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5

노다의 증세, 방법이 틀렸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해온 소비세 인상법안이 지난 26일 일본 중의원을 통과하자 한국에서는 노다 총리의 리더십을 칭송하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제자리 걸음 정치’에서 탈피해 결정하는 정치를 오랫만에 보여줬다거나, 정권유지보다 국가의 미래를 더 우선시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소비세 증세과정을 죽 지켜본 기자로서는 이런 칭찬 일변도의 해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증세의 방법이 잘못됐다. 노다 정권은 증세로 가장 손쉬운 소비세를 택했다. 소비세란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한다. 상품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것인 만큼 조세저항이 적고, 징수도 쉽다. 소비세는 영세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이 세금인상의 직접 피해를 보는 소득역진적 세금이다. 대기업..

칼럼 2012.06.28

가미코치(上高地)의 풍경들

가미코지는 나가노현 북알프스 남쪽에 있는 평원이다. 5월에도 꼭대기가 눈에 덮인 3000m급 산들이 줄지어 있고, 연간 150만명이 찾는 관광지면서도 자연경관이 거의 원시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연못에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어도 내버려둔다. 그 쓰러진 나무가 또 자연의 일부가 된다. 숲속에 난 길을 걷다보면 원숭이들이 길가에 나와 태연하게 사람들을 맞이한다. 가미코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금요일 저녁 도쿄 신주쿠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2시간반 걸려 마쓰모토(松本)에 도착해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아침일찍 다시 역으로 가 가미코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신시마시마(新島島)역까지 가는 완행열차(30분)를 타고 내린 뒤 다시 가미코치로 1시간쯤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기차가 운행하는 거리는 그리 길지 않..

여행의 맛 2012.06.22

마에하라 외상 사의 표명

“마에하라가 어렸을 적부터 줄곧 친하게 지내와 자식처럼 생각해 도왔을 뿐인데….”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48·사진)이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살며 부모처럼 따르던 70대의 재일(在日) 한국인 부부로부터 매년 소액의 정치헌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자 6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웃 간의 정’이 외국인의 정치헌금을 금지한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정국을 흔드는 사안으로 비화하자 노부부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마에하라 외상에게 정치헌금을 한 재일 한국인은 교토시 야마시나구에서 불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75)의 부인 장모씨(72). 남편 박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에하라 외상을 12살 때부터 알게 됐고 큰아들과도 동갑내기여서 자식처럼 여겨왔다”면서 “이렇게 큰일로 번지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일본의 오늘 2011.03.06

美 “도요타 전자제어장치 결함 없다”

미국 정부는 도요타 자동차의 급가속 사고에 대해 10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자제어장치의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그간 급가속이 전자장치와 무관하다는 도요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또 지난해 대규모 리콜사태 이후 지속돼온 도요타 비판에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의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받게 됐다.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요타 차량의 급가속 현상이 전자제어장치의 결함으로 야기됐음을 보여주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도요타의 문제는 기계장치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들이 예기치 않은 급가속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도요타 차량 9대를 대상으로 정..

신문에 쓴 글 2011.02.09

日 민주당 ‘오자와 처리’ 고민

일본 정계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사진)이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강제기소됐으나 ‘오자와 문제’의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 내 기류는 오히려 복잡해지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오자와 치기’를 서둘렀다가는 각종 정책추진 과정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1일 민주당 집행부가 강제기소된 오자와 전 간사장의 당원 자격 정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윤리 규정상 범법행위나 해당 행위를 할 경우 제명, 탈당 권고, 당원 자격 정지 등을 할 수 있으며 당원 자격 정지는 가장 약한 징계에 해당한다. 민주당 집행부는 오자와 본인이 정치자금규정법을 위반(허위기재)했다는 기소 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

일본의 오늘 2011.02.01

일본 신용도 추락이 ‘복지 퍼주기’ 탓?… ‘원죄’는 토건 올인·감세조치

지난 27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받은 일본의 재정악화는 1990년대 거품붕괴 이후 토목사업을 통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과 감세조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복지수준이 크게 낮은데도 국내 일각에서 일본의 신용도 추락을 ‘복지 포퓰리즘’과 연결짓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재정적자 팽창과 일본경제의 미래’ 보고서(2008년 9월)에 따르면 미와자와 내각 시절인 92년 8월 경기종합대책으로 10조7000억엔(약 144조원)을 지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9차례에 걸쳐 124조엔(약 1670조원)에 달하는 추가재정을 경기부양에 투입했다. 경기부양책으로 투입한 특별재정지출의 ..

일본의 오늘 2011.01.28

금융위기 2년 일본은 지금

ⓒ서의동 지난 2일 오후 도쿄시내 JR 다마치 역. 평소 2~3분이면 오던 열차가 10분 넘게 지연됐다. 잠시후 “인명사고 때문에 열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인명사고란 자살사고를 의미한다. 열차를 기다리던 시마다 아사코(62·여)는 “JR 노선 중에서 특히 외곽을 잇는 노선에서 인명사고가 많다”며 “금융위기 이후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시내 중심가의 지하통로에는 70대로 보이는 노숙인이 섭씨 30도가 넘는 온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통로바닥에 누워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의 빈곤지원단체인 호토포토의 후지타 다카노리 대표이사(28)는 “금융위기 이후 네트카페(PC방) 숙식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상담건수는 20..

신문에 쓴 글 2010.09.17 (2)

[용의자X의 헌신]뼛속까지 우울해지는 인간의 심연 엿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 작품은 . TV드라마에 국내에선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뼛속까지 우울해지는 스산함에 몸서리를 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는 강도면에선 덜 부담스럽다. 처럼 극단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전개속에 인간이란 존재를 발가벗겨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웅크린 모습의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그의 웅크림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맨얼굴을 엿보게 되는 독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의 책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청결하고, 남에게 폐끼치기 싫어하고, 단정한 일본사회와 일본인들이 실제로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좋아하는 이웃집 이혼녀 야스코가 일하는 도시락가게를 드나들면서 좋아한다는 감정이 드러날까 조바심치는, 그래서 자로 ..

읽은거 본거 2009.07.23 (3)

[어제의 오늘]1945년 오키나와 미·일 전투 종지부

ㆍ‘자결 강요’ 가슴에 맺힌 恨은 남아 64년 전 오늘 감청색 바다와 흰 모래밭이 아름다운 동중국해의 류큐(琉球)제도에 석 달간 몰아쳤던 피바람이 마침내 멎었다. 제2차 대전 막바지인 1945년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 83일간 치러진 류큐제도의 오키나와섬에서 벌어진 미군과 일본군 간 전투는 양측의 인적·물적 피해도 막대했지만, 오키나와인 12만명이 무참하게 살해되거나 자결을 강요받은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군은 일본 본토진격 작전을 위한 교두보 확보를 위해 오키나와 상륙작전을 개시한다. 사이먼 버그너 중장의 지휘 아래 18만3000명의 대규모 병력이 투입됐고, 상륙지점인 가네다만 주변에는 미리 3만발의 포탄을 쏟아부어 일본군의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일본은 우시지마 미쓰루(牛島滿) 중장을 ..

어제의 오늘 2009.06.22

주식투자를 하려면

선물(先物)거래는 주식시장에서도 전문적인 투자영역에 속한다. 기초자산을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사거나 팔기로 하는 거래방식으로 주식은 물론 금이나 곡물 등도 대상이 된다. 자신이 쥐고 있는 실물이나 주식의 가격이 장래에 얼마에 팔리는 것이 유리할지를 판단해 거래하는 방식인 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 때문에 현물주식을 투자하는 이들은 꽤 늘어났지만 선물에까지 손을 대는 이는 흔치 않다. 이른바 ‘꾼’들의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선물거래는 꽤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를 일대로 광풍처럼 휘몰아쳤던 튤립거래가 세계최초의 선물거래였고 오사카에서는 쌀 선물거래소가 18세기에 만들어졌다. ‘인간의 욕망’을 존중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와 거의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에드워드 챈슬러가 ..

칼럼 2007.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