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 4

[한일비교](9)일본의 쇼와(昭和)열광

얼마전 TV에서 70~90년대 일본 아이돌 특집을 방영했다. 일본의 여장 남자 방송인 마쓰코 디럭스와 30~40대 여성들이 대거 출연해 아이돌 가수들의 옛날 영상들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일본인들의 쇼와사랑은 못말린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쇼와시대는 1926~1989년의 기간을 가리키지만 보통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를 떠올린다. 2005년 제작돼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3탄까지 제작된 영화 은 1955년부터 1964년 도쿄올림픽 때까지가 배경이다.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패전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성장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희망의 시대. 가난해도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꿈과 따뜻한 가족애가 있던 시절'로 기억한다. 일본의 고도성장이 70년대 오일쇼크, 85년 플라자합의에 의..

한국과 일본 2012.10.31

[한일비교](8)집단주의 일본

"한국인들은 왜 레스토랑이나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걸 내버려두는거죠?"재일동포들과 저녁자리에서 한 중년 여성이 이런 질문을 해왔다. 답변이 궁색해 '공부로 고생하니까 그 외 시간에는 풀어주는 거 아니겠냐'고 둘러대고 말았다. 일본에서 아이들이 전철안이나 길거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물론 없지는 않다) 아이가 울거나 보채면 부모들이 달래보다가 도중에 전철에서 내리는 경우도 가끔 본다. 물론 아이가 운다고 해서 "조용히 시키라"고 짜증내는 승객들도 없다. 일본인들이 늘상 이야기하듯 '공기를 읽고' 부모가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사국이지만 본토(오키나와를 제외한 나머지 국토)가 전란에 휩싸이는 것은 면했다. 1945년 전쟁이 말기로 ..

한국과 일본 2012.10.23

[해외책] 전후사의 정체 1945~2012

2000년대 초 일본은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추진한다. 자원이 빈약한 일본은 산유국인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타미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추정매장량 세계 최대 규모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사업에 일본이 참가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휘하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은 다음 개각에서 돌연 경질된다.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이 하타미 대통령의 방일 추진에 발끈한 것이다. 미국은 고무라 외상이 물러난 뒤에도 압박을 풀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끝내 하타미 대통령의 방일 계획은 물론 아자데간 유전 개발 참여도 취소하고 만다. 아자데간 유전의 개발권은 이후 중국으로 넘어갔다.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 화제가 집중되고 있는 (소겐샤)의..

읽은거 본거 2012.10.13

일본의 저열한 위안부 인식

일본 정부는 1945년 8월15일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지 3일 만에 미군을 상대로 하는 위안소 설치에 착수했다. 일본의 작가 겸 역사가인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가 쓴 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일본 내 치안 최고책임자인 내무성 경비국장이 8월18일 점령군을 위한 ‘서비스 걸’을 모집하라는 행정명령을 각 지방에 내려보냈다. 당시 재무관료로 후일 총리가 되는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가 “(위안시설 조성에) 얼마나 필요한가”라고 묻자, 특수위안시설협회 간부가 “1억엔 정도”라고 답변했다. 이케다는 “1억엔으로 (나머지 여성들의) 순결이 지켜진다면 비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라를 이끄는 핵심관료들이 점령군의 진주에 대비해 위안부 시설을 솔선해서 만드는 전대미문의 광경이다. 일화를 접하면..

칼럼 201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