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31. 21:38

청소년 환경운동가 툰베리 경향신문DB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체제가 얼마나 무력한 ‘거버넌스(지배구조)’인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총회의 목표는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17개 규칙을 완성하는 것이지만, 회기를 이틀 연장하고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기후대응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가운데 세계 곳곳의 자연은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희생돼가고, 자연은 기후이변으로 복수하고 있다. 세계정부 대신 국가들 간의 연맹체를 만들자는 칸트의 구상은 세계평화는 물론 기후대응에도 무력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기후 대응을 위한 강력한 주체가 금융계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수백조~수천조원을 굴리는 글로벌 거대 기관투자가들이 환경파괴, 탄소배출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 철회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마드리드 당사국 총회 다음날 골드만삭스는 성명을 내고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우려가 높은 사업에 대해 금융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북극유전 개발이나 알래스카 국립야생보호구역 개발 사업,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등을 투자철회 대상으로 올렸다.  
 

7조달러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지난 15일 투자대상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보내는 2020년 연례서한에서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 생산·제조 활동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의 자산(주식·채권)을 올해 중반까지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은 국부펀드 쪽이 앞서 있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열대림을 파괴하는 30여개 팜유회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도 2017년부터 석탄화력발전 회사에 대한 신규투자를 중단했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자산운용사들도 이 대열에 뛰어든 것은 기후가 현실의 리스크가 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의 기후대응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툰베리의 기후파업에 이어 금융회사들이 기업에 혈액(돈)의 공급을 중단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돈주’들의 기후 행동주의가 지구를 구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Posted 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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