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북한의 금연법(2020.11.6)

서의동 2021. 5. 25. 20:53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도 1980년대까지는 사람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사무실은 물론이고 집집마다 안방에 큼직한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시내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워댔다. 하지만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으로 흡연에 대한 법적 규제가 도입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금연이 급물살을 탔다. 
 

북한의 금연운동도 그다지 늦은 편은 아니다. ‘던힐’을 즐겨 피우던 애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담배를 끊은 것을 계기로 흡연의 폐해가 지적되기 시작했고,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는 식의 금연 포스터가 곳곳에 걸렸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2005년 ‘담배통제법’을 제정해 병원이나 진료소, 열차,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금연클리닉에 해당하는 ‘금연연구보급소’가 설치되고 니코틴반창고(금연패치) 같은 금연보조제도 개발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수치상 북한 남성의 흡연율은 2006년 54.8%에서 2016년 37.3%로 크게 낮아졌다. ‘고난의 행군’ 이후 경제 활동에 나서면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높아진 것이 남성들의 무절제한 흡연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여전히 흡연 장면이 공개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담배 사랑이 각별해 금연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에서는 담배연기를 ‘남자의 늠름한 향기’라고 할 정도로 흡연이 남성성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담배는 남성우위의 권위주의 사회에 어울리는 기호품인 셈이다. 
 

북한이 지난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금연법을 채택했다. 새 금연법은 흡연 금지 장소를 세부적으로 지정하고 흡연질서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내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 후 한국에서 금연 캠페인이 강화된 것과도 닮은 듯하다. 금연운동이 효과를 거두려면 권력층의 솔선수범이 필수다. 김 위원장의 흡연 장면이 공식 매체에 등장하는지 눈여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