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다니는 처제가 준 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북로드). 한두장 넘기다가 다 봐버렸다. 홋카이도의 쇠락한 옛 탄광촌에서 벌어진 몇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이야기거리로 만드는 작가의 관록이 돋보인다.
한때 탄광촌으로 번성했던 홋카이도의 시골마을 도마자와. 주인공 50대 남성 무코다는 도시의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귀향한 뒤 가업인 이발소를 물려받아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도시로 떠났던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해서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별로 변화가 없는 쇠락한 시골마을에 크고작은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대응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중국인 신부과 40대 매력적인 술집 여주인이 등장하고, 영화촬영과 이곳 출신 청년이 사기사건을 일으켜 이곳으로 숨어드는 장면까지.
책을 읽다보면 '무라(村)사회'라고 불리는 일본 촌락공동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어렴풋이 그려진다.
인구가 얼마 안되는 시골이다 보니 주민들이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밖에 없는 '익명성 제로'의 사회. 게다가 변화나 외부의 자극이 거의 없다보니 조그만 일 갖고도 온 동네가 떠들썩하다.
사생활 제로의 분위기가 싫은 이들이 한때 사람들을 피하면서 갈등을 키우기도 하지만 이내 중재자-이 소설에선 무코다-가 나타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서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늙어간다. '오이라쿠(老い楽)'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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