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명품, 해외여행에 흥미가 없고 돈이나 출세에도 관심없는 요즘 일본 청년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사토리(さとり·득도) 세대’가 등장했다. 사토리는 득도, 자각을 뜻하는 일본어로, 198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10~20대 중반 세대가 해당된다.
전 니혼게이자이 신문기자 야마오카 타쿠(山岡拓)가 2010년 펴낸 <갖고 싶은 게 없는 젊은이들>이 화제가 되자 인터넷 공간에서 이 책의 검색 키워드로 ‘사토리 세대’란 말이 등장했다. 야마오카는 사토리 세대를 ‘차를 타지 않고, 브랜드 옷도 입으려 하지 않고, 스포츠도 안한다. 술도 안마시고, 여행도 안간다. 연애는 담백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에는 나서려 하지 않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 초식계(연애나 섹스에 관심없는 경향)에 낭비를 하지 않는’ 것도 이 세대의 특징이다.
사토리 세대는 거품경제가 붕괴한 뒤 장기불황 속에서 나고자라면서도 인터넷 보급으로 알고 싶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침체사회 속에서는 꿈이나 목표를 갖더라도 이룰 수 있는 보장이 불투명한 만큼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25)는 이들을 “자기 스스로를 한발 물러서 관조할 수밖에 없는 세대”로 평가했다. 자율성과 인성을 중시하는 ‘유토리(여유) 교육’ 세대와 겹치지만 이들에 비해 현명하고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사토리 세대에 속하는 도쿄의 한 남자 대학생(26)은 18일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여행을 나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외국 요리는 국내에서도 먹을 수 있고, 해외풍경은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여권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면허 교습소에 다니긴 했지만 ‘면허를 따야 할 필요’를 못느껴 중도에 그만뒀다.
그는 “장래는 내 수준에 맞춰 살면 된다. 대단한 일을 하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연애관도 담백해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20세 남자 대학생은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지만 “모두와 잘 지내면 된다”며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장래의 희망도 “관용이 있고 너그러운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토리 세대의 등장으로 여행업계와 자동차업계는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교통공사에 따르면 20대 해외여행자는 2000년만 해도 417만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94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또 일본자동차공업회가 18~2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동향조사 결과 면허 취득자 중 실제로 운전하는 비율은 1999년 74.5%에서 2007년에는 62.5%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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