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상훈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는 경제면에서는 운이 좋은 편이다. 취임을 전후해 외환위기나 SK글로벌 사태 같은 대형 악재가 없었고, 경제 불안요소도 수면아래로 내려가 있다. 조선·해운업 사태로 위기감이 엄습하던 지난해 하반기에 비하면 ‘안온한’ 상황이지만 한국경제는 언제든 응급상태로 치달을 수 있는 만성병 환자다.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55)는 “문재인 정부는 1년 간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급속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학자이자 시민운동가에서 새 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변신한 김상조는 기업, 특히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책임을 맡고 있다. 재야에서 ‘감시자’로서 20년 가까이 고민해온 과제를, ‘집행자’의 위치에서 직접 풀려는 것이다. 그의 취임이후 우선 가맹·유통·대리점 분야에서 개혁효과가 빠르게 가시화됐고, 공정위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업체들이 치킨값 인상을 철회하는 ‘김상조 효과’도 나타났다.
그는 ‘재벌개혁’을 위해 전담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신설하는 한편, 재벌들에게 올 연말까지 숙제를 줬다.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스스로 판단해 늦기 전에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라’는 게 요체다. 결정장애라는 ‘오너 3세 증후군’에 빠진 재벌들로서는 꽤 어려운 숙제일지 모른다.
지난 25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난 김상조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표출되던 시점에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는 ‘비지니스 리스크’가 겹친 지금, 오너들이 더이상 결단과 행동의 타이밍을 놓치면 돌이키기 힘든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며 “너무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벌 오너들에 대해 “대중 앞에 직접 나서 비전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던져야 재벌들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은둔’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새 법 만드는 것보다 기존 법 엄정집행이 중요”
- 시민운동 하면서 공정위를 오래 상대해 왔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어떤가.
“업무자체는 생소할 게 없다. 사실 나만큼 공정위나 금융위원회의 업무계획을 찬찬히 뜯어본 사람이 누가 있겠냐. 하지만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로 역할이 끝나는 시민단체와 달리 기관장은 그걸 성과로 만들어 내야 한다.”
- 지난해 조선·해운사태 때 기자들에게 심각한 어조로 한국경제의 장래를 걱정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경제위기는 수면아래로 일단 내려간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발생하는 모든 일은 새 정부 책임이 돼 버린다.”
- 오늘(25일) 직원 조회에서 ‘취임후 100일간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8월25일부터 한달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1심 판결(‘삼성 측의 공정위 접촉이 성공한 로비’로 판결문에 적시된 점), 한진그룹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 패소,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을 겪으며 공정위가 국민 기대에 걸맞는 역량을 갖고 있는지 위기감을 느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상조의 공정위’도 김상조 만큼이나 긴장의 나날을 보내온 듯 하다. “열흘전쯤 세종 청사로 가는 차안에서 지인의 문자를 받았다. ‘잠이 부족하고 숨쉬기가 어렵다’는 어떤 직원의 하소연이 담긴 문자를 대신 전해준 거다. 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들어 그날 밤 사무실을 돌면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상훈 선임기자
- 2007년 좌담집 <한국경제 새판짜기>에서 ‘집행기관이 부패해 그간 마련된 규칙도 제대로 집행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규칙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게 한국경제의 문제 아닌가.
“순환출자 규제 같은, 실체와 관련한 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개혁으로 여기곤 하지만 나는 이미 있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법 집행에 관한 예측·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개혁의 핵심’이다. 공정위 직원들이 부패해 법집행을 제대로 못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공정위에 권한을 부여하는 최고 통수권자, 임무를 구체화하는 기관장의 역할이 제대로 안짜여졌기 때문일 거다. 사실 지난 보수정부는 공정위가 가능한 한 일을 하지 말라는 식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었겠나.”
- 100일간 내놓은 정책들 중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 있나.
“‘법집행 체계개선 태스크포스’가 그런 것 같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면 공정거래법과 소관 6개 법률의 형벌조항을 정리해야 한다. 모든 조항에 형벌이 부과돼 있고 고소고발이 난무하니 (전속고발권을) 풀면 기업인들은 항상 검찰에 가 있게 될지 모른다. 권한을 자치단체에도 위임하고, 당사자들이 사적자치로 해결할 길도 열어주고, 그래도 안되면 검찰에 맡기는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각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실체법적인 요소는 1997년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절차 또는 법제도나 관행들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가 20년간 ‘병목’에 걸려 비틀거린 원인이다.”
- 이런 취지를 설명하지 않았나.
“‘왜 김상조가 재벌개혁에 뜸을 들이느냐’고들 하는데 개혁의 핵심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미 스타트했다. 법집행개선 TF를 통해 법제도와 관행의 개선을 이끌어내는게 위원장 3년간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임기를 마칠 때 쯤엔 ‘재벌개혁’하면 순환출자나 금산분리만 떠올리는게 아니라 이런 수단들을 잘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 진짜 개혁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개혁에 뜸을 들이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상조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하지 않는다. “조금전 이야기를 500자 이내로 쓰고, 1분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니 이미 국민 머리에 들어있는 아이템들을 반복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20년간 순환출자, 금산분리, 지주회사 이슈를 되풀이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공정위의 존립목적에 대해 좀더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조금씩 바꿔가는게 필요하다.”
- <한국경제 새판짜기>에서도 결국은 ‘집행’의 문제를 강조한 것 아닌가.
“어느날 갑자기 생각난 건 아니고, 현실속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현안에 부딪힐 때마다 ‘되게 만들려면 어떤 방법일까’가 머리속에서 줄곧 되뇌어져 온 거다.”
■“대기업들 변화 연내 시작될 것”
- 대기업을 담당하는 ‘기업집단국’이 최근 출범했다. 재벌에 대한 일종의 ‘컨설팅’ 역할도 염두에 두는 듯 하다.
“오늘 세종 현지의 사무실 개소식에 가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세종청사에 공간이 없어 인근 상가건물에 입주했다. 사람 또는 사회를 바꾸려면 당근과 채찍 둘다 필요하다. 이름을 ‘조사국’에서 ‘기업집단국’으로 바꾼 것도, 채찍 일변도가 아니라는 뜻에서다. 대기업을 건전하게 바꿔가기 위해선 기업이 어떤 상황이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디테일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먼저다. 이를 기초로 변화를 위한 당근과 채찍을 함께 고민하는 조직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공무원이 기업을 이끌어간다고 하면 오만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공정위의 존립목적이 기업들이 잘한 일에 상을 받게 하고 못한 일에 벌을 받게 만드는 거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컨설팅’도 포함돼야 할 거다.”
- 대기업들에게 ‘3세 증후군’이 심화되고 있는 듯 하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커진데다, 도전정신을 상실한 ‘오너 3세’들이 의사결정자가 됐다. 그래도 돈이라도 잘 벌면 경험을 쌓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전통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비지니스 리스크’가 겹쳤다. 이 상황에서 하나의 선험적 정답을 제시하며 ‘이렇게 가라’고 하는 거야말로 오만한 거다. 현대차더러 순환출자를 끊으라거나 삼성더러 금산분리 해결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결할 건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다. 더이상 결단과 행동의 타이밍을 잃어버리면 돌이키기 힘든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지만, 너무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 이런 말을 지난 100일간 해왔다. 재벌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시종일관 같다. ‘더 이상 시간낭비 하지 말고 빨리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라’는 거다. 어떤 문제든 간에.”
- 오너 3세들이 ‘의사결정 장애’도 있어 보인다.
“1세, 2세 때만 해도 총수가 참모 몇명 도움을 받으면 그룹내 저 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까지 다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뛰어난 최고경영자(CEO)라도 삼성이나 현대차 정도의 규모와 구조가 되면 절대 파악할 수 없다. 게다가 시련의 경험이 없는 3세가 가신들의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으니 타이밍에 맞게 필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네이버와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취지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거 였던 것 같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네이버가 플랫폼에서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 내느냐가 네이버는 물론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우한다. 모든 정보가 모이고 그걸 통해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이 이뤄지니. 막중함을 인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던 거다.”
- 대기업들에게 꾸준히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직 반응이 나오길 기대하기는 이른가.
“정책은 과학이 아니라 아트(예술)이다. 딱 정해진 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공정위원장의 메시지 전달도 ‘아트적인’ 솜씨가 필요하다. 취임초기 4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을 만났고 청와대 미팅에서도 기업인들을 만났는데 ‘변화가 필요하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너무 늦어선 안되겠다’는 생각들은 갖고 있다. 연내 긍정적인 소식이 있을 거다. 모든 기업은 아니지만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나올 걸로 기대한다.”
- 개혁의 성과가 국민에게 체감돼야 할텐데.
“우리 사회의 결핍된 점이 ‘절차’인데 ‘부처간 칸막이’에서도 드러난다. 보상과 벌칙을 잘 조합해야 하지만 한 부처가 커버하기 힘들다. 경제 영역만 봐도 상법, 금융감독, 공정위, 세법, 형법 등 다양한 수단들을 조합하려면 각 부처가 소관분야를 넘어 전체를 보는 안목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걸 조율하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히 필요하다. 김동연 부총리가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 경제팀 구성원의 결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물론 그렇지.(웃음) 나와 장하성 정책실장이야 2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셈이지만 나머지는 대체로 친밀하다고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한 나라의 경제팀을 형성했으니 처음부터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는 건 기적이겠지. 지금은 각 장관의 업무스타일이 어느 정도 공유된 것 같고, 그게 하나의 팀으로 모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의 가장 큰 자산은 ‘실패의 경험’”
- 지난해 조선·해운업 사태에 비한다면 지금은 경제위기가 체감되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경제가 어떤 상태에 있는 건가.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상황이 나아진 게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인수위 시절 SK글로벌 사건이 터졌고, 3월에 카드대란, 4월에 화물연대 파업이 불거졌다. 정권 첫 반년간 악재가 연발하면서 경제문제에 자신감을 잃었고, 관료 의존도가 임기 초반부터 높아졌다. 선거캠프에 있던 지난 5월초쯤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님은 참 운이 좋다. 1년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1년을 벌었을 뿐이다. 이 기간 중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않으면 내년 중반쯤에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위기는 언제나 코앞에 닥칠 때까지 모르는 법이다. 1년쯤 뒤에 누구도 예측못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 소득주도 성장론인데 공정위의 역할이 소득주도 성장과 연결되는 건가.
“공정경제는 일자리 중심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을 떠받치는 인프라 혹은 기본질서다. 정책수단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전제가 공정성이다. 공정해야 소득주도 성장도 되고 혁신도 된다.”
@이상훈 선임기자
-보수진영에서는 벌써부터 ‘기업하기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 지적에 대해 ‘틀렸다’고 반론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좋은 정책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그래, 우리 이 방향으로 한번 가보자’며 기다려줘야 한다. 국민들이 이런 마음을 갖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실패한다. 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 시간이 걸리지만 (시행령 같은) 행정력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작지만 구체적인 성과들을 쌓아가야 인내심이 커질 수 있다. 이게 새 정부가 참여정부와 다른 점이다. 국무회의에서도 법개정에 너무 기대하지 말고, 행정력으로 성과들을 계속 만들어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진짜 성과를 내야지.”
- 그러고 보니 참여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말수’가 적고 ‘로키(Low-Key)’로 간다는 생각이 든다.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며 논란을 키우면 정책이 잘 가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내가 제일 말이 많았지.(웃음) 새 정부의 가장 큰 자산은 ‘실패의 경험’이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모두들 새기고 있다.”
- 12월까지 몇개 기업을 조사하는가.
“잠재적인 대상은 두자리 수이지만 다하기 어려우니 한자리 정도일 거다. 기업집단국이 출범했지만 상당수가 6주간 교육을 받아야 해 업무를 실제로 하는 건 12월부터다. 60명이나 있는데 왜 몰아치듯 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총수가 직접 사회와 소통해야”
김상조는 해외유학을 하지 않은 ‘국내파 경제학자’다. “당시엔 ‘현실에 천착하는 한국경제학을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래서 유학을 안가는게 드문 일은 아니었다. 지도교수였던 정운찬 선생이 유학을 여러차례 권유하셨는데, 지금은 ‘그때 상조가 내 말을 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활동은 못했을 것’이라고 하신다. 유학을 안간 게 현실경제에 천착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 시민단체 활동을 한지 18년쯤 되는데, 당시에도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재벌이라고 봤던 건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생각은 ‘한국경제에서 낙수효과는 유효성을 상실했다’는 명제다. 때마침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과거 방식으로는 더이상 성장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낙수효과’에 기대는 방식이 재벌중심 경제이니, 재벌개혁을 주장하게 된 거다.”
- 재벌개혁의 두가지 핵심이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집중 해소’인데 초점이 ‘지배구조 개선’에만 모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소액주주 운동은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를 통해 경제력 집중의 폐해까지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한 거다. 기업이 커지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 성공의 혜택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려면 경제력 집중자체를 억제하기 보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사회와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본거다.”
- 공정위의 결정이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곤 한다.
“공정위가 패소하는 건 충분한 역량을 갖고 근거자료를 만들어 설득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본다. 경제분석 능력을 강화해 패소하더라도 기존 판례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거나 변화된 경제현실에 부합하는 공정위의 판단을 자꾸 만들 필요가 있다. 경제문제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심정이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거치면서 더욱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해의 사안이었다.
“취임 전의 일이라도 취임한 이상 모두 내 책임이다. ‘나와는 무관하다’는 식이거나 마치 외부에서 와서 파헤치듯 접근하고 싶지는 않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지난 100일간 가장 곤혹스러운 문제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경우 법률적인 설명이 의미가 없다. 공정위는 소비자 문제의 최종 주무기관이니 국민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은 좀더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입장을 빨리 정해 국민과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각오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가습제 살균제의 기사들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공정위’라고 표현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김상조의 공정위’라고 할 거다.”
- 위원장이 생각하는 변화된 재벌총수의 모습은 어떤 건가.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책임성 있게 만들겠다는 말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계열사 사장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의 입에서 나왔을 때만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설명하는 모습에 왜 열광했을까. 제품 설명에 그치지 않고 철학과 비전,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우리 재벌총수들은 항상 은둔해 있으니 불법·부당행위, 재판출두 장면 같은 부정적 이미지만 각인될 뿐이다. 총수가 직접 나서 사람들에게 메시지와 비전을 전하고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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