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신흥기업인들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를 겪고도 반성과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의 기성체제에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다.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이 ‘탈 원전’을 주창하며 태양광발전소 추진을 본격화하는 데 이어 인터넷 대기업 ‘라쿠텐(樂天)’의 미키타니 히로시 사장(46·사진)이 전력산업 개혁에 저항하는 일본 재계단체 게이단렌(經團連)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미키타니 히로시 사장/산케이 제공
일본체제를 유지해온 ‘구질서’의 혁파없이는 재난 이후 일본의 진정한 부흥이 불가능하다는 자각이 일본의 젊은 기업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29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미키타니 사장은 전날 도쿄도내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에너지정책 방향과 관련해 “게이단렌과 생각이 다르다. 정치인이 정책이 다르면 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게이단렌 탈퇴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미키타니 사장은 또 “발전과 송전은 분리해야 한다”며 “독점체제에서는 규율도 경쟁도 작동하지 않고, 정부와 유착돼 감시도 소홀하게 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간 나오토 내각이 내놓은 전력생산(발전)·송전 분리방안에 게이단렌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앞서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송·발전이 분리되면 전력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며 정부의 전력산업 개편방안에 반대했다. 이는 지역독점 체제에서 안정적인 ‘밥그릇’을 향유해온 전력회사들이나 원전건설로 모갯돈을 만져온 대규모 건설·제조업체 등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키타니 사장은 지난 27일에는 트위터에 “(게이단렌의) 전력업계를 보호하려는 태도는 용서할 수 없다”, “슬슬 게이단렌을 탈퇴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또 간사이경제연합회(關經連·간게렌)가 지난 23일 모리 쇼스케 간사이전력 회장을 14대 회장으로 선출한 것에 대해서도 “이 시점에서 왜 간사이전력이 간게렌의 수장이 되나”라며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라쿠텐은 1997년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해 최근에는 인터넷 금융, 통신, 프로야구(라쿠텐 이글스) 등에도 진출, 급성장해온 신흥그룹으로 미키타니 사장은 라이브도어 호리에 히로후미 전 사장 등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젊은 기업인으로 꼽혀 왔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일본의 부흥을 위해서는 관료, 국회의원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주창해온 손정의 사장은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19곳이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추동력을 얻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 25일 가나가와현과 사이타마현 등 19개 지자체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메가 솔라(대규모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 보급을 추진하는 ‘자연에너지협의회’를 7월 출범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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