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증시 이틀째 급등락… 아베노믹스의 ‘역습’ 가시화

서의동 2013. 5. 24. 23:49

일본 증시가 이틀째 요동쳤다. 24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8.47포인트(0.89%) 상승한 14612.45로 마감했다. 전날 13년 만에 최대치인 1143포인트가 폭락한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500포인트 넘게 빠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끝에 반등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모 금융완화를 통해 경기를 일으키려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주가폭락 쇼크는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본격 드러낸 사건이다. 아베노믹스가 상정한 시나리오는 금융과 재정을 통해 시중에 돈을 대규모로 풀어놓은 뒤 이 기세로 사람들로 하여금 ‘경기는 좋아진다’ ‘물가가 오르기 전에 소비하자’는 심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실물경기를 회복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실물이 아닌 심리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무너질 때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60%나 치솟은 주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일본은행이 의도적으로 조성한 자산거품이 빚어낸 ‘사상누각’이었던 셈이다. 


대폭락의 전조는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여온 일본의 국채금리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이후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장기금리는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4일 장중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315%까지 급락했다가 불과 1개월 만에 연 0.9%대로 상승했고, 23일에는 한때 연 1%대를 찍었다.


국채금리의 급등은 국채가격의 하락을 뜻한다. 장기 국채금리의 급등은 시중에 대규모로 돈을 풀어 금리를 낮추려는 일본은행의 의도를 시장이 배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일본은행이 신규 발행 국채의 70%를 사들이기로 한 탓에 민간 투자가들이 사고팔 수 있는 국채 비율이 확 줄었고, 이 때문에 금리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국채금리의 급등은 일본 경제에 치명적이다. 현재 1000조엔이 넘는 국가부채를 떠안고 있는 일본에서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치우는 방향으로 갈 경우 일본 경제는 파탄에 몰릴 수 있다. 



지난 4월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의 금융완화책을 발표해 ‘헬리콥터 하루히코(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린다는 의미)’라는 별명이 붙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위 사진)는 24일 낮 한 강연에서 “국채금리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극히 바람직하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얼마 전까지 국채금리 급등은 경기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던 구로다 총재는 지난 22일 “일본 국채금리가 이렇게 많이 오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말을 바꿨다. 통화당국 책임자의 오락가락 하는 발언도 시장의 불신을 키웠다. 


일본 증시의 주가 하락이 장기화할지는 불확실하며, 과열에 따른 일시 조정으로 보는 견해가 아직은 우세하다. 하지만 추이를 주시하며 비판을 자제하던 일본 언론들은 ‘시중에 돈 풀기’에 의존하고 있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방향 수정을 권고했다. 금융완화 정책이 실물경제를 움직인다는 아베 정권의 ‘마술’에도 새롭게 의문이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금융완화로 인플레를 일으킨다’는 일본은행의 실험은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조차 효과를 의문시하는 성공의 보증이 없는 정책”이라면서 “금융완화 편중의 ‘아베노믹스’를 수정해 금융완화의 페이스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