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이지메 다시 증가

서의동 2012. 2. 8. 17:07

2010년 3월 일왕의 손녀인 아이코(愛子) 공주(당시 8세)가 5일 동안 등교를 거부해 왕실이 발칵 뒤집혔다. 가쿠슈인(學習院)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코 공주는 남학생들에게 발로 차이는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아이들 사이에 자주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코 공주는 6일 만에 마사코(雅子) 왕세자비와 함께 학교에 다시 나갔지만 이번에는 모녀의 동반 등교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일본의 뿌리 깊은 집단따돌림(이지메) 현상은 정부의 대대적인 근절대책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초·중·고교 이지메가 전년보다 6.7% 증가해 2006년 조사 실시 이래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7일 문부과학성이 전국 초·중·고 3만952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문제행동조사’ 결과 2010년도의 이지메 건수는 7만7630건으로 전년도보다 6.7%(4842건) 늘었다. 일본에서 초·중·고의 이지메 건수가 증가한 것은 현재 방식의 조사가 실시된 2006년 이후 4년 만이다. 학생 1000명당 이지메 건수는 2009년보다 0.4건 늘어난 5.5건이었다.

이지메는 초등학교에서 3만6909건, 중학교 3만3323건, 고등학교 7018건, 특별지원학교 380건으로 나왔다. 이지메 내용(복수 응답)은 놀림이나 욕이 66.8%, 집단따돌림 20.8%, 구타 20.2%, 휴대전화를 통한 비방 3.9%였다. 이지메 해결 비율은 2009년보다 0.5%포인트 줄어든 79%였다. 2010년 자살한 학생은 156명이었다. 이지메가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자살은 4명이었다. 이지메 때문에 등교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학생 수는 총 11만9891명으로 14년 연속 10만명을 넘었다. 




이지메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2010년 10월 군마(群馬)현 기류(桐生)시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따돌림을 받다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문부성이 전 학교를 대상으로 개별 실태조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문부성이 2006년부터 실시한 ‘문제행동조사’에 따르면 학교현장의 이지메 건수는 2006년(12만4898건) 이후 3년 연속 감소해 2009년에는 7만2778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통계상 나아진 것은 교육자치단체와 학교 측이 은폐한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있었다. 2010년 교육당국이 실태조사 강화를 지시하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이런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7년 이지메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이지메를 보고도 못본 척하는 사람까지도 가해자로 규정했다. 아이와 부모가 희망하면 이지메에 따른 전학을 인정하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지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감추려는 교육현장과 교육당국의 관료적 발상이 근본 해결을 가로막았다. 이지메 당하는 아이를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로 간주해 이지메를 피해자 책임으로 돌리는 일본 특유의 사회문화도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