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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의'와 '스마일 이모티콘'이 공존하는 타이베이 거리

타이베이의 건물들에 이어 여행중 느낀 점을 간추렸다. 타이베이 물가도 정리해 봤다. ■보행자, 자전거, 오토바이 이용자에게 편한 거리 타이베이 시내 건물은 대체로 '기루'라고 불리는 보행자용 공간을 두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1층의 바닥면적을 2층 이상보다 작게 짓는다. 인도쪽으로 면한 공간을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도록 내주는 것이다. 2층부터는 바닥면적을 원래대로 늘려 건물을 지으니 지붕역할을 하게 돼 이곳으로 다니면 비를 피할 수도 있다. 인도외에도 이 '기루'로 다닐 수 있으니 그만큼 보행자들의 공간이 넓다. 인도에는 차도쪽 공간에 흰색 페인트로 자전거 도로를 표시해 놓는다. 행인들도 웬만하면 그쪽으로는 다니지 않는다. 인도 자체가 널찍한데다 '기루'까지 있으니 그쪽으로 갈 이유가 많지 않다.차도..

여행의 맛 2018.01.29

도시재생의 본보기 타이베이

지난해 겨울 휴가에 이어 올해에도 대만에서 5일간의 휴가를 보냈다. 지우펀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것외엔 주로 타이베이 시내를 어슬렁 대며 배고프면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부라부라' 형 휴가였다. 타이베이는 볼수록 마음에 드는 구석이 많지만 특히 '도시재생'면에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이번에 처음 가본 '화산1914창의문화원구'라는 곳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과일주 공장이 있던 곳인데 공장건물들을 철거하지 않고 고스란히 살려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타이베이 도심에 있는 이 공장터를 지금까지 그대로 둔 것도 신기하다.(한국 같았으면 벌써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었을지도...) 창의문화원구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통통튀는 창의력 만점의 물건들을 파는 공간, 오르골 전시장, 카페, 식..

여행의 맛 2018.01.27

박경리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올해 읽은 세번째 책. 박경리의 . 1964년 작품이다. 올핸 되도록 소설과 역사서를 많이 읽어보려 한다고 주변에 이야길 했더니 한 선배가 추천하며 빌려준 책이다. 한국전쟁 직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황해도의 연안지방에 선생님으로 부임한 남지영이 전쟁이 터지면서 피난을 내려와 가족들과 겪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좌익으로 활동하다 전쟁 때는 인민군, 이후 빨치산이 되는 하기훈의 이야기가 다른 축이다.한국전쟁의 참상을 다룬 책들은 여러권 봤지만 이 책은 에피소드가 넘쳐 당시 상황을 간접체험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주인공 기훈과 인민군 소년병이 인민군 야전병원에서 나누던 대화."아니오, 아니오. 어깨 아니구 팔 다쳤으면 비겁자 되거든요. 하긴 동무는 인민군 아니니께." ".......

어제의 오늘 2018.01.19

나의 1987년

갑자기 들이닥친 형사들 1987년 1월3일. 겨울방학을 맞아 대전 부사동에 있는 집(단독주택)에서 홀로 빈둥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늦은 오후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낯선 사내 두명이 대문 앞에서 "서의동 학생 집이냐"고 물었다. 문을 열어주자 점퍼차림에 눈빛이 날카로운 사내들이 다짜고짜 집안으로 들어왔다. 관악경찰서 대공3계의 형사들이었다.(한명은 40대 정도였고, 한명은 전경에서 경찰로 특채된지 몇년 안된 젊은 형사였다) 형사들은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뒤 수배됐던 고교동창 A의 행적을 쫓고 있었다. 이 녀석이 대학입학 때 제출한 학생생활 카드에 가까운 친구로 내 이름을 적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 녀석이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한 건 86년 2학기였고, 출마하기 직전에 우리 하숙집으로 찾아온 뒤로는 ..

불현듯...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