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의 길을 연 일본의 원자력기본법 통과 과정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식의 변칙과 졸속으로 점철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원자력규제위설치법은 지난 15일 중의원(하원)에서 통과된 뒤 참의원(상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문제의 ‘안전보장’ 문구를 넣는 수정이 이뤄졌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공명당은 원자력규제위설치법안의 부칙에 ‘원자력기본법을 개정한다’는 항목을 넣는 방식으로 원자력기본법의 2조에 ‘안전보장’ 문구가 삽입되도록 했다. 원자력기본법이 내용상 상위법임을 감안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변칙이었던 셈이다.
일본 국회의 법개정 과정에서는 부칙에 관련 법률의 조항을 바꾸도록 명시하는 방식으로 법개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법률에 대해서는 개정안 제출, 중·참의원 심의 및 가결이라는 절차도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력관련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력기본법의 핵심조항을 이런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법안 심의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15일 참의원으로 넘어온 뒤 16~17일 주말을 제외하면 20일 통과되기까지 심의기간은 단 이틀뿐이었다. 이 기간 중에도 원자력규제위원회 조직 형태와 총리의 권한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안전보장’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고, 참고인 진술도 생략됐다. 뒤늦게 일본 공산당과 사민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공산당 의원은 “참의원 의원들이 미리 법안을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회기 말이라는 이유로 서둘러 법안을 처리하는 일정을 정한 것은 의회제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번 법개정을 통해 집권 민주당이 ‘보수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관련법 개정에 자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물론이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설치법에 우주개발의 군사적 이용을 넣자는 자민당의 요구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도쿄신문은 “민주당이 소비세 증세법안에 자민·공명당과 제휴한 것을 계기로 안보분야에서도 야당의 강경노선에 발맞췄다”면서 “본래 리버럴 성향이던 민주당의 보수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기본법 개정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22일에도 진화에 나섰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은 이날 “입법자(의원)와 내각, 정부의 해석이 분명하게 일치하고 명확한 만큼 확대해석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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