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日'원조극우'와 '신예극우'의 망언릴레이 점입가경

서의동 2013. 5. 21. 20:57

‘원조 극우’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80)와 ‘신예 극우’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두 사람의 ‘금지선’을 훌쩍 넘은 망언 릴레이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일본 야당 ‘일본유신회’는 이들의 설화로 일본 정치권에서 ‘왕따’신세가 됐다. 


“전쟁당시 위안부가 필요했다” “미군이 매춘업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일련의 발언으로 파문을 빚은 하시모토는 20일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 영국, 프랑스, 더 말하자면 제2차 대전 이후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든 모두가 전쟁터의 성 문제로 여성을 이용하지 않았나”라며 망언을 퍼부었다. 

하시모토는 ‘위안부 필요론’으로 국내외의 비판을 받은 뒤에도 하루에도 수십건씩 트위터에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100만명이 넘는 팔로어(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하시모토는 21일에도 “위안부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은 인정하지만 외국의 책임도 지적해야 한다. 일본만이 부당하게 모욕을 당하는 것에 항의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변호사 출신인 하시모토는 오사카부 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민의를 앞세워 관료조직을 몰아붙였고, 이 때문에 ‘하시즘(파시즘+하시모토의 합성어)’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리더십 부재의 중앙정치와 비효율적인 관료행정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곳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하시모토에 열광했다. 무능했던 민주당 정권하에서 위력을 발휘하던 하시모토의 ‘우익 포퓰리즘’은 보수본류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자민당이 지난해말 집권한 뒤로부터 빛을 잃었다. ‘아베노믹스’ 성공으로 아베내각의 지지율이 치솟자 하시모토에 대한 열광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초초감에 휩싸인 끝에 선을 넘는 망언을 연발하면서 한때 차세대 총리감으로 거론되던 하시모토는 일본 정치권에서 따돌림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시모토의 좌충우돌을 보다 못한 이시하라 신타로가 20일 하시모토를 만나 “트위터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논문으로 정리하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하시모토는 “100만명을 넘는 분이 관심을 갖고 본다는 점을 생각하면 트위터는 정보를 발신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계속해서 활용하겠다”며 이시하라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대학재학중인 1956년 소설 <태양의 계절>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출신인 이시하라는 호흡이 긴 글로 자신의 지론을 피력하기 보다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리는 하시모토의 발신방식이 ‘오해’를 초래한다고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시하라가 하시모토를 걱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이시하라는 지난 1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행위에 대해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이며 역사에 무지한 것”이라고 망발했다. 두사람의 망언레이스 탓에 한때 20%에 육박하던 일본유신회의 지지율은 이달 4%(마이니치신문 조사)대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