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의 긴장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외교와 조정, 협력을 보여주는 결정”(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으로 평가된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 핵합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파기 수순에 돌입했다. 이란을 적대국으로 돌리고 페르시아만을 중심으로 중동을 갈라 친미 진영을 결집시키자는 것이 트럼프 중동정책의 핵심이다. 이란을 파트너로 삼으려던 오바마의 중동정책을 거꾸로 세운 것이다. 지난 9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 체결로 이 구상은 급진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걸프지역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극비 방문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운신의 폭을 넓혔다. 이란과 중동의 패권을 다퉈온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한다면 중동구도가 ‘반이스라엘 동맹’에서 ‘반이란 동맹’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중동 재편 작업은 그의 대선 패배로 미완성에 그칠 것 같다. 조 바이든 외교라인은 이란과의 관계 복원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자신이 이란 핵합의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고, 초대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토니 블링컨은 당시 국무부 부장관으로 협상의 주축이었다. 기후특사로 지명된 존 케리는 당시 국무장관으로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빈과 제네바를 오가며 머리를 맞댄 바 있다.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 역시 핵합의에 깊이 관여했다.
최근 이란의 리알화 가치가 반등하고 있다. 외환시세 사이트인 본바스트닷컴에 따르면 달러당 환율이 미 대선 전인 10월17일 32만2000리알에서 지난 25일에는 25만1000리알로 떨어졌다. 바이든이 핵합의를 복원하면 경제제재도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것이다. 이란은 트럼프의 제재 부과 등 여파로 201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85% 하락하는 등 경제가 피폐해진 상황이다.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중동질서가 요동치는 현상을 그저 무심하게 지켜볼 수는 없다. 한반도 정세도 미국의 ‘자장’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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