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의 파장이 예상 외로 커지자 일본이 충격 속에 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미·일 관계를 악화시켜 내년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아베 정권은 다음달 정·관계 인사들을 미국에 파견해 사태 진화를 꾀할 예정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베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초대국장 내정자를 내년 1월 미국에 보내 사태 수습을 시도한다. 야치의 방미는 일본판 NSC의 가동과 관련한 외교안보 정책 의견 교환이 주목적이지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진의’를 미국 측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달 초당파 미·일 국회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빌어 사태 진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처럼 전전긍긍하며 수습에 부심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7일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현 지사의 후텐마 비행장 이전지 매립 승인에 맞춰 하려던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간 전화 회담까지 연기시켰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미국이 실망이라는 말을 쓴 것은 쇼크다. 미·일간에 틈이 생기면, 중국, 한국, 북한이 일본에 강경하게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야스쿠니 사태’가 내년 4월의 오바마 대통령 방일에 미칠 영향을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문 등을 우선시하고 일본 방문은 아시아 순방 비중면에서 낮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다만,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돌발사태를 오래 끌고 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실제로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7일 일본 오키나와현이 후텐마의 미군 공군기지를 북부 헤코노 지역으로 이전하는 안을 승인한데 대해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안에서 “이번 사태로 미·일 관계가 악화될 경우 미국의 아·태지역 외교안보전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스쿠니 기습 참배’에 대한 비판은 세계 각국은 물론 유엔까지로 번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7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과거에서 비롯된 긴장관계가 아직도 이 지역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사설을 통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역내 긴장을 높이는 쓸데없는 도발”이라면서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 등이 만들어졌으나 야스쿠니 참배가 이런 분위기를 망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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