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4
1980년대 후반까지 대학생들이 군사교육을 이수하면 3개월의 병역단축 혜택이 주어졌다. 1학년 때 문무대 등으로 불리는 군사교육기관, 2학년 때는 전방부대에 입소해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학교 교련과목을 낙제하지 않고 이수하면 혜택을 받았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온 사병들은 두 달 먼저 입대한 고졸 고참병보다 한 달 빨리 제대했다. 고졸 사병들의 심사가 편할 리 없었다. 1988년 대학생 군사교육이 폐지될 때까지 대학생 병역혜택이라는 ‘제도적 차별’은 군대 내 상시 갈등요인이었다. 당시는 병역비리도 횡행해 병역면제자는 ‘신의 아들’, 단기사병은 ‘사람의 아들’, 현역입대자는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말이 돌았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병역이슈는 폭발력이 더 커졌고, 공정치 못한 병역처리가 당사자들의 인생을 바꿔놨다. 2000년대 초 인기 절정이던 재미교포 가수 스티브 유(유승준)는 공익근무를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바람에 연예계에서 퇴출당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걸려 대선에서 두 번이나 무릎을 꿇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야구대표팀 병역특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는 비교적 관대했던 예술체육인 병역특례도 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여론의 반영일 것이다. 대표로 선발된 오지환(LG 트윈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스)은 금메달을 따지 않으면 현역 입대해야 하는 처지였다. 두 사람은 상무와 경찰청 입대를 포기하는 배수진을 친 끝에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이를 두고 국가대표를 병역특례를 받아야 하는 선수 위주로 뽑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전원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야구대표팀이 결국 우승했지만, 실업팀으로 구성된 대만에 지는 등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도 논란을 키웠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팀 선발에 청탁이나 불법 행위가 없었고, 공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역특례에 대한 시대의 비판을 살피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로 여론이 납득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국가 지상주의’ 유신시대에 만들어진 병역특례 제도에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