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돼지고기 요리가 1500종이 넘을 정도다. 송나라 문인 소동파가 만들었다는 둥포러우(東坡肉)는 양념한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술, 파, 간장 등을 넣고 졸여낸 요리다. 중국식 삼겹살 조림인 훙사오러우(紅燒肉)는 마오쩌둥이 즐기던 요리로 유명하다. 한국의 족발요리와 흡사한 바이윈주서우(白雲猪手)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다.
돼지사육에는 콩(대두)이 필수다. 콩에서 기름을 짠 뒤 남은 콩깻묵이 사료가 된다. 콩은 두부, 콩국, 간장 등의 재료일 뿐 아니라 튀기고 볶는 요리가 많은 중국 요리에 기름으로도 요긴하다. 식생활에 필수적인 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물가 급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걸 보면 콩은 ‘정치적 작물’인 셈이다. 중국의 콩 소비량은 2012년 7485만t에서 2017년 1억1218만t으로 급증했다. 경제성장으로 윤택해진 중국인들이 육류 소비를 늘린 영향이다. 하지만 국산은 수요의 10%대에 불과해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 특히 미국 수입 비중이 커 미국 수출물량 중 60%가 중국으로 향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콩 전쟁으로 번진 지 오래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산 콩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해 수입량을 전년 대비 50%가량 줄었다. 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민감작물이다. 아이오와·네브래스카·인디애나 등 공화당 지지기반인 중서부 팜벨트가 주요 생산지다. 다급해진 트럼프 행정부는 160억달러의 농가보조금을 지원키로 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중국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콩 재배면적을 1000만묘(1묘=666.7㎡) 늘렸으며 2020년까지 1억4000만묘를 추가로 늘리겠다고 30일 발표했다. 그래 봐야 자급률이 1% 올라가는 정도이니 불안감을 다스리려는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가자 곧바로 콩 수입을 재개한 것은 중국의 고통이 컸음을 보여준다. 무역은 유무상통(有無相通)이니 미국은 콩을 팔고, 중국은 사들이는 것이 이치다. 순리 대신 무리를 연발하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뒤틀어 놓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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