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점령한 뒤 27년간 군정 통치해오던 일본 오키나와(沖繩)를 1972년에 일본 정부에 정식반환했다. 1971년 조인된 반환협정을 협의하면서 본래 미국이 부담해야 할 민간인 토지 원상회복 비용 400만달러를 일본이 대신 부담하는 ‘밀약’이 체결됐다.
니시야마 다키치 전 마이니치신문 기자/경향DB
이 밀약문서의 존재를 밝혀냈다가 옥고를 치른 일본의 전직 신문기자가 40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이 사건을 그린 드라마가 일본 민방TV에서 방영되면서 부총리가 정부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오키나와 밀약과 관련해 “역대 총리나 외상이 (밀약이 존재한다는)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부인해온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카다는 또 문서를 공개한 전 마이니치신문 니시야마 다키치(西山太吉·80·사진) 기자에게 “밀약의 희생자였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니시야마는 1971년 친분이 있던 외무성 여직원으로부터 밀약이 담긴 극비문건을 넘겨받아 사회당 의원에게 전달했다. 문건이 국회에서 공개되면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 내각이 궁지에 몰렸다. 발끈한 정부는 여직원과 니시야마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이 ‘알권리 침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긴장이 높아졌지만 검찰이 사건을 여직원과의 불륜관계로 변질시키면서 니시야마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회사까지 그만둬야 했다. 2000년 이후 공개된 미 공문서를 통해 밀약이 사실임이 확인됐고, 2009년 집권한 민주당은 진상규명을 추진했다.
오카다 부총리는 외상 재임 중인 2010년 3월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후 일본 민영방송인 TBS가 지난 1월부터 이 사건을 그린 드라마 <운명의 사람>을 방영하고 있고, 오키나와 기지이전 문제가 정국 현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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