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 관방장관이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당시 양국 정상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에 관한 논의를 유보하기로 합의했다고 증언했다. 중국이 양국의 센카구 갈등 해소를 위해 ‘유보론’을 제기해왔고, 일본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증언이 불거지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87) 전 관방장관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해 중·일 국교정상화 직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당시 총리로부터 센카쿠 영유권 문제에 관한 논의를 유보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초당파 전·현직 국회의원 11명으로 구성된 방중단 단장으로 중국을 방문한 노나카는 이날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과의 회담에서도 이 내용을 전했다.
노나카에 따르면 다나카 당시 총리가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와의 교섭에서 센카쿠 문제를 언급하자 주 총리가 “지금 거기까지 들어가면 언제까지 논의를 계속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국은 “장래에 서로 해결방안을 찾을 때까지 유보하자”는 점을 확인했다고 노나카는 주장했다. 그는 “산증인으로서 이야기를 밝힌다”고 덧붙였다.
센카쿠 열도의 키타코지마와 미나코지마
노나카의 발언은 “센카쿠 문제 논의를 유보키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 국유화 조치에 중국이 반발해 불거진 센카쿠 갈등의 책임이 일본에 있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이 우익의 반발을 우려해 민감한 부분을 기록에서 삭제하는 등 합의사실을 감춰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4일 정례회견에서 센카쿠 논의를 유보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며 “노나카씨는 자민당을 탈당했고, 현직 의원도 아니다. 한 개인의 발언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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