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대지진 겪은 도호쿠 지방 '부흥 버블'

서의동 2012. 1. 18. 16:14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경기가 최근들어 ‘부흥버블(거품)’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재정지출에 의한 복구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풀린 돈으로 지역 경제가 때아닌 호황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가격, 주가급등으로 경제에 거품이 잔뜩 끼던 1980년대 말 일본을 방불케 한다는 말도 니돌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1월 지역경제보고’를 보면 전국 9개 권역중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는 곳은 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를 비롯해 동일본대지진에 직격탄을 맞은 도호쿠 지역이 유일하다. 간사이(關西), 도카이(東海)를 비롯한 나머지는 유럽경제 악화와 엔화강세 여파로 수출이 둔화되고 채산성도 악화되면서 회복기조가 주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행은 도호쿠에 대해 “대지진 관련 특수로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도호쿠 중심도시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는 ‘1990년대 버블붕괴 이후 최대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가 활황세를 띠고 있다.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5월까지는 복구작업에 종사하는 건설업체 직원들이 주된 고객이었으나, 지난해 11월 무렵부터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다. 

 

센다이의 대표적 유흥가인 고쿠분초(國分町)는 겨울 한파에도 심야까지 인파가 끊이지 않아 귀가택시 잡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아사히신문이 17일 상가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센다이 미쓰코시(三越) 백화점은 매출액이 전년대비 10~15% 늘어났고, 도요타 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판매가 전년대비 60% 가량 늘어났다. 

 

일본 정부와 자치단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에 대한 복구·부흥사업으로 2015년까지 19조엔(283조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상태가 유지되면서 풀린 돈들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에서는 도호쿠 6개현의 경기지수가 20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기업도산건수도 버블경기 막바지인 1990년 수준으로 줄었다. 이밖에 소매판매액, 신차등록대수, 설비투자계획를 비롯해 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도 모두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부흥특수가 고용회복과 임금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2~3년후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새로운 산업이 들어서 생산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재정지출을 기반으로 한 복구사업이 마무리될 경우 극심한 거품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도쿄대 후쿠다 신이치(福田愼一)도쿄대 교수는 “한신대지진 이후 간사이지방도 부흥특수가 1년 동안 이어졌지만 피해 정도로 보면 도호쿠 지방이 특수가 더 오래 갈 것”이라면서 “농수산업 구조개혁을 복구·부흥사업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아사히신문을 통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