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맛 30

[미야기 올레] 7년전 그곳을 걷다

일본 미야기(宮城)현은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일본 특파원 근무를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고, 그 사흘 뒤 쓰나미 피해현장을 취재하러 렌터카를 몰고 센다이(仙台)까지 갔다. 센다이는 간선도로인 국도 4호선에 건물잔해와 쓰나미로 떠밀려온 차량들이 뒤엉켜 통행이 불가능했다. 원래 이와테(岩手)현에 가려고 했지만 더이상의 북상은 포기해야 했다. 택시를 잡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의 피해 현장에 접근해 취재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후쿠시마를 포함해 도호쿠(東北)으로 불리는 미야기, 이와테현을 특파원 재임기간중 7번 찾았다. 살아남은 이들의 생활은 고달팠다.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비좁은 가설주택에서 고역의 일상을 보냈다. 마을 커뮤니티를 잃은 노인들은 가설주택 삶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여행의 맛 2018.10.20 (1)

'국가주의'와 '스마일 이모티콘'이 공존하는 타이베이 거리

타이베이의 건물들에 이어 여행중 느낀 점을 간추렸다. 타이베이 물가도 정리해 봤다. ■보행자, 자전거, 오토바이 이용자에게 편한 거리 타이베이 시내 건물은 대체로 '기루'라고 불리는 보행자용 공간을 두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1층의 바닥면적을 2층 이상보다 작게 짓는다. 인도쪽으로 면한 공간을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도록 내주는 것이다. 2층부터는 바닥면적을 원래대로 늘려 건물을 지으니 지붕역할을 하게 돼 이곳으로 다니면 비를 피할 수도 있다. 인도외에도 이 '기루'로 다닐 수 있으니 그만큼 보행자들의 공간이 넓다. 인도에는 차도쪽 공간에 흰색 페인트로 자전거 도로를 표시해 놓는다. 행인들도 웬만하면 그쪽으로는 다니지 않는다. 인도 자체가 널찍한데다 '기루'까지 있으니 그쪽으로 갈 이유가 많지 않다.차도..

여행의 맛 2018.01.29

도시재생의 본보기 타이베이

지난해 겨울 휴가에 이어 올해에도 대만에서 5일간의 휴가를 보냈다. 지우펀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것외엔 주로 타이베이 시내를 어슬렁 대며 배고프면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부라부라' 형 휴가였다. 타이베이는 볼수록 마음에 드는 구석이 많지만 특히 '도시재생'면에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이번에 처음 가본 '화산1914창의문화원구'라는 곳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과일주 공장이 있던 곳인데 공장건물들을 철거하지 않고 고스란히 살려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타이베이 도심에 있는 이 공장터를 지금까지 그대로 둔 것도 신기하다.(한국 같았으면 벌써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었을지도...) 창의문화원구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통통튀는 창의력 만점의 물건들을 파는 공간, 오르골 전시장, 카페, 식..

여행의 맛 2018.01.27

가미코치(上高地)의 풍경들

가미코지는 나가노현 북알프스 남쪽에 있는 평원이다. 5월에도 꼭대기가 눈에 덮인 3000m급 산들이 줄지어 있고, 연간 150만명이 찾는 관광지면서도 자연경관이 거의 원시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연못에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어도 내버려둔다. 그 쓰러진 나무가 또 자연의 일부가 된다. 숲속에 난 길을 걷다보면 원숭이들이 길가에 나와 태연하게 사람들을 맞이한다. 가미코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금요일 저녁 도쿄 신주쿠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2시간반 걸려 마쓰모토(松本)에 도착해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아침일찍 다시 역으로 가 가미코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신시마시마(新島島)역까지 가는 완행열차(30분)를 타고 내린 뒤 다시 가미코치로 1시간쯤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기차가 운행하는 거리는 그리 길지 않..

여행의 맛 2012.06.22

도쿄의 우울 - 2010년 8월

8월9일 도착한 도쿄는 잔뜩 흐려 있었다. 하네다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하마마츠초로 이어지는 이 곳은 도쿄의 대표적인 공장지대. 먹구름과 살풍경한 공장지대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하마마츠초 부근의 한 역사. 철도왕국답게 복복복선 쯤 되는 철도레일들이 도심을 통과하고 있다. 배낭이나 여행가방을 잔뜩 짊어진 여행객들에게 도쿄여행은 아주 괴롭다. 역마다 꽤많은 락카가 있지만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없다. 이날 밤 시즈오카 행 신간선 표를 끊어놓고, 락카를 찾았지만 도쿄역 구내락카는 빈자리가 없었다. JR로 한정거장 떨어진 유라쿠초까지 갔지만 없었다. 유라쿠초 빅카메라 지하와 지하철간 통로에 있는 락카를 간신히 발견해 이곳에 여행가방을 꾸겨넣었다. 락카 찾는데만 1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고용난민..

여행의 맛 2010.09.13

[오키나와 통신5] 슈리성, 오키나와 해안, 그리고 시마우타(島唄)

나츠카와 리미가 부른 시마우타입니다. 근데 산신(사미센) 반주가 없으니 별로네요. 오키나와 동쪽 해안입니다. 비행기에서 보면 특히 잘 보이는데 산호군락의 영향으로 바닷빛이 군데 군데 옥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 해안가에서 육지쪽으론 학교가 하나 있는데 과소학교라 얼마전에 폐교가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레저산업들이 이곳에 리조트를 지으려고 한다는군요. 오키나와 주민들은 당연히 반대하고 있고요. 다카에 주변의 얀바루(삼림)지역입니다. 나하시에 있는 한 극장식 식당에서 가수들이 오키나와 민요를 부르고 있습니다. 가운데 보면 사미센 처럼 생긴 악기가 있는데 일본 본도의 사미센과 달리 산신이라고 부릅니다. 대개의 노래들이 4분의2박자로 빠르고 흥겨운데다 추임새도 여간 신나는게 아닙니다. 추임새는 "이야쌋싸 하..

여행의 맛 2009.12.13 (7)

[오키나와 통신4]오다 마사히데 전 지사, 개번 매코맥 교수

오다 마사히데(大田昌秀) 전 오키나와현 지사는 지사가 되기 전에 오키나와에 관한 여러가지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석학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분이 컨퍼런스가 끝난 뒤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중 기억나는 대목은 이런 겁니다. "오키나와는 1945년 이후 50년대 초반까지는 미군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미군이 오키나와 전투당시 양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오키나와말을 쓰는 젊은 세대들을 구출대로 동원했는데 만약 이들 구출대가 없었다면 오키나와 양민의 희생은 3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반면 일본군들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오키나와 말을 쓰지 못하도록 명령하고 만약 쓰면 스파이로 몰아 처형하기도 했다." 사진은 오다씨가 미국 문서보관서에서 찾아낸 태평양전쟁당시 문서를 보여주는 장면인데, 오키나와 사령부의 우시지마 미쓰..

여행의 맛 2009.12.13 (4)

[오키나와 통신3]국제 컨퍼런스 이모저모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국, 일본, 오키나와의 학자와 전문가들입니다. 아래 맨오른쪽에 일본의 북한연구 권위자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아래 왼쪽 네번째에 미야모토겐이치(宮本憲一)오사카 시립대 명예교수, 그옆 오른쪽으로 이시재 카톨릭대 교수, 왼쪽 세번째가 오다 마사히데(大田昌秀)전 오키나와 지사입니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는 두번째 줄 맨 왼쪽, 개번 매코맥 국립호주대 명예교수는 뒷줄 오른쪽 다섯번째에 있습니다.(저는 뒷줄 왼쪽 두번째) 와다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와다교수는 1990년대 '동아시아 공동의 집'이란 개념을 주창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요즘 하시모토 일본 민주당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동아시아 공동체론이 이 개념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와다교수는 "오키나와..

여행의 맛 2009.12.13 (2)

[오키나와 통신2]헤노코 해안과 다카에의 스와리코미

헤노코 해안의 풍경을 좀더 소개합니다. 이곳도 작은 어항이라 몇척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습니다. 12월 초순이지만 오키나와의 이날 기온은 영상 25도까지 올라갔습니다. 해만 제대로 나면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 위분은 우라시마에츠코씨입니다. 올해 예순하나인 이 분은 나고지역에서 반기지 운동을 꾸준히 해오신 분이고 책도 몇권 낸 르포라이터입니다. 그분의 이력을 본다면 열혈 운동권이지만, 비교적 온화한 인상입니다. 오키나와에서는 도착한 날부터 이틀간 컨퍼런스가 열렸고, 사흘째 되는 날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헤노코와 타카에 등 반기지운동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우라시마씨가 이날 투어를 안내하셨습니다. 철조망은 기지반대와 평화를 염원하는 팻말들로 울긋불긋하게 장식돼 있었습니다. 일본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

여행의 맛 2009.12.13 (2)

[오키나와 통신1] 헤노코 해안, 듀공 그리고 스와리코미

12월4일부터 7일까지 오키나와를 다녀왔습니다.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동아시아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는데 거기 토론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컨퍼런스를 기획한 개번 매코맥 국립호주대 명예교수와 회사와의 인연으로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컨퍼런스는 오키나와 섬 중부에 있는 나고시 국제교류회관에서 진행됐습니다. 대략 이런 모습으로 이틀간 세미나가 진행됐습니다. 오키나와의 현재 당면문제는 오키나와 서쪽 해안에 위치한 후텐마 미군기지의 이전문제입니다. 후텐마기지가 있는 곳은 기노완이란 시인데 비행장이 이 시의 중심부 한가운데 위치하면서 비행소음과 각종 사고 등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995년에는 미군이 이곳 여학생을 성폭행..

여행의 맛 2009.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