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는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미국의 경고에 이어 최측근 각료와 연립여당 대표가 막판까지 만류했음에도 아베 총리의 고집을 꺾지 못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27일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추계 예대제(10월17∼20일) 전후에 지인 몇 명과 식사를 한 뒤 한 참석자가 “야스쿠니 참배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연내에 반드시 참배한다”고 답했다. 이미 참배를 결정해 놓고 외교적 영향 등을 고려해가며 결행시기를 재고 있었던 것이다.
아베 정권은 이후 11월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을 미국에 보내 야스쿠니 참배시 미국의 예상반응을 탐색했다. 아베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분위기를 파악해 오라는 ‘밀명’을 내린 것이다. 당시 에토 보좌관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는 답을 들었다. 미국이 경고사인을 보냈지만 아베는 결심을 접지 않았다.
이후 측근들은 아베 총리에게 ‘참배는 정권 운영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보류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했다. 스가 장관의 경우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에게 “총리가 참배를 접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아베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베는 내년도 예산안의 편성작업이 일단락된 지난 22일 측근들에게 참배 계획을 전달했다. 스가 장관은 더이상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신 참배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격 완화작전’에 들어갔다. 참배 후 발표할 담화문에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다짐’ 등 평화메시지를 넣었다.
참배를 결정한 후 아베 총리는 참배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했다. 하루 전인 25일에는 26일 예정돼 있던 각료회의 개최시간을 1시간여 앞당긴 오전 9시20분으로 변경하고, 이후 인터뷰 계획도 취소해 참배에 필요한 2시간을 마련했다.
참배계획도 ‘철통보안’을 유지했다. 야스쿠니 신사 측에 ‘간다’고 통보한 것도 당일인 26일 오전 7시였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도 참배 1시간여 전인 오전 10시20분 전후로 참배사실을 통보했다. 한국의 경우 이례적으로 외무성 당국자가 아닌 스가 장관이 이병기 주일대사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에게는 당일 아침에, 연립여당 대표인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에게 참배하기 약 30분 전인 오전 11시쯤 전화로 통보했다. 당시 야마구치 대표는 “찬성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아베 총리는 “(야마구치 대표가) 찬성할 수 없지 않겠나 생각합니다만…”이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자민당 의원도 이날 아침 출장지인 오키나와에서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동북아 정세를 감안하면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며 참배를 만류했은 아베는 듣지 않았다. 아베의 ‘불통’ 자세를 두고, 자민당 내에서는 “총리관저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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