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여, 그리도 일본이 미운가’
일본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월간지 <세이론(正論)>은 지난해 12월 ‘망국의 거대 미디어를 공격한다’는 제목의 NHK 특집을 별책으로 발간했다. 우익·보수세력들이 바라본 공영방송 NHK의 문제점을 20여편의 기고로 다룬 이 특집은 NHK에 대해 “중국·한국 영합보도, 보수정책과 보수정치인에 대한 일방적 비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반일’ 색채가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류드라마의 붐을 일으킨 책임’이라는 기고에서는 <대장금> <태왕사신기> 등 NHK가 방영한 한국 사극이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엉터리’라며 NHK가 “잘못된 속죄의식으로 한국에 영합해 그들의 엉터리 역사관을 일본인들에 침투시키는 것을 도왔다”고 비판했다.
모미이 가쓰토 NHK 신임 회장의 일본군 위안부 망언 사태가 발생한 이면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기세가 오른 보수·우익들의 NHK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보수·우익들은 NHK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미국이 강제로 이식한 ‘자학사관’적인 편집으로 일관해 왔다며 NHK를 흔들어왔다. 보수·우익세력들의 NHK 공격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12월2일 NHK의 특정비밀보호법 관련 보도가 편향적이라고 비판한 우익논객 우익논객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의 칼럼을 1면에 싣기도 했다. 아베 정권과 우익세력들의 압박으로 NHK가 60여년간 사수해온 ‘중립성’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익들의 NHK 비판은 아베 총리의 의중과도 일치한다. 아베 총리는 관방 부장관이던 2001년 NHK 교육채널이 ‘여성국제전범법정’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 개입해 일부 내용을 삭제토록 한 바 있는 등 NHK의 편집 방침에 불만을 보여왔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을 계기로 NHK 장악 수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11월 회장을 선출하는 권한을 가진 경영위원 12명 중 신규위원 4명을 우익인사로 채웠다. 대표적인 인물이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가제(神風)’로 불리는 자살특공대원을 그린 <영원의 제로>의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57)다. 일본 문화계의 대표적인 우익인사인 그는 최근 출간된 아베 총리와의 대담집 <일본이여 세계의 한가운데서 자랑스럽게 피어라>에서 아베 총리와 ‘사상적 동지’임을 과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모미이 회장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 파문에 대해 “모미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취소한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밝혔다. 모미이 회장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발언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으로서도 해서는 안 될 이야기였다“며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위안부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이날 “톱(최고위 인사)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바로 ‘정론’이다”라며 모미이 회장을 두둔하는 등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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