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화보]동일본대지진 2년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지역

서의동 2013. 3. 11. 12:21

동일본대지지진 2주년을 앞두고 2월24일부터 26일까지 피해지역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우선 여정을 소개하면 도쿄의 우에노역에서 후쿠시마현의 해안도시인 이와키시까지 가서 1박한 뒤, 다음날 렌터카를 몰고 30km가량 떨어진 히로노마치(廣野町), 가와우치무라(川內村)을 둘러본 뒤 고리야마(郡山)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신칸센을 타고 이와테현 이치노세키(一ノ関)에 가서 1박. 다시 다음날 아침 렌터카를 빌려 미야기현 게센누마(気仙沼)시와 이와테현의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 오후나토(大船渡)를 돌아봤습니다. 


히로노마치

한 농가의 텃밭에서 방사능오염 토양을 걷어내 비닐포대에 담고 있는 모습/by 서의동

히로노마치의 마치는 한자로 정(町)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읍 또는 동 정도에 해당되는 자치단체입니다. 정사무소가 있는 지역은 원전에서 23km쯤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의 방사선량은 대략 시간당 0.2마이크로시버트로 도쿄의 3배쯤 됩니다.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가 시간당 0.23마이크로시버트인데 대체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입니다. 1년넘게 방사능오염제거(제염)을 한 것도 있고, 원래 해안을 끼고 있는 동네여서 그런지 원전에서 60km쯤 떨어진 후쿠시마시나 고리야마시보다도 낮은 편입니다. 


주민대신 작업근로자들만 보였다. /by 서의동

이 히로노마치에서 제염작업을 하고 있는 근로자는 모두 3000명. 현재 귀환해 있는 주민이 700여명이니 4배가 넘는 숫자입니다. 이들이 출근하느라 일대 교통이 새벽부터 정체를 빚는다고 하는군요. 

마을 변두리에 있는 방사성폐기물 적치장/by 서의동

제염작업을 통해 수거한 방사능오염폐기물들이 히로노마치 변두리에 있는 적치장으로 옮겨집니다. 이 적치장은 어디까지나 가설이고, 일본 정부는 영구 폐기물적치장을 만들려 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꺼려해서 아직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와우치무라의 경우는 가설적치장도 확보하지 못해 제염을 한 장소에 그대로 비닐포대를 쌓아두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히로노마치에서 만난 코하타 가쓰히로씨(70)는 피난처에서 아내와 함께 거주하면서 일주일에 너댓번은 이곳의 본가를 찾습니다. 안방에 들어가보니 딸과 손자의 사진이 벽에 빽빽히 붙어 있습니다. 딸은 사고 당시까지 원전반경 3km지역의 신축맨션에 남편과 손자와 함께 살다가 지금은 사이타마로 이주해 있습니다. 코하타씨는 "손주가 피난간 뒤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코하타씨는 텃밭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콩과 무를 심어 먹습니다. 물론 제염을 말끔히 했지만 주로 자가소비하는 수준입니다. 벼농사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피난처의 가설주택에 있으면 비좁고 심심하니 이곳에 와서 소일합니다. 널찍한 앞마당에는 집없는 고양이가 놀고 있습니다. 코하타씨의 유일한 친구입니다. 




나라하마치(원전반경 10km대) 

나라하마치 부근 도로/by 서의동

히로노마치를 떠나 차를 몰고 원전쪽으로 북상했습니다. 갈수록 분위기도 살벌해집니다. 원전반경 10km대에 있는 나라하마치의 국도변 휴게소 부근입니다. '소와 충돌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입간판이 서 있습니다. 야생화된 소들이 출몰하면서 교통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맞은 편에서 내려오는 차에 탄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고, 가끔 방호복을 입은 운전자들도 보입니다.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

리쿠젠타카타시의 해안제방 주변/by 서의동

이곳은 26일 들른 리쿠젠다카타시입니다. '기적의 소나무'로 알려진 곳입니다. 원래 소나무가 7만그루 있었는데 쓰나미로 몽땅 쓸려가고 1그루만 남은 것입니다. 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된 제방쪽에, 쓰나미 잔해를 담은 비닐포대를 임시로 쌓아놓았습니다. 이곳 역시 쓰나미 쓰레기를 버릴 적치장이 부족한 듯 싶습니다. 


누군가 세워둔 개의 목상/by 서의동

리쿠젠타카타시의 도로변 휴게소 부근에 누군가가 세워둔 개의 목상입니다.  아마 아끼던 개를 쓰나미로 잃은 주인이 세워뒀는지 모르겠습니다. 쓰나미 잔해 철거현장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휴게소가 7만그루의 소나무 숲이 있었던 곳입니다. 


리쿠젠타카타시의 주택터/by 서의동

역시 리쿠젠타카타씨의 쓰나미 피해현장. 누군가의 주택이었던 부지에 대리석으로 세운 대문기둥과 담 일부만 남아있었습니다. 문패를 보니 '오노데라(小野寺)라는 이의 집이었던 모양입니다. 


미야기현 게센누마 

쓰나미로 떠밀려온 게센누마시의 어선/by 서의동

게센누마시. 쓰나미로 바다에서 1㎞ 가까이 떠밀려온 길이 60m, 무게 330t급 어선 제18교토쿠마루(共德丸)호입니다. 배앞에는 조그만 참배대가 마련돼 있고, 석조불상 등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쓰나미 피해의 상징이 된 이 배의 철거여부를 두고 찬반논란이 팽팽한 모양입니다.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리쿠젠타카타시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후나토시가 있는데, 이곳의 어시장입니다. 해안가에 있는데도 비교적 멀쩡한데 이유를 생각해보니 건물구조상 1~2층이 기둥외엔 트여있던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