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강상중 일 사립대 총장 선임 “한·일 가교 역할 힘 다할 것”

서의동 2013. 7. 30. 17:29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 2세인 정치학자 강상중 교수(62·사진)가 현재 몸담고 있는 일본 사립 세이가쿠인(聖學院) 대학의 학장(한국의 총장)에 선임됐다. 한국 국적자가 일본 종합대학 총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드문 예다. 일본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재일동포가 국립 도쿄대 교수를 거쳐 종합대학 총장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30일 세이가쿠인 대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대학 이사회는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아쿠도 미쓰하루 현 학장의 후임자로 강 교수를 선임했다. 임기는 내년 4월부터 5년간이다.

1950년 규슈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출생한 강 교수는 와세다대와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자이니치(在日)’로 태어나 자칫 일본 사회에 편입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 속에 성장한 강 교수는 대학 시절 학내 동아리인 한국문화연구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1972년 한국을 다녀온 뒤 나가노 데쓰오(永野鐵男)라는 일본이름을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한때 외국인들에 대한 지문날인제도를 거부하는 등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뇌의 나날을 보냈고, 이 과정에서 기독교에 귀의했다.

강 교수는 1998년 4월 한국국적자로서는 처음으로 도쿄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와 정보학연구소 교수, 현대한국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활발한 저술 활동과 TV 출연 등을 통해 일본 사회에 통찰력 있는 견해를 펼쳐왔다. 훤칠한 키에 부드러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화법, 섬세한 필력이 인기를 모았으며 <고민하는 힘>은 100만부 이상 팔리면서 ‘강사마’ 열풍을 낳았다.

하지만 국립대 교수라는 신분에 따르는 부담감과 활동의 제약을 느꼈고, 얼마 전엔 사랑하는 아들이 스스로 삶을 끝내는 아픔을 겪은 것을 계기로 지난 4월 15년간 재직한 도쿄대를 떠나 사이타마(琦玉)현 아게오(上尾)시에 있는 세이가쿠인대학으로 옮겼다. 강 교수는 2011년 8월부터 경향신문 정기 칼럼을 통해 일본의 정치, 사회 전반을 날카롭게 분석해오고 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장을 맡는 5년간 학교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