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국제사회는 산적한 난제에 직면했다. 특히 전쟁배상금 처리와 금본위제 복귀는 각국 정치·경제에 혼란을 키우면서 2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를 전간기(戰間期·1919~1939)로 규정하는게 보통이지만, 윈스턴 처칠이 1차 세계대전 시작부터 2차 세계대전 종전(1914~1945)까지를 아울러 ‘30년 전쟁’으로 부른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등은 패전국 독일에 막대한 배상금을 부과했고, 혼란에 빠진 독일 국민은 히틀러를 불러냈다. 경제 정상화를 위해 각국은 전쟁 전의 금본위제로 복귀했으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전쟁기간 대거 늘린 통화를 환수하자 신용이 위축되면서 기업이 줄줄이 쓰러지고 실업자가 폭증했다. 국제금융 질서도 취약해지면서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다.
대공황 이후 각국은 각자도생으로 질주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렸고, 관세장벽을 높여 자국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미국은 1930년 ‘스무트-홀리’법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자유무역을 신봉해온 영국마저 관세를 도입했다. 보호무역 확산은 세계교역 축소와 경기침체를 가속화했다. 군국주의와 파시즘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경제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혼돈을 조정하고 해결할 국제적 헤게모니도 존재하지 않았다. 1919년 창설된 국제연맹은 미국이 의회 반대로 불참하면서 처음부터 힘이 실리지 않았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강국이 됐지만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위기를 방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평화포럼 연설에서 “세계 정세가 1930년대와 닮은 점이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비슷한 우려를 표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각국에서 배타적 내셔널리즘이 대두하는 현실은 실로 전간기와 흡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포럼에 불참한 것도 전간기 미국의 태도를 연상케 한다. 인류가 100년 전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널리 지혜를 구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