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원폭 만화 ‘맨발의 겐’ 열람제한에 일 강경보수도 "표현 자유 침해"

서의동 2013. 8. 22. 18:54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강경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행정개혁상이 자치단체가 히로시마(廣島) 원폭의 참상을 그린 만화 <맨발의 겐>(사진)을 초·중학생이 열람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나다 행정개혁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맨발의 겐> 열람제한 조치에 대해 “자유로운 언론, 표현의 자유 확보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헌법적인 자유는 최대한 확보돼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나다 행정개혁상은 일본의 패전일인 지난 15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등 아베 정권 안에서도 강경보수 정치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보수정당 ‘일본유신회’ 간사장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부 지사도 같은 날 “그림에 리얼리티가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열람제한을 비판했다. 

맨발의 겐 표지.


반면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시 교육위원회의 판단은 위법이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게 교육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열람제한에 찬성했다.

<맨발의 겐>은 나카자와 게이지(中澤啓治)가 원폭으로 가족을 잃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과 원폭의 참상을 그린 작품이다.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는 지난해 말부터 관내 초등·중학교 도서관에서 학생이 열람하지 못하게 했다. 만화에 일본군이 중일전쟁에서 중국인을 참수하거나 임신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끄집어내는 등 잔혹한 장면이 많아 아이들이 열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인터넷에서는 열람제한 조치를 해제하라는 서명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찬반 논란이 확산되자 마쓰에시 교육위원회는 교육장과 교육위원들이 참석해 열람제한 조치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26일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