네들은 60%안팎의 고배당을 한다. 말하자면 회사피를 빨아먹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량기업들도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익이 3억원에 불과한 회사의 배당금이 50억원이나 된 사례도 있다. 

유상감자라는 건 회사의 자산과 자본금을 같이 줄이는 것을 말하는데 자본금을 빼내는 수법으로 동원된다.  대주주들이 이사회나 주총을 통해 이렇게 고배당과 유상감자를 요구하면 회사는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주식회사라는게 주주들의 권리행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고 더구나 대주주니까 말이다. 
이런 회사는 미래가 없다. 피를 다 빨린 회사들은 빈혈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빈혈증에 걸린 회사들을 외국계 자본들은 국내기업에 매각하거나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산해버린다. 회사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수법에 걸려든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제일은행이 그랬고 극동건설이 그랬다. 은행이라 함은 명목상으론 민간기업이지만 국가기간산업에 속하는데도 IMF이후의 정부는 무슨 생각에선지 은행까지도 외국에 팔아넘겼다. 

물론 당시엔 외화가 부족해 한푼이라도 아쉬웠던 측면이 있었지만 정도가 지나친 것임엔 틀림없다.  외국자본에게 팔린 제일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등에 대한 신용대출은 절대 안한다. 쉽게 말하면 기업의 장래성을 보고 돈을 선뜻 빌려주는 그런 짓은 안한다. 
안전주의의 영업을 하기 때문에 돈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왜 그런가. 주주들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내에 수익을 내서 투자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언제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줄 여유가 있는가. 더구나 떼일수도 있는데...

외국자본에게 문제가 많지만 그러나 걔네들만 탓할 순 없다. 우리가 이렇게 헐렁하게 제도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본이란 돈을 쫓아다니게 마련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정부가 심각성을 알아채고 이러저러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지만 어쨌건 뒤늦게나마 이런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기간산업 등이 외국자본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진작부터 여러가지 제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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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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