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위안부 피해자 “하시모토 정치쇼에 이용될라” 면담 거부

서의동 2013. 5. 24. 23:50

“하시모토 시장은 면담의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다.” 24일 예정됐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명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겸 오사카 시장 간의 면담이 직전에 취소됐다. 위안부 망언을 반복하다 궁지에 몰린 하시모토가 출구전략 차원에서 면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할머니들이 면담을 거부한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7)·길원옥(84) 할머니는 이날 오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통해 긴급보도자료를 내고 “하시모토 시장의 잘 짜인 사죄 퍼포먼스 시나리오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면담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할머니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사카 시청에서 약 30분간 하시모토 시장과 대화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이번 면담은 하시모토 시장이 사죄 퍼포먼스를 미리 짜놓고 심지어 무릎까지 꿇겠다는 언론 플레이용으로 준비한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자신의 발언이 아시아 시민사회와 유엔, 미 국무부·의회 등의 비판으로 이어져 곤란한 처지에 빠지자 자구책으로 강구된 각본”이라며 “정치가로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은퇴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와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24일 일본 오사카 시청 앞 광장에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관련 발언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정대협과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간사이 네트워크는 대신 오사카 시청 앞에서 망언 철회와 사죄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100여명의 시민과 취재진이 참석한 집회에서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할머니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시모토에 대해 (사죄와 발언 철회를 하리라는) 기대를 했지만 면담 일정이 가까워 올수록 그가 면담의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이어 “하시모토 같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 바로 아베 신조 정권임을 알게 되었다”며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을 꼬집었다.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시모토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스럽지만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 (할머니들의) 기분을 받아들인다”면서도 “국가의 의지로 여성을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했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시모토는 지난 13일 “위안부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망언으로 파문이 불거진 뒤 15일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한편 국제사면위원회를 비롯한 전 세계 비정부기구(NGO) 68개 단체가 23일 하시모토의 위안부 정당화 발언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하시모토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고, 위안부가 중대한 인권 침해였음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