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8
세계인들의 애창곡 ‘대니 보이’는 북아일랜드의 민요 ‘런던데리의 노래(Londonderry Air)’가 원곡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존 바에즈, 에릭 클랩턴 등 유명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고, 한국에도 ‘아, 목동아’로 번안돼 널리 알려졌다. 처연하고 애상적인 멜로디만큼이나 런던데리는 북아일랜드의 아픈 현대사를 간직한 도시다. 1972년 1월30일 북아일랜드 북서부 런던데리에서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평화행진에 나선 가톨릭계 주민들을 향해 영국군이 무차별 발포해 14명이 죽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이날의 참극은 1960년대 말부터 약 30년에 걸쳐 3500명이 죽고 5만명이 다친 북아일랜드 사태를 대표한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본래 하나의 공동체였지만 영국이 1921년 북아일랜드를 영국령으로 남겨둔 채 아일랜드를 독립시켰다. 이후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원하는 가톨릭계 주민과 영국 잔류를 원하는 신교도 주민 간의 충돌이 본격화됐다. 폭력과 테러의 악순환은 1998년 4월 영국과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8개 정파가 합의한 벨파스트평화협정으로 종식의 전기를 맞았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등 일부 지역에는 지금도 충돌을 막기 위해 세워진 장벽, 평화선(peace lines)이 존재한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500㎞에 달하는 국경은 이제 지도의 선으로만 남아 있다. 양쪽을 연결하는 210개의 도로를 통해 매일 3만명이 국경을 넘나들며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
힘겹게 정착된 북아일랜드의 평화가 ‘브렉시트’로 불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강행할 경우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을 통제하고 관세 장벽을 복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EU는 ‘하드보더’를 반대하지만 영국은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영국으로선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북아일랜드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클 것이다. 하지만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류한다. 분단의 고통을 뼈저리게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일랜드의 ‘재분단’ 논의를 무심히 넘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