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된 이후 일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염(除染)’, 즉 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에 착수했다. 사고가 난지 2년 뒤인 2013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20~30㎞ 거리인 후쿠시마현 히로노마치(廣野町)의 제염작업 현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방진마스크를 쓴 헬멧 차림의 작업원들이 농가의 밭 표면에서 일정 두께로 흙을 긁어낸 뒤 나뭇가지, 지푸라기 등과 함께 비닐포대에 부지런히 담고 있었다.
민가의 제염작업은 더 복잡하다. 물에 적신 종이수건으로 지붕의 기와를 한장 한장 닦아내고, 고압살수기로 빗물관 내부를 청소한다. 가옥 1채를 제염하는 데 1000만원 안팎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주된 제염대상은 핵분열 물질인 세슘-137로 감마선을 내뿜으며 피부를 뚫고 들어가 인체에 축적된다. 체내 반감기는 108일로 빠른 편이지만 다량 피폭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민들은 제염작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제염이후에도 방사선 수치가 크게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세입자인 세슘 등은 콘크리트 등 다공질 건축재의 구멍에 들어가면 표면을 닦아내거나 고압살수기를 분사해도 좀처럼 씻겨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콘크리트 표면을 일일이 갈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마을 주변 삼림에 쌓인 방사성 물질의 제거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마을을 간신히 제염했다고 해도 숲에 쌓인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 방사선 수치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일본 원자력 정책을 비판해온 원자력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사고 직후부터 ‘제염은 오염을 옮기는 이염(移染)’일 뿐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7년을 앞두고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에서 30㎞ 가량 떨어진 이다테무라(飯館村)의 경우 제염이후에도 3가구 중 2가구의 방사선 수치가 정부 목표치의 3배에 달했고, 한 주택에선 수치가 2016년 이후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 주변 삼림에 있던 방사성물질이 바람 등을 타고 이동해 마을을 재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그린피스는 추정했다. 이걸 남의 일로 넘기기엔 한국의 원전밀집도가 너무 높다. (2018년 3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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