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31. 21:33

호주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코알라 경향신문DB

산불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현상이지만 기후변화 탓에 지구가 감내할 범위를 넘어선 재앙이 돼버렸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고 가뭄이 길어지면서 화재가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는 것이다. 호주 대륙에서 지난해 9월부터 다섯달째 지속되며 남한의 절반이 넘는 6만㎢를 태운 대형 산불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 고온이 원인이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2년 연속 발생한 대규모 산불도 시베리아 지역의 온난화로 눈이 평소보다 빨리 녹는 바람에 지면이 건조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11년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대형 자연화재들이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과 산림 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호주 산불 현장에서는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 ‘화염 토네이도’ 현상과 마른 번개가 나타난다. 공기가 고온·건조해지면 상승하면서 회전하는데 이때 주변에 불꽃이 있으면 이를 빨아들이며 시뻘건 불기둥이 만들어진다. 대규모 화재로 발생한 뜨거운 열과 공기가 상승해 형성된 ‘산불 적란운’은 비는 뿌리지 않고 번개만 치면서 다른 곳에 새로 불을 놓는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호주의 하늘 사진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기후재앙으로 인한 아포칼립스(세계의 종말)가 이런 광경일지 모른다. 
 

인간들이야 그나마 덜 다쳤지만, 야생동물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코알라는 이번 산불로 8000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돼 ‘기능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코알라는 호주 고유의 유칼립투스 삼림지에서만 서식하며 이 나뭇잎을 주로 먹고 산다. 동작이 느려 산불이 나도 나무에서 자다가 그대로 타죽는 일도 있다고 한다. 
 

기후재앙은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와 인도양의 몰디브를 가라앉히고 있다. 폭염과 가뭄, 홍수와 태풍은 매년 극심해지고 있다. 매일 150~200종의 지구 생명체가 멸종(유엔환경계획)되고 있다. 아직도 기후변화라는 추상적인 위험 때문에 현재의 풍요로움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인간들에게 코알라가 경고한다. ‘다음 차례는 인간 당신들’이라고.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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