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8. 17:06
 한·미 FTA에 이어 한국과 유럽연합(EU)간의 FTA를 지켜보면서 유럽연합은 내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는 나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연합이 내놓은 협상안 중엔 동물복지라는 게 있었는데, 예를들면 양계장을 지을때 닭의 마리당 공간을 넓히고, 도축 48시간 전에는 동물을 학대하지 말 것이 포함돼 있었다.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무역보복 대신 정부와 시민대표로 구성된 포럼에서 해결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자유무역하자는 협상에서 동물복지나 시민대표라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이 왜 나오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뼛속까지 미국을 닮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국사회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엇비슷한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유럽은 어떤 나라이고, 나는 얼마나 유럽을 알고 있는가 궁금증이 들었지만 얼마 안가 묻혀버렸다. 유럽을 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애독한 책 중 하나가 <유러피언 드림>이란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이 다시 도져 집에 있던 책을 잡았다. 5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이지만 사흘만에 읽힐 정도로 흡인력이 강했고 그만큼 충격도 컸다. 근래에 읽은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대목마다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거나 무릎을 치게 만도록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개인의 자율성과 부의 축적이 핵심인 계몽주의 시대의 ‘아메리칸 드림’이 미래사회를 구현하는 데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지속가능한 개발과, 삶의 질, 상호의존성,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유러피언 드림’에 주목해야 한다고 리프킨은 강조한다. 민족국가가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신자유주의 사조가 세계 불균형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미국식 가치관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체적인 삶과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고, 때마침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리프킨이 찝어낸 것이다. 

  리프킨의 책은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이후 세번째다. 그는 기자로 따지면 기획기사를 잘 쓰는 기자라고나 할까. 미국인으로 유럽을 20여년간 다니며 미국과 뭔가 다른 유럽인들의 생활방식- 예를 들면 뒷짐지고 어슬렁 거리거나 카페에서 몇시간씩 머무는 사람들-에 주목한 그는 이 차이가 실은 총체적인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란 점을 각 분야에서 논증해간다. 
 
 유러피언 드림은 곧 구현될 유토피아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한때 총을 들고 싸우던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의 지도자들은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며 형성된 반성의 공감대에서 지난 50여년간 벽돌한장씩 쌓듯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일구어 왔다. 어느덧 이 꿈은 허물지 못할 정도로 단단해졌다. 유럽은 20세기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계몽주의가 갖는 한계를 인식해왔다. 비좁은 땅덩어리에 살면서 타인들과의 관계를 항상 의식하고 배려해야 하는 삶의 방식이 결국은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자아를 찾는 사회를 만들었고, 그만큼 이웃과 사회에 대한 ‘공감’과 공존의식이 커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좌파들조차 생각하기 어려운 여러 테제들이 EU의 집행위원회에서 채택되고 법제화되는 혁명적인 실험이 지구 한켠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단편적인 뉴스, 미국편향의 국내언론을 통해서는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던 유럽연합의 '맛'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금융위기이후 우리의 국가전략을 설정하는 논의에도 유용한 참고가 될 것 같다. 소비로 버텨온 미국에서 향후 적어도 수년간은 경제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지만, 비슷한 경제규모의 유럽연합은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피해를 덜 봤기 때문이다. 온 신경을 미국에만 맞춰온 우리의 총체적 삶의 방식에 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금융위기는 일깨우고 있다. 
 유럽에 대한 이해들이 전무하다시피하고, "아메리칸 스탠다드'에 젖어있는 우리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모색하게 된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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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talgi21.khan.kr BlogIcon 딸기21 2009.09.10 1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조회수가 현재스코어 725~
    방문자 수도 엄청 늘어났겠군요 ^^

  2. Favicon of https://intempus.tistory.com BlogIcon 지하련 2009.09.18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어야겠군요. ㅡ_ㅡ;;; 읽을 책이 너무 밀린 요즘입니다.

  3. Favicon of https://soidong.khan.kr BlogIcon 서의동 2009.09.18 1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이 두껍긴 하지만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2009. 3. 27. 20:45
ㆍ한은서 싼 금리 자금받아 MMF로 ‘이자챙기기’

ㆍ대출은 기피… 경영간섭 꺼려 외화조달도 미적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6개월간 국내 시중은행들이 보인 ‘비뚤어진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은행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은행들은 실물경제 지원보다는 ‘이자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또 정부에 기대면서 간섭은 기피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 대출은 기피, 이자장사에 치중 =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국내 14개 은행이 저신용자(7등급 이하)에 대해 올해 1조360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중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한 ㄱ은행은 다음달로 출시를 미뤘고, ㄴ은행은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5개 은행이 2006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저신용자 대출 실적은 지난달 말 현재 1597억원으로 설정 한도(5900억원)의 27%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25일 연 2.43%로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CD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연 4~5%대를 유지하고 있다. 26일 고시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국민은행 연 3.19~4.69%, 신한은행 연 3.23~4.53%, 우리은행 연 3.33~4.63%, 하나은행 연 3.63~5.33% 등이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도 금융위기 이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연 4.16%지만 대출 평균금리는 연 5.91%로 집계돼 예대금리차가 3년2개월 만에 최대치인 1.75%포인트에 이르렀다. 한은이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은행들에 저리의 자금을 풀어도 은행들이 이를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해 금리 차액을 챙기기도 했다.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을 겪던 지난해 10월 정부가 은행의 대외 채무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중소기업 대출 의무 비율을 일정 수준(시중은행 45%, 지방은행 60%)으로 유지키로 했으나 지난해 11~12월 점검결과 18개 시중은행 중 외환·한국씨티·SC제일·광주·전북·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이 목표에 미달했다.

◇ 지원은 받되 간섭은 기피 = 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약속했지만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위해 지급보증을 신청한 사례는 하나은행(5억달러)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 지급보증을 받을 경우 외화조달 비용이 낮아지는데도 정부의 경영 간섭을 우려해 금리가 비싼 사모채권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조건으로 은행들은 외화자산 매각 등에 나서기로 했지만 추진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은행들의 건설·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분류된 신창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부실평가 논란도 일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기업이 늘어날수록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부실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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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6. 20:47
ㆍ경제개혁연대 집계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불안과 실물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지원대책 규모가 40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개혁연대가 25일 지난해 9월 이후 정부가 내놓은 금융위기 극복관련 지원대책의 자금규모를 집계한 결과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공적자금 성격의 지원 규모는 구조조정기금(40조원) 은행자본확충펀드(20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10조원) 등 현재 확정된 것만 70조원에 이른다. 금융기관의 선제적 자본확충을 위해 정책금융공사에 설치되는 금융안정기금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나게 된다.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수출보험공사, 토지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공기업을 통해 지원되는 자금은 77조29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분양주택 매입 등 자산매입 지원이 13조3000억원, 대출 등 자금지원은 29조3400억원, 보증확대가 34조65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대출확대를 위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6조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늘렸고, 은행이 한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5002억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등 4조원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외화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한은이 금융기관과 기업에 지원한 외화유동성은 813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에서 푼 자금이 550억달러, 한·미 통화 스와프(맞교환) 자금 중 263억5000만달러가 공급됐다. 1달러를 1400원으로 환산하면 113조89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올해 말까지 은행이 외화자금을 조달할 때 10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한 것까지 포함하면 외화유동성 지원 규모는 1813억5000만달러(253조8900억원)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의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각종 지원 자금의 사후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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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19. 20:55

정부가 외화 자금난이 심각하던 지난해 10월 말 국내 18개 은행들이 외화자금을 조달할 때 10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으나, 4개월이 지나도록 정부보증을 신청한 은행이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올 들어 공모 또는 사모 해외채권으로 88억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보증 조치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대출실적이 저조하거나 중장기 외화차입 비율이 낮은 은행들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국내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재정부는 국내 은행의 대외채무 지급보증 수수료율을 보증잔액의 1%에서 0.7%로 내리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독일이나 뉴질랜드 등은 0.5%의 보증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어서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기획재정부 장관 훈령으로 ‘국내 은행의 대외채무 국가보증에 관한 운영지침’을 제정, 국내 18개 은행이 올해 6월30일까지 외화를 빌릴 경우 10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최대 3년까지 보증해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정부가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신 은행들이 외화조달 자구노력에 나서고, 중소기업 등에 대한 신규 대출을 늘릴 것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최근 점검한 결과 지난 16일까지 외화차입을 위해 정부보증을 신청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선진국 이외의 국가에서 정부보증을 통한 국제채권 발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는 “외화차입 과정에서 정부보증을 받을 경우 정부의 경영권 간섭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정부보증을 기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이 올 들어 1억4000만달러, 농협이 2억2000만달러의 사모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등 모두 88억달러를 조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보증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한 자금지원 과정에서 벌칙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실적이 MOU 기준에 미달한 은행에 대해 미달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총액한도대출 규모에서 빼기로 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MOU에서 시중은행은 신규 원화 기업대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45% 이상, 지방은행은 60%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수출입은행은 3월부터 외채에서 중장기 외채비율이 낮은 은행에 대해 외화유동성 지원시 패널티 금리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지난해 11~12월 두 달간의 MOU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외환·우리·수출입은행이 중장기 외화차입 비율이 목표에 미달했고, 외환·한국씨티·SC제일·광주·전북·대구은행의 중소기업 신규 대출 실적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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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2. 19:36

원·달러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파급되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의 원화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30%가까이 올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갈 정도의 환율폭등이 왜 발생하는지, 우리 경제 전반에는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정부의 환율정책의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1.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는 이유는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 하락폭이 더 큰 것은 국내 외환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지난 연말에 비해 2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 가치는 6.7% 하락했고, 영국 파운드화(-13.9%), 호주 달러(-22.0%), 태국 바트(-12.8%) 등도 달러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다. 반면 엔화 가치는 오히려 14.1% 올랐고, 중국 위안화 가치도 7.3% 상승했다.
 이처럼 원화가 약세를 보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들어 8월까지 126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경상수지 적자폭은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탓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은 30%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외환위기 경험도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을 왜곡시키고 있다. 외환위기에 대한 경험 때문에 가뜩이나 달러가 부족한 상태에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동요가 커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환율이 오르면 경제와 가계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환율 상승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기업들은 싼 값으로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적인 이론일 뿐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에는 꼭 들어맞지 않는다. 우선 환율이 상승하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생산단가가 높아진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또 부품·소재의 수입비중이 높은 산업들이 많은 우리 경제 특성을 감안할 때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실익이 없다. 외국에서 부품을 사들여야 하는데 원화가치가 떨어져 같은 물건을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의 주름살은 더 커진다. 환율상승으로 원유·곡물 등 원자재 수입단가가 높아지고 이는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면 달러뿐 아니라 원화도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는다. 금융시장에서 기업, 가계 등 실물경제로 돈이 잘 흐르지 않게 되는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거나 빌려준 돈의 회수에 주력하게 되면 흑자를 내고도 도산하는 기업들이 생기게 된다. 기업도산이 늘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도 증가하게 돼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더 죄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금융시장 신용경색→대출회피, 대출 자금회수→기업 흑자도산→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신용경색 심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되풀이되면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3.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외환보유액은 충분한가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달러가 부족해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의 경제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외환위기 당시 400%에 이르던 기업 부채비율은 현재 100% 수준이다. 일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인해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던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9월말 현재 2397억 달러에 이르고, 6월말 기준 유동외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장·단기 외채)는 2223억 달러다. 외환보유액에서 유동외채를 제외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174억 달러 밖에 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설명은 다르다. 단기외채의 45%는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이 본점에서 빌린 달러 자금이어서 실질적인 유동외채는 1200억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또 외환보유액 전체가 1주일 내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액’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헐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4.정부의 외환정책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늘고, 수출이 증가하면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이 상승하면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과 맞물리면서 물가가 급등했다. 물가 폭등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다시 끌어 내리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고, 환투기 세력은 돈 벌 기회가 많이 생겼다.
 예를 들면 정부가 원·달러 환율을 1000원선으로 유지하려고 하면 투기세력들은 달러를 사모아 1020원대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면 정부가 1000원대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헐어 달러를 팔아 환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를 외환시장 개입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투기꾼들은 달러를 팔아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정부가 자꾸 외환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나라의 ‘곳간’ 격인 외환보유액은 감소하는 반면 투기세력들은 돈 벌 기회가 많이 생긴다.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환율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5.키코(KIKO)로 불리는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은 왜 문제인가
 수출 기업들은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익을 얻는다. 외국에 물건을 팔고 받는 달러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를 입는다. 외환(外換)과 헤지(hedge·위험 회피)의 합성어인 ‘환헤지’ 상품은 환율 상승이나 하락에 따른 손해를 덜 보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환헤지 상품의 일종인 키코(KIKO)는 설계가 이상하게 돼 있다. 환율이 예상했던 구간대에서 움직이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반면 환율이 그 구간을 벗어나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을 받지 못하고,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약정 환율 구간을 900원에서 1000원, 행사 환율을 950원으로 정해 키코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환율이 900~950원에서 움직이면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달러를 무조건 950원에 처리해준다. 환율이 900원이라해도 달러를 950원에 사주는 것이다.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 문제는 환율이 오를 때다. 1000원을 넘어서면 이번에는 기업이 거꾸로 달러를 950원에 은행에 팔아야 한다. 환율이 1300원일지라도 달러를 무조건 950원에 팔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약정한 금액의 2~3배 수준의 달러를 팔도록 계약이 돼 있다.  
 기업들이 키코에 가입했던 지난해 환율은 900원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당시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올들어 환율이 폭등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키코에 가입한 기업 517곳의 손실액은 1조7000억원이다. 8월말 당시 환율인 1089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환율은 그 이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0일 현재 달러당 1309.0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키코 피해는 10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원·엔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더 많이 올랐는데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종합해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고,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엔이라면, 원·엔 환율은 110엔에 1000원, 즉 100엔에 909.09원이 되는 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연말 달러당 939원에서 10일 현재 1309원으로 올들어 39.4% 올랐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연말 100엔당 828원에서 지난 10일 1322원대로 59.6% 올랐다. 달러보다 엔화 값이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전세계적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엔화가 미국 달러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3엔이었지만 10일 현재 1달러당 99엔으로 엔화 가치는 10% 이상 높아졌다. 달러화 가치가 엔화에 비해 떨어진 상태에서 원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떨어져 원화와 비교해 엔화의 가치는 더욱 오르게 된 것이다.

 7.기준금리 인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장기적으로 국채 금리는 물론 시중은행의 예금·대출 금리가 모두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자본 유입이 줄게 되고, 외환시장에 달러가 적어져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세계 주요국들은 0.5%포인트를 인하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오른 상황이 되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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