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방송·교육 등 우파가 장악… 전쟁 미화 영화가 흥행 1위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살특공대원을 소재로 한 일본영화 <영원의 제로>가 지난 3일 현재 7주 연속 흥행 1위, 관객 동원 544만명을 기록하며 66억엔(7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2000년대 이후 관객 500만명을 넘긴 일본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임을 감안하면 대히트인 셈이다. 일본 스포츠신문의 영화담당 기자는 “예상외로 흥행하고 있어 수입도 80억엔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기배우 오카다 준이치(岡田准一)와 이노우에 마오(井上眞央)가 주연한 영화는 우익작가이자 NHK 경영위원인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가 2006년 쓴 소설이 원작으로 소설도 390만부나 팔렸다.
가족을 두고 전장에 나간 전투기 조종사가 극한상황에 몰려 특공대원으로 자원한다는 줄거리로 전쟁미화 논란이 일고 있지만 문부과학성은 이 영화를 특별선정영화로 지정했고, 인터넷에서는 “마음껏 울 수 있는, 10년 만에 가장 좋은 영화” 등 호평이 넘쳐나고 있다.
‘강한 일본을 되찾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권한 보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2년차로 접어들면서 대중문화와 방송·교육 등에서 우파들이 헤게모니를 쥐면서 전쟁미화 풍조, 일왕 숭상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민영방송 TBS의 레코드상 시상식에서는 해상자위대 도쿄음악대 소속 미야케 유카리(三宅由佳莉)가 부른 노래가 전국에 생중계됐다. 현역 자위대원이 공중파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드문 예로, 대국민 접촉면을 넓히려는 자위대의 움직임을 방송이 지원한 사례이다. 이 방송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자위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방영한 바 있다.
지난달 2일 도쿄 왕궁 앞 광장에서 열린 신년축하회에는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즉위한 1989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8만1500명이 왕궁을 찾아 일왕에게 신년인사를 했다.
일왕은 3·11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인 도호쿠(東北) 지방을 수시로 찾아 주민들을 위로해왔으며, 평화주의 신념이 강하지만 아베 정권 들어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존황(尊皇)사상을 되살리려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아베 측근이자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長谷川三千子) 사이타마대 교수가 권총자살한 우익인사의 추도문을 통해 “폐하가 다시 살아있는 신이 되셨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반면 ‘탈원전’을 주장해온 배우 출신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참의원 의원이 일왕에게 편지를 전달한 사건과 관련해 보수세력이 ‘불경죄’ 운운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영방송인 NHK의 수뇌부가 우익인사로 채워지면서 중립성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도덕 과목이 부활하고, 애국심과 영토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될 경우 우파들의 이데올로기가 재생산되는 구조가 확립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방송사 중견 간부는 “정부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데서 드러나듯 아베 정권은 대단히 편협한 인식으로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우경화 물살이 더 빨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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