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시에만 들어서면 철이 녹슬 때의 냄새가 납니다. 비가 그친 뒤 바깥공기는 특히 더 그래요.”
후쿠시마 시내 고교교사로 재직중인 사토 히로유키(佐藤博之·40)씨의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니가타현으로 피난한 지난 4월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바 있는 사토씨는 현재 후쿠시마에서 차로 40분 걸리는 야마가타(山形)현 요네자와(米澤)시로 거처를 옮겨 출퇴근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고오리야마(郡山)시에서 지난 7일 만난 그는 만나자마자 방진마스크를 건넸다. 동행한 다케다 도오루(武田徹·70) 후쿠시마현 국제교류협회장의 차에 타자 “빽 빽”하는 방사선량 측정기의 경고음이 맹렬하게 귀청을 때렸다. 시간당 0.71마이크로시버트(μSv), 도쿄 도심의 10배가 넘는 방사선량이다. 3시간 남짓 고리야마에 머무르는 동안 누적 방사선량은 2.38μSv에 달했다. ‘녹냄새’는 후쿠시마 지역의 대기중 방사성물질 밀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그는 추론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60㎞가량 떨어진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 도쿄에서 신간센으로 1시간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인구 30만명의 중소도시가 원전사고 이후 방사선량이 주변지역에 비해 높은 ‘핫스팟’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군데군데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된 부지에 신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정도 외엔 평범한 도시였지만 원전사고 6개월이 넘어서면서 아이들의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7월에 3살난 딸의 목 부위 림프절과 고관절이 부었어요. 오카야마(岡山)로 피난하는 차안에서 코피를 네번이나 쏟았습니다.” 고리야마에서 학원을 경영하는 시다 마모루(志田守·60)는 깜짝 놀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의사가 딱히 원인을 설명하지 않는게 더 불안했다. 다행히 한달이 못돼 붓기는 빠졌지만 후쿠시마에서는 코피를 쏟거나, 두드러기가 나거나, 설사를 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900㎞ 떨어진 오카야마 친척집에 맡긴 채 독신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의 피난을 돕는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고리야마시에서 학원강사를 하다 최근 시의원에 당선된 다키다 하루나(瀧田はるな·33)는 제자인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지난 7월 방안이 흥건해질 정도로 코피를 쏟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다키다는 “야구부 활동을 하느라 줄곧 운동장에서 있었던 게 원인인 거 같아요. 이 학생은 학교에서 방사능에 주의하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해요”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고리야마 보건당국은 학생에 대한 피폭검사 등 건강진단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피폭검사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 교육위원회도 학생들의 피폭대책을 학교재량에 맡겨놓고 있다. 이런 때문인지 고리야마 역과 시청 주변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흥을 외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은 ‘메이와쿠(迷惑·폐끼침)’라고 보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아동음악가인 모리아이 가즈히사(森愛和尙·44)는 말한다. “특히 교장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되면 일선교사가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지도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보건복지사로 장애인취업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마키다 구니코(牧田くにこ*·38)는 집 정원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1μSv가 넘어 4살 사내아이를 여름내내 유치원을 제외하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방사선량 측정기를 빌려 측정해보니 지붕 빗물받이 주변의 선량이 8.9μSv에 달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제염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아이는 “밖에서 놀게 해달라”고 성화지만 지난달 사흘간 시즈오카(靜岡)현의 친정집에서 놀게 한게 전부다. 이런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 아이의 유치원 같은반 18명 중 6개월간 3명이 후쿠시마를 떠났다. 마키다 역시 3월에 시즈오카의 친정집에 2주간 아이를 맡긴 적이 있지만 아이를 맡겨놓고 떨어져 있는 것도 스트레스고,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현실에 눈물을 쏟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방사능에 대해서는 같은 세대라도 생각이 다르고 심지어 부부간에도 생각이 달라 더 어려워요. 눈에 보이는 것도 금방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 더 힘들어요.”
아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한 수준이다. 다키다 시의원은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밤에 자다가 갑자기 울면서 ‘애도 못낳고, 평생 차별받고 사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하는 일도 있다”며 “밖에서 잘 놀지도 못해 스트레스가 쌓인 아이들이 어른들끼리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잔뜩 민감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8일 오후 고리야마 시청앞.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중생 2명을 보자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라는 전직 고교 교장 우메다 히데오(梅田秀男·70)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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