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한일비교](14)생활공간의 차이(2편)

서의동 2013. 9. 16. 08:08

주거공간을 설명했으니 동네 이야기로.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는 도쿄의 전형적인 주택가이다. 아침마다 출근을 위해 동네를 나서면 자동차가 두대가 양방통행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 양편으로 단독주택과 맨션(일반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양 길가에 보면 파란색 그물이 말려 있는데 폐기물이나 재활용 쓰레기 등을 놓아두고 그물로 덮어둔다. 까마귀들이 음식쓰레기 봉지에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동네에선 매주 수, 토요일에 타는 쓰레기(음식쓰레기 등)를 내놓고, 화요일에 신문, 페트병 등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으면 오전중에 당국에서 수거해간다. 


우리집앞 주차장


우리 옆집들.(우리집은 오른쪽에 벽만 보임)


일본에서는 골목이 비좁아 일방통행 구역이 많고, 지역특성에 익숙지 않을 경우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가끔 일방통행 구역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다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아파트들이 꽤 있지만 대개 높이가 3~4층이다. 아파트들에는 주차장과 주륜장이 같이 있고, 주륜장에는 명찰이 붙어 있어 아무데나 자전거를 세우지 못하게 한다. 


우리집 골목풍경. 왼쪽에 보이는 게 일본에서 맨션으로 불리는 아파트로 3층이다.


역주변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가에는 우선 편의점, 세탁소, 야키도리야(술집), 서점, 수퍼, 약국, 접골원, 문구점, 주류전문점, 학원, 빵집, 채소겸 생선가게, 스시집, 동전세탁소, 공원(농구장 절반 정도크기)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일본에 유독많은 곳이 정골원(整骨院) 혹은 접골원(接骨院)이다. 습기가 많고 고령자가 많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70대로 보이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경양식집(계란을 얹은 함박스텍 등을 주로 판다)은  수십년은 돼 보이는 가게인데, 7~8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온종일 클래식을 틀어준다. 1년전쯤부터 다니기 시작한 야키도리야는 오키나와 출신의 60대 주인(마스터라고 부른다)이 운영하는 선술집으로 동네 어르신들의 놀이터다. 주 고객층은 60대이지만 나같은 이들도 카운터 구석에서 한잔하면서 어른들의 이야기에 가끔 끼어들거나 한다. 마스터외에 60대 여성 종업원이 카운터와 홀 서비스를 맡는다. 


카운터와 홀이라고 해도 7~8평 정도의 비좁은 공간이다. 홀에는 4~5개의 테이블이 있는데 일행이 있는 이들은 홀에 주로앉고, 혼자 온 이들은 카운터에 앉게 된다. 이곳이 동네의 유용한 정보가 오가는 길목이자 친목의 공간이기도 하다. 매년 두차례 이곳 마스터 주최로 골프대회를 열기도 한다. 


동네에서 열린 오봉마쯔리에서 주민들이 봉오도리를 추고 있다.


일본의 동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진쟈(神社)다. 거의 동네마다 한곳씩 있는데 널찍한 마당이 있어, 매년 여름에 열리는 동네 마쯔리(축제)의 중심공간이 된다. 오봉(お盆)이라고 불리는 8월 중순 명절을 전후해 동네마다 마쓰리를 개최하는 데 유카타를 입고 신사에 모여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면서 추는 봉오도리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벌어진다. 


특별노점이 열려 야키소바나 빙수 등을 팔고, 마술공연이 벌어지기도 한다. 금붕어잡는 노점상도 있다.(우리집에서 1년넘게 키우고 있는 금붕어는 작년 9월 동네마쯔리 때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