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자문역을 맡아온 원자력 안전분야 최고전문가가 정부가 정한 아동 방사선 연간 허용한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과 시민단체는 허용기준의 재조정을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내각관방의 참여(자문역)인 고사코 토시소 도쿄대 교수(61·사진)는 지난달 29일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대응이 즉흥적”이라며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사표제출 뒤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정한 초·중학교 학생의 연간 방사선 피폭한도(20밀리시버트)에 대해 “이 정도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람은 원전내 방사선 업무 종사자 중에서도 매우 적다”며 “이를 초등학생에게 적용하는 것은 학문상의 견지에서 뿐 아니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사노 교수는 학교의 방사선 기준을 1mSv(밀리시버트)로 하자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이며 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동 방사선 피폭한도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치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ICRP는 원자력 사고 발생시 일반인의 피폭한도로 긴급시 연간 20∼100mSv, 사고 수습단계에는 연간 1∼20mSv를 제시하고 있다. 이중 사고수습 단계의 일반인 최고치인 연간 20mSv가 아동 피폭한도로 정해진 것이다. 하지만 방사선 감수성이 높은 아동에 대해 성인의 피난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키야마 히사코 전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 주임연구관은 “초등학생의 방사선 감수성은 성인의 3~4배에 달하는 만큼 고사코 교수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동 피폭한도 결정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작성한 원안에 대한 자문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회의소집도 하지 않고, 의사록도 작성하지 않은 채 일부 의견만을 듣고 정부에 조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주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후쿠시마시의 주부 사쿠마 미유키(27)는 마이니치 신문에 “체구도 작은 아이들에게 어른기준치를 적용하다니 납득할 수 없다”며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 ‘후쿠시마 노후원전을 생각한는 모임’ 등은 지난달 30일 집회를 열어 아동 방사선 허용기준 재조정을 촉구했고, 자민당 등 야당도 아동기준 강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간 나오토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운동장의 표토를 걷어내는 등의 방식으로 방사선량을 낮출 계획”이라면서도 현행기준은 유지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 소마시 일부지역에서 목초 1㎏당 기준치(300Bq)의 30배가 넘는 9200Bq(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소의 방목과 목초의 사료 사용 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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