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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비교(19) 혼자 밥먹기

서의동 2015. 7. 25. 17:59

일본인들이 외롭게 산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인식을 갖게 하는 대표적인 예는 혼자 밥먹는 문화인 것 같다. 실제로 일본 회사원들중에서는 동료와 어울리지 않고 혼자 밥먹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주변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어떤 식당이든 카운터 석이 있어서 혼자 밥먹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라멘집은 오히려 테이블 석이 드물 정도다.


일본에 있을 때 점심 약속이 없으면 사무실 근처의 라면집이나 퓨전 중화요리집 같은 곳을 자주 들렀다. 들어가면 종업원한테 집게손가락을 내밀어 혼자왔음을 표시한다. 혼자 왔다고 해서 종업원의 표정이 바뀌는 일도 없다. 그런 이들이 손님의 3분의 1쯤은 되니.(물론 가끔 식당이 혼잡할때는 모르는 이와 테이블을 마주하고 먹어야 할 때도 있긴 하다) 


도쿄의 한 야키니쿠집. 카운터석에서 혼자 야키니쿠를 먹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출처: tabimo.jp


한국에 와 있는 아는 일본인에게 물었더니 "주변에서도 혼자 밥먹는 이들이 꽤 있고, 아무런 위화감을 못느낀다"고 한다. 여성들 중에서는 혼자 밥먹는 거를 부끄러워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몇년전에 크게 유행한 드라마 때문에 '오히토리사마(お一人様), 즉 혼자 식당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얼굴 마주보고 있는 동료들과 밥까지 같이 먹으러 갈 것도 아니고, 혼자 다닌다고 해서 외롭다거나 하는 생각은 별로 안하는 듯 하다. 더치페이(와리캉) 문화가 발달해 있다곤 하지만 역시 번거롭기는 마찬가지인 듯 하다.  


혼자 밥먹기 좋은 구조는 '요시노야'나 '스키야' '마쓰야' 같은 즉석 덥밥집이다. 들어가서 자판기에서 식권을 산뒤 주문을 하면 그걸로 끝이다. 돈까스 전문인 '카쓰야'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가서 10~15분이면 한끼 해결하고 올 수 있으니. 


동네 술집은 더더욱 혼자 가는게 제맛이다. 일행을 끌고 같이 가면 아무래도 일행과의 대화에 집중해야 하니 술집 다른 손님들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어렵다. 혼자 가서 술을 마셔야 다른 단골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고, 마스타와도 친해진다.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든, 골프 이야기든 뭐든 들을 수 있다. 


한국에 와서 근무하는 일본인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게 '혼자 홀가분하게 밥먹기 어려운 문화'라고 한다. 우선 혼자 가면 밥집이나 술집 종업원들이 약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한다. 밥집에 들어와 있는 손님들의 시선도 따갑다. 남들 시선 신경안쓰고 혼자 밥먹기가 쉽지 않은 문화다.한국인들도 혼자 밥먹는 이들은 '어딘가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좀 생각해보면 혼자 밥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사는 이들이 더 외로운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헷갈릴 때가 있다. 계속 얼굴 마주보고 있는 동료들과 굳이 밥까지 같이 먹으러 가야 직성이 풀리는, 혼자 가면 눈총받는, 이런 환경이 사람을 더 외롭게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