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관료를 지낸 일본의 경제학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독이 든 만두’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미·일 FTA나 다름없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협상에 대한 일본의 참가여부를 놓고 논란이 번지는 상황에서 “한·미 FTA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09년까지 경제산업성 관료로 재직했던 국립 교토대(京都)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나카노 다케시(中野剛志·40·사진)준교수는 지난달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웹사이트 기고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독만두지만, 한국은 딱하게도 이 조항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문제점에 대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의 소송에 대한 심사가 비공개여서 불투명하고, 과거 판례의 구속을 받지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단심제여서 심사가 잘못됐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카노 교수는 이어 “분쟁해결기구의 관심은 정부 정책이 투자가에 얼마나 피해를 주었는가에 초점을 맞출 뿐, 해당 정책이 공익에 필요한 것인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면서 “한마디로 각국이 자국민의 건강·복지·환경·안전을 위한 정책을 스스로 정할 수 없도록 하는 치외법권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투자자-국가소송제 분쟁건수는 1990년대 이후 급증해 누적건수가 200건을 넘어섰다고 밝히고 “이 때문에 유럽의 많은 학자들이 글로벌 기업이 각국의 민주주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문제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본이 참가를 검토중인 TPP협상에서 일본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글로벌 기업 특히 미국 기업에 제소당해 주권을 침해받을 위험성을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카노 교수는 1996년 도쿄대를 졸업한 뒤 통산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들어가 자원 에너지청 등에서 과장보좌(대리)를 지낸 엘리트 관료다.
그는 지난달 27일 최근 후지TV에도 출연해 한·미 FTA로 한국은 공산품 관세철폐로 미미한 효과를 얻는 대신 농산물 관세철폐와 의약품, 지적재산권,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의 이해가 관철됐다며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관세철폐와 광범위한 급진적인 무역자유화를 지향하는 TPP에 일본이 참가할 경우 한국처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카노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로 미국내 고용이 7만명 늘어난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의 고용이 7만명 빼앗기는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초청해 성대하게 환영했지만 자국의 국익을 이 정도로 미국에 갖다 준 만큼 환영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냉소했다.
또 전 재무성 국제담당차관(재무관)을 지내 미국과의 협상경험이 많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木변에+神原英資)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園)대학 교수는 지난 2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TPP에 참가하면 ‘아메리칸 스탠다드’를 일본에 이식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공공의료와 공공사업 조달부문에서 중소기업 배려 등 일본 고유의 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며 TPP에 반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부터 시작된 TPP협상은 미국이 2008년에 참여한 이후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폴, 브루나이, 칠레, 페루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나 미국은 일본의 참여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일본을 포함한 10개국의 전체의 경제규모(국내총생산(GDP)비율) 중 미국이 69.7%, 일본이 21.8%를 차지하는 반면 나머지 8개국은 9.5%에 불과해 사실상 미·일 FTA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가 지난해 10월 TPP참가를 ‘제3의 개국’이라며 참가방침을 밝혔으나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논의가 중단됐다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9월 취임이후 TPP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재시동이 걸렸다. 미·일 동맹 강화를 중시해온 노다 총리는 오는 12~13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참가방침을 정식 표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TPP협상과 관련해 정보공개에 소홀한 데다 의견수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참가를 서두른다는 비판론이 끊이지 않으면서 농업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하 환태평양협정) 협상참가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에서 반대론이 확산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협상 조기 참가 방침을 굳히고 있는 데 대해 자민당 등 야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전 농림수산상이 시민단체의 반대집회에 합류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각에서 농림수산상을 지낸 야마다 마사히코(山田正彦) 의원은 일본 시민단체 ‘TPP를 생각하는 국민회의’가 지난 5일 도쿄 유라쿠초(有樂町)역에서 개최한 가두연설회에 참석해 “환태평양협정은 농업은 물론 의료제도와 식품 안전기준 등에까지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일본에 이식하는 것”이라며 “일본의 장래에 화근을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여당 내 반대파 수장격인 야마다 의원은 앞서 지난 3일 TV토론에 출연해 정부가 협상참가를 강행하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발기류가 강해지면서 환태평양 협정 의견수렴을 위해 열린 4일 민주당 회의는 의견절충에 실패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도 5일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에서 열린 집회에서 노다 총리의 협상참가 방침에 대해 “며칠안에 (참가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반대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결의도 해야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다 총리는 지난 4일 환태평양협정 문제와 관련해 12일부터 미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담 전에 협상참가를 표명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다 총리는 주요 20개국 회의(G20) 회의가 열린 프랑스 칸에서 기자들에게 “최종적으로는 나의 정치판단이 필요하다”며 정면돌파 방침을 내비쳤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오는 11일 중·참원 합동예산위원회의 환태평양협정 심의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다 총리는 주요 20개국 회의(G20) 회의가 열린 프랑스 칸에서 기자들에게 “최종적으로는 나의 정치판단이 필요하다”며 정면돌파 방침을 내비쳤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오는 11일 중·참원 합동예산위원회의 환태평양협정 심의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협상참가를 서두른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미국 의회관계자가 일본이 협상에 참가할 경우 ‘보험 등 비관세장벽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지난 5일 정부 내부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일본의 보험규제 완화가 교섭의제가 될 가능성을 밝힌 것이지만, 일본 정부는 보험이 교섭대상이 될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자민당 외교·경제연계조사회는 4일 환태평양 협정 검토보고서에서 “정부가 정확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고, 국민적 논의도 전혀 무르익지 않았다”며 성급한 협상참가를 비판했다.
이는 일본의 보험규제 완화가 교섭의제가 될 가능성을 밝힌 것이지만, 일본 정부는 보험이 교섭대상이 될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자민당 외교·경제연계조사회는 4일 환태평양 협정 검토보고서에서 “정부가 정확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고, 국민적 논의도 전혀 무르익지 않았다”며 성급한 협상참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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