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소 재무상, "일본 환율정책에 참견말라"

서의동 2012. 12. 31. 17:25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58) 내각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이 “일본은 (환율공조) 약속을 지켜온 나라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면서 오히려 “미국이 달러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아베 정권의 대담한 금융완화 방침으로 엔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발 환율전쟁’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자, 엔화약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 2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환율전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200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환율공조를 약속했지만, 미 달러화와 유로화는 하락한 반면 일본만 엔고가 진행됐다”며 “약속을 제대로 지킨 나라는 일본뿐”이라고 말했다. 아소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다”고 덧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로 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미국과 유럽연합은 지키지 않았지만 일본은 지켜왔다고 강조한 것이다. 

 

아소는 또 환율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가라앉히려면 “미국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미국은 강한 달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소는 아베 정권이 엔가치 하락에 너무 노골적이라는 지적에 “우리가 과격하게 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아직 어떤 정책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는 전날보다 소폭 상승해 달러당 85.95~86.05엔에서 거래됐다. 일본은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를 통해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85엔대에서 유지할 것임을 시사해왔으며, 이 여파로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2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일본발 환율전쟁’에 대한 경계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일본의 엔화약세 조치를 모방하는 국가들이 잇따라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실었다. 웨스트팩뱅킹의 환율 전문가 리처드 프라누로비치는 “일본의 정책이 글로벌 환율전쟁을 유발하는 또 다른 기습공격이 될 수 있다”면서 “아베 총리가 급진적인 접근법을 선택했고 다른 국가가 이를 보고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수가 80%에 달하는 일본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엔화를 무작정 떨어뜨리기보다는 85~90엔 수준으로 하락한 이후에는 환율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소 재무상이 기자회견에서 “엔화약세가 수출업계에는 반갑겠지만, 수입업계의 부담은 커진다”고 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