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도쿄전력 사고수습 로드맵 내놨지만...

서의동 2011. 4. 18. 13:26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를 냉온 안정화시키는 데 6~9개월이 걸릴 것으로 17일 전망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사고 수습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내놓은 것은 지난달 12일 사고 발생 이후 처음이다.
가스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6~9개월 내에 핵연료를 섭씨 100도 이하로 냉각시켜 후쿠시마 제1원전을 안정화하고 방사성물질의 유출을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가스마타 회장은 방사선량의 확실한 감소에 3개월이 걸리고 방사성물질의 유출을 관리, 방사선량을 대폭 억제하는데 추가로 3~6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원자로와 사용 후 연료의 냉각, 방사성물질의 억제, 모니터링과 오염제거 등 3개 분야로 수습 방안을 나눠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가스마타 회장은 “1∼3호기의 경우 원자로 격납용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냉각수를 공급하고 열교환기를 설치하겠다”면서 “특히 2호기는 고농도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외부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또 수소폭발 등으로 원자로 건물 지붕이 날아가는 등 파손이 심한 1호기와 3호기, 4호기의 원자로 건물에 향후 6∼9개월에 걸쳐 덮개를 씌워 방사성물질의 외부 유출을 막기로 했다.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은 도쿄전력의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응급조치 단계에서 벗어나 확실한 일정표에 따라 계획적인 사태수습이 이뤄지게 됐다”며 “피난구역 주민들의 귀향이 가능한 지 여부도 향후 6~9개월 안에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한 달여만에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사태 장기화로 증폭되고 있는 국내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원전 반경 30㎞ 안팎의 주민들에게 뒤늦게 피난 지시가 내려지면서 “언제까지 피난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가 도쿄전력을 압박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알맹이를 뜯어보면 현재 진행되거나 일본 언론이 보도한 복구 방침을 종합한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도 없다. 9개월 안에 원전을 안정화시키겠다는 해결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띈다. 오히려 원전 사태 수습이 장기화될 것임을 공식화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습 방안 중 파손이 심한 원전 건물에 덮개를 씌우겠다는 계획도 건물 밀폐시 방사선량이 증가해 복구작업이 어려워지고, 폭발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얼마나 면밀한 검증을 거쳤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또 격납용기 일부가 손상을 입은 2호기에 대해 냉각수 주입을 최소화겠다고 한 것은 고농도 방사성물질 오염수의 유출이 계속되고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물의 양을 줄일 경우 핵연료의 온도 상승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은 여전히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도쿄전력이 지난 15일 원전 1·2호기의 취수구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물을 분석한 결과 방사성물질 농도가 하루만에 6배로 급상승했다. 요오드131은 지난 14일 기준치의 1100배에서 15일 6500배로 급격히 높아졌고, 세슘137도 기준의 370배에서 1400배로 증가했다.
주변 해역의 방사성물질 농도는 도쿄전력이 지난 6일 2호기 부근 전력케이블 시설의 균열을 메워 고농도 오염수의 방류를 막은 이후 낮아져 왔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미확인 경로로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또 문부과학성이 지난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동쪽으로 약 34㎞ 떨어진 해역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한 결과 요오드131은 기준의 4배인 1ℓ당 161Bq(베크렐), 세슘137은 기준의 약 2배인 1ℓ당 186Bq이 각각 검출됐다. 이는 지난달 12일 원전 사고가 터진 이후 이 해역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농도의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