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11일은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해 정식 근무한지 엿새째 되던 날이다. 그 전날 처제부부가 2박3일 일정으로 도쿄에 놀러와 있었고, 밤에는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가 단신부임으로 있는 나를 위문하기 위해 서울에서 2박3일의 일정으로 올 예정이었다. 3년간의 특파원 근무 준비를 위해 2월 중순부터 일본에 와있었으니 한달 좀 못되게 이국땅에서 홀로 지내다 모처럼 가족과의 상봉을 앞둔 기분좋은 금요일이었다. 이틀전의 심상치 않은 '전조' 오후 2시46분. 석간신문을 사기 위해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千代田)구 오테마치(大手町) 산케이빌딩에 있는 경향신문 도쿄지국의 사무실을 나와 오테마치역 지하도로 발길을 옮기던 길이었다. 2~3m 앞 천장에 있는 신호표지판이 조금 흔들린다 싶었다. 순간..