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재난에 ‘엔고’가 가세하면서 일본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올들어 회복조짐을 보이던 경기가 ‘삼각파도’를 만난 형국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생산거점의 해외이전과 국내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진피해 복구의 재원마련을 위해 10조엔(약 135조원)이상의 ‘부흥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져 재정형편도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는 18일 일본 정부와 긴급회의를 열어 ‘엔고’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합의했다. 이에 힘입어 전날 1달러당 76.25엔으로 16년전(76.75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엔화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81.81엔으로 3.6% 급락했다. 하지만 일본 원전 사태의 추이에 따라 엔화강세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엔고현상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고질적인 걸림돌이 돼 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이 늦어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가치가 꾸준히 상승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엔고현상은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로 일본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주요 수출산업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엔화가치가 1엔 높아질 경우 영업이익이 연간 300억엔(약 4050억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히타치제작소, 캐논, 파나소닉 등 가전업체들도 현재 상태의 엔화가치가 지속될 경우 영업이익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자동차공업회의 시가 도시유키 회장이 17일 기자회견에서 “투기세력에 의해 엔고가 지속되고 있는 게 아닌가 분노마저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요타 공장 모습/AFP
이 때문에 수출기업들의 생산거점 해외이전 러시가 다시 재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닛산자동차는 지난해 태국에 소형차 생산공장을 건설한 뒤 일본 역수출을 시작했고, 미쓰비시도 2012년 조업개시를 목표로 태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 해외이전은 중소기업 경기와 고용에 직격탄이 돼 내수침체를 심화시키며 일본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거시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레디 아그리콜 은행의 가토 스스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일시적인 경기 침체에 빠져 국내총생산(GDP)이 1·4분기와 2·4분기에도 감소해 3분기 연속 하락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GDP가 1·4분기 0.6%포인트, 2·4분기 1.5%포인트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진피해 복구재원 조달을 위해 10조엔(약 135조원)이상의 신규 국채를 발행해 이를 일본은행이 전액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2011년도 예산안에서 자녀수당과 고속도로 무료화 등의 예산 전액을 피해복구 예산으로 돌릴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대 3조3000억엔에 불과해 10조~20조엔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복구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신규국채 발행은 일본의 재정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아 일본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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