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東海村)에 있는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 가속기실험시설(J-PARC)에서 지난 23일 낮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연구원 등 최소 6명이 피폭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대규모 방사성물질 유출사고를 겪은지 불과 2년여 만에 방사성물질 유출사고가 재발한 데다 은폐의혹과 늑장보고, 안전시설 미비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일본 원자력 당국에 대한 신뢰가 또다시 실추했다.
26일 일본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가속기실험시설의 원자핵소립자 실험시설에서 금에 양자 빔을 쏴 소립자를 발생시키는 실험을 하던 중 장치 오작동으로 애초 계획보다 400배가 강한 빔이 발사돼 금 일부가 발열되면서 일어났다.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물질은 나트륨24, 요오드123 등이다. 이번 사고로 26일 오후 현재 원자핵소립자 실험시설에 있던 연구원 55명 중 30명이 1.6∼0.6 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피폭됐다. 이 피폭량은 자연방사능 피폭량의 1년치에 맞먹는다.
이날 사고는 23일 오전 11시55분쯤 발생했으나 원자력연구개발기구는 4시간가량 실험을 계속하다가 만 하루 반이 지난 24일 오후 9시40분쯤에서야 원자력규제청에 늑장 신고했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전원설비의 이상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며 가동이 중단됐으나 개발기구 측은 10분쯤 뒤 경보를 멈추고 설비를 계속 돌렸다”면서 “오후 1시반 쯤 방사선량이 평소의 10배인 4마이크로시버트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개발기구 측은 오후 3시반 쯤 운전을 재개했으나 오후 4시쯤 설비 내 방사성물질이 재상승하자 사고 발생 4시간 만에 운전을 중단했다.
개발기구 측은 실험실내 방사선량을 낮추기 위해 배기장치를 가동시켰고, 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새어나갔다. 배기장치에는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필터가 없는 등 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없었으나 어떤 방사성물질이 발생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배기장치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기구 측은 또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됐는 데도 해당 자치단체인 이바라키현에 하루 반이 지나 통보했다.
도카이무라에서는 1999년 핵연료가공회사인 JCO에서 발생한 임계사고로 작업원 2명이 피폭돼 7개월간의 투병 끝에 숨졌고, 주민 600명이 피폭된 바 있다. 도카이무라 주민들은 원자력연구개발기구 측이 사고를 하루 반나절이나 숨긴 것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사고 당일 촌내 6개 초등학교에서 야외운동회가 열려 외부에 누출된 방사성물질로 어린이들이 피폭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40대 주부는 “조그만 트러블이라도 자치단체에 곧바로 보고하지 않으면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주 스즈키 야쓰유키 개발기구 회장은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시에 있는 고속증식로 ‘몬주’에 대해 적절한 점검을 하지 않은 데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바 있다. 이번 사고로 일본 사회에서 원자력안전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상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은 다음달 발표할 ‘성장전략’의 에너지 정책 분야에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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