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책임자들을 처벌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대해 “승자의 판단에 의한 단죄”라고 말했다.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일본 우익세력들의 역사인식을 일본 총리가 대변한 것이어서 일본 안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재판과 관련해 “전쟁의 총괄은 일본인 자신의 손이 아니라 이른바 연합국 측인 승자의 판단에 의해 단죄됐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패전 뒤 구성된 시데하라(幣原) 내각이 패전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한 ‘전쟁조사회’가 단기간에 폐지된 데 대해서도 연합군총사령부(GHQ)의 자문기관인 대일이사회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연합국에 불리한 내용이 논의될까봐 봉쇄해버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베는 1차 내각 당시인 2006년 10월에도 국회에서 “A급 전범들은 국내법적으로 전쟁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듬해인 1946년 1월 설치된 극동군사재판소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25명을 유죄로 인정해 7명에게 사형을, 16명에게 종신형 등을 각각 선고했다.
일본 우익세력들은 일본이 패전해 단죄된 것일 뿐이라며 ‘도쿄재판’을 부정하는 한편 교전권을 부정하고 있는 평화헌법도 연합군총사령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라며 폐기를 주장해왔다. 아베 총리가 헌법개정을 강조하고, 도쿄재판을 부정하는 것은 이런 우익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아베 총리는 답변 과정에서 “역사 평가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 안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도쿄재판에 회의적인 시각을 표명한 것은 중국, 한국뿐 아니라 전승국인 미국으로부터도 비판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이날 국회 답변에서 “‘어떤 나라인들 분쟁 당사국이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현실을 직시하고 성실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분쟁당사국에 무기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무기수출 3원칙’의 수정 필요성을 공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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