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은 가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러브레터. 재산상속도 유의하지 않으면 (유족들간에) 말썽이 생길 수 있으니 유의바랍니다.”
이달초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의 노무라증권 신주쿠지점 회의실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회사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회사는 2년전부터 전국을 돌며 ‘종활(終活·슈카쓰)’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종활이란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기 위한 활동’을 가리키는 조어. 회사가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정년후 입문서’에는 상속과 증여, 개호(간병)보험의 활용법, 좋은 장의사를 고르는 비결이 담겨있다. 이 증권사는 인생 마무리 설계를 도와주면서 자산운용도 안내한다.
인생의 충실한 마무리를 돕는 ‘종활’ 산업이 일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종활’붐은 2010년 독신노인이 장례절차와 유품처리, 유언을 적어두는 공책인 ‘임종노트’ 등장을 계기로 시작됐다.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독거노인들이 갑자기 죽을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임종노트’가 나오면서 ‘인생의 충실한 마무리’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1만9000명이 넘는 인명이 쓰나미에 휩쓸려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는 대참사를 계기로 삶과 죽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의 마무리를 충실하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진 것이다.
올해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1947년~49년생)가 본격 은퇴를 시작하는 만큼 관련 산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660만명에 이르는 단카이세대는 당초 60세가 되는 2007년부터 정년퇴직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65세까지 은퇴자의 재고용이 가능하도록 법을 마련함에 따라 퇴직이 늦춰졌다. 단카이세대는 규모도 크지만 평균 금융자산은 1677만엔(2억48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지갑이 두툼하다.
도쿄신문은 19일 증권회사와 신탁은행이 ‘종활’ 사업에서 고객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에서 상속업무는 신탁은행이 중심이었지만 2004년 규제완화로 증권사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이 퇴직후 자산운용과 유언장 작성법과 같이 세세한 조언을 하는 세미나를 열며 고객잡기에 나섰다. SMBC닛코(日興)증권은 영업직원 4000명을 대상으로 상속지식에 관한 사내자격증을 따도록 했다. ‘종활’이 본업격인 신탁은행들은 유언서 작성및 보관은 물론 유언대로 자산을 배분하는 유산정리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는 매년 상속되는 자산규모가 50조엔(7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60세 이상 세대가 일본내 가계자산의 60%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잠재력도 크다.
황혼을 함께 할 짝을 찾으려는 노인들의 ‘혼활’(婚活·콘카쓰)도 종활의 하나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무연사)가 사회문제가 된 데다 대지진 이후 가족간의 유대가 중시되면서 독신의 노년층이 재혼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쿄 신주쿠의 중고년전문 결혼상담소 ‘아카네카이’에는 대지진을 겪은 지난해 회원수가 전년보다 40% 가량 늘었다. 2010년 기준으로 65세 고령자중 독신은 15.6%에 이른다.
종활(終活·슈카쓰) =인생을 충실히 마무리하기 위한 활동을 가리키는 일본 사회의 조어. 장례 및 묘지준비,유언, 상속절차 준비가 기본이지만 최근들어 간병보험, 은퇴후 자산운용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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