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한일비교](7)일본의 방과후활동

서의동 2012. 9. 21. 18:16

우에노 주리가 주연한 영화 <스윙걸즈>도 부카쓰를 소재로 했다.


한 재일교포와 만났다가 작년에 사립대학에 들어간 딸이 고3때까지 방과후에 '부카쓰(部活. 방과후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놀랐다. 무슨 활동을 했냐고 물었더니 손연재가 하는 리듬체조였다고 한다. 대회에 나가 입상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고, 학교에서 정식 단체활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때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하고는 아주 각별하게 지내고 있지요."

 

대학입시생이 고교 3때까지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있다니. 물론 대단한 상위권 대학은 아니었고, 저출산 때문에 일본의 대학정원이 남아 돌아가는 형편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 현실에 비춰보면 상상이 잘 안된다. 


돌이켜보면 고교시절 1학년때까지 써클활동을 하긴 했지만, 2학년때부터는 음악, 미술시간도 없어졌던 것 같다. 체육시간이 남아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대학입시 때문에 마음의 여유란 걸 찾긴 어려웠다. 지금은 중학교에만 들어가도 학원다니느라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다. 


일본은 명문 도쿄대에 80여명이 진학하는 고교도 전체 학생중 80%가 참여할 정도로 부카쓰가 보편화돼 있다.(한겨레 김도형 전 도쿄특파원 칼럼 참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013665일본은 한국에 비해 대학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졸과 고졸간의 임금격차도 한국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이 때문에 입시 스트레스가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부카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편화돼 있어 입시경쟁과 양립할 수 있는 정도의 지위가 부여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바쁘다고 해서 밥먹을 시간, 세수하는 시간을 없애지는 않는 것처럼 부카쓰도 '생략할 수 없는 활동'으로 인식돼 있는 것 같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지역에서 아이 건강이 걱정이 된 부모가 고교생 자녀에게 이사를 가자고 권하지만, 자녀가 전학을 거부한 사례가 일본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전학이 싫은 이유중 하나는 놀랍게도 '부카쓰'였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지내고 싶다"는 아이의 저항으로 끝내 이주를 포기했다는 사연이고 보면, 고교생들에게 부카쓰가 얼마나 대단한지 어렴풋하게 짐작이 간다.


'입시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또래끼리의 우정과 협동심을 다질 수 있는 공간'(앞의 칼럼 인용)이라는 부카쓰가 한국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고교 내내 입시준비에 매달리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취직준비로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는 한국현실을 누군가 바꿔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